교육혁신 모델대학| 인터뷰: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고등교육과 직업교육 모두 혁신한 융합형 플랫폼 대학”

2025-08-01 13:00:04 게재

전국 최상위 취업률, 산업체 경험 3년 이상 교수진과 최고의 실험실습 시설 … 기술변화 대응과 미래산업에 특화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는 지금까지 성과만으로도 ‘좋은 대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교육혁신’과 ‘국민 평생직업능력개발 선도’ 두축에서 세계적인 모델을 만들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위대한 대학’으로 대도약하자는 의미입니다." 2023년 6월 취임한 유길상 한기대 총장은 전 구성원과 함께 토론과 소통을 통해 취임 두달 만에 ‘좋은 대학을 넘어 위대한 대학으로’라는 비전으로 ‘Vision 2030+’을 선포했다. ‘위대한 대학’은 먼저 한기대의 실천공학교육모델을 초일류화하기 위해 모든 교육과정을 인공지능(AI)과 에듀테크 기반으로 혁신하고 다른 대학에 확산해 ‘교육혁신 선도 대학’으로 도약이다. 또한 입학 시 3등급 학생을 졸업할 때는 모두 1등급 졸업생으로 배출해 재학 중 학생을 가장 많이 성장시키는 대학, 자기 주도적 학습역량을 갖춘 인재로 배출해 학생들의 인생을 활짝 펴게 하는 ‘학생 감동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초저출생·초고령화, 기후위기, AI 등 디지털기술의 발전 등 대전환 시대에 ‘국민의 평생직업능력개발 허브대학’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유 총장은 도전·소통·협력·공헌 등 4대 핵심가치 경영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꾸어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해 고성과를 실현하는 ‘행복한 캠퍼스, 행복한 직장’을 구현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기대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만난 유 총장은 “AI 시대에 맞게 학부 교육과 평생직업능력개발 교육을 전면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대학 교육과 국가 발전에 공헌해온 모델 대학의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해나가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유길상 총장은 대신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석사·박사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를 통해 1980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뒤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한국고용정보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 3월부터 한기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사진 한기대 제공

●취임 2년의 주요 성과를 설명해달라.

지난해 4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2년 연속 전사업 목표 100% 달성으로 최고등급인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또한 2023년 고용노동부 유관 ‘7개 기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기대가 유일하게 ‘우수’ 등급인 ‘A등급’ 평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중앙일보의 49개 대학 대상 2023년 ‘학생교육 우수대학평가’에서 1위를, 2024년 ‘교육·혁신대학평가’에서 6위를 차지했다.

●한기대 취업률은 전국 최상위권이다.

2023년 말 기준 취업률(졸업생 500명 이상 기준)은 80.1%로 전국 4년제 대학 중 3위를 기록했다. 4년제 대학의 평균 취업률 64.6%보다 15.5%p 높다. 유지취업률도 88.4%로 4년제 대학 평균 78.9% 대비 9.5%p가 높다. 대·중견기업과 국가·공기업·공공기관 취업률은 58.6%에 달해 4년제 대학 평균인 34.7%보다 23.9%p나 높아 취업의 질 또한 매우 우수하다.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무엇인가.

다른 대학에 비해 교육을 잘 시키고 산업수요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인성이 좋은 학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진로 및 취업지원 체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매년 재학생이 선호하는 우수기업 및 공공기관에 재직하는 졸업 동문을 초청해 ‘멘토링 박람회’를 열고 있다. 기업에서는 졸업생들이 ‘경력직 같은 신입사원’이라는 평가다.

●한기대의 정체성과 강점을 설명해 달라.

노동부가 설립한 특수목적대학으로 현장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실천공학기술자 인적자원개발 전문가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등을 양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는 ‘가성비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 등록금은 국립대 수준으로 낮지만 학생 1인당 교육비는 4358만원으로 전국 대학 평균의 두배가 넘고 장학금도 등록금의 80% 이상을 지원한다. 교수진의 수준이나 실험실습 시설도 최고 수준이다. 교육과정을 산업현장의 전문가와 함께 2년마다 점검하고 산업체 경험 3년 이상인 교수들이 수업을 맡는다. 교수들이 산업현장의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3년마다 ‘교수 현장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IPP)를 우리나라 대학 중 처음으로 도입해 재학 중에 한학기 이상 산업체 경험을 한다.

또한 부속기관인 능력개발교육원 온라인평생교육원 직업능력심사평가원 고용서비스인재교육추진단 등을 통해 ‘평생직업능력개발 허브’로서 연간 45만명 이상의 교육생을 배출하고 있다.

●새정부는 AI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제시했다. AI 관련 인재양성 전략은 무엇인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재학생뿐 아니라 직업훈련 교·강사까지 포함하는 전방위적인 AI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부속기관 능력개발교육원에서는 ‘AI 훈련 교·강사 아카데미’를 이달부터 시작했고 직업능력심사평가원도 ‘직업훈련기관 종사자의 에듀테크 역량 강화를 위한 찾아가는 직업 기초 컨설팅’을 하고 있다. 2018년 융합학과를 신설해 AI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산업사회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디지털 신기술 기반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개별 학생에게 최적화된 교육과정 및 진로설계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AI 학습분석실 3개를 운영해 학생들의 학습참여도를 측정하고 교수학습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행정에서도 AI를 도입해 전부서를 대상으로 ‘AI 활용 행정 효율화 경진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온라인 공공직업훈련 플랫폼 ‘스마트직업훈련플랫폼’(STEP)은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평생교육원이 고용노동부와 함께 운영하는 STEP은 전국민의 직업훈련 접근성을 제공하고 다양한 지식 콘텐츠 보급과 새로운 훈련기법을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술·공학 및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신기술 분야 2300여개 온라인 학습콘텐츠를 개발해 현재까지 1900만명이 STEP 콘텐츠를 수강했다.

LMS(학습관리시스템) 분양과 컨설팅을 통해 직업훈련기관과 기업 700개, 85만명이 혜택을 봤다. 취업준비생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 AI 면접 등 300여개 과정은 사교육비 절감과 취업기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고가·고위험 훈련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200여개의 실감형 콘텐츠(VR AR 등)를 개발·보급해 안전한 실습환경을 제공한다. 누구나 학습이 가능한 초급 AI 리터러시 콘텐츠를 개발 중인데 사무행정직, 마케팅·홍보직을 시작해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AI 튜터’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앞으로 STEP을 중심으로 전국 대학, 폴리텍대학, 전문대, 직업훈련기관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연계한 국민 평생직업능력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겠다. STEP이 외국인 인력양성에도 도움이 되는 한국을 대표하는 ‘K-LLL(평생학습)’ 모델이 돼 한류처럼 세계로 확산되도록 하겠다.

●고용서비스 허브대학을 표방했다.

고용서비스는 ‘사람과 일자리를 연계해 주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1995년 고용보험제 시행 이후 크게 발전했지만 고용서비스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 체계는 취약한 실정이다. 한기대는 국책대학으로서 고용서비스 분야의 핵심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2022년 ‘고용서비스정책학과’를 신설해 직업상담사 1급 양성(연간 150명), 고용서비스 보수교육(연간 7000명)을 실시하고 있다. 고용서비스 인재 양성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고용서비스인재교육원도 2028년 완공할 예정이다. 내년 고용서비스정책학과 첫 졸업생들이 공공과 민간고용서비스기관에 취업을 시작한다면 고용서비스 분야 인력의 전문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한기대가 산업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산재환자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일터로의 복귀’가 핵심인데 치료계획 단계부터 재활에 대한 관점이 포함돼야 하고 직업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예방적 접근이 요구된다. 근로복지공단(공단)의 산재병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산업의학전문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의과대학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산재병원은 급성기 환자 치료능력이 없어 산재환자의 재활과 요양의 역할에 그침으로써 요양병원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기대는 산업의과대학을 설립해 사명감을 가진 산업의학전문의를 양성하고자 한다. 특히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수련병원 문제는 공단 산재병원 중 1~2곳을 수련병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최소 비용으로 설립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의료전문가 노사단체 노동부·공단 등과의 간담회, 연구용역을 통해 설립 소요인력과 예산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왔다. 앞으로는 새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정책과 연계해 한기대 산업의과대학이 공공의대의 하나로 포함되도록 정부 국회 의료계와의 협의에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산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기대 산업안전대학원은 일반대학원 산업안전공학과와 노동부-안전보건공단 계약학과인 안전환경공학과로 운영되고 있다. 건축 기계 화학 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안전전문 교수진이 함께하는 융합형 강의를 통해 산업체 실무형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안전환경공학과에는 공공기관 공기업 기업 등에서 안전보건환경 실무자와 관리자들이 입학해 산업안전 최고의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

안전관련 고위 임원을 위한 ‘산업안전정책 최고경영자과정’(OASIS AMP)도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노동부 안전보건공단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국내 최고의 산업안전 전문가로 강사진을 구성해 산재예방 정책과 중대재해 사례 공유를 통한 사전예방 중심의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안전문화 정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IPP가 기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IPP(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은 2012년부터 국내 최초로 운영하는 한국형 코업(Co-op. 산학협동교육)이자 ‘실무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3~4학년 학생들이 협약 기업에서 4~6개월 동안 현장실무를 경험하면서 전공능력을 강화하는 제도다.

‘전공실무능력+학점+경제적 혜택’ 등 ‘1석 3조’의 역할을 한다. 2024년에는 한해 졸업생의 절반 수준인 451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 전국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IPP 참여자 취업률은 84.2%로 미참여자 76.7%보다 7.5%p 더 높게 나타나는 등 대학 취업률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학생 성장지원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생 성장 및 경력개발 취업지원 시스템인 K-LXP(한기대 학습경험플랫폼)을 올해 2학기부터 운영한다. 대학 내 분산된 데이터와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고 입학에서 졸업, 취업까지 AI 기반 맞춤형 능동 학습 서비스 및 개인화된 성장지원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K-LXP는 확장할 수 있는 AI 기반 학습·성장 지원 플랫폼으로서 앞으로 2단계 구축, 고도화 단계를 거치면서 학생 개인의 특성과 역량을 분석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생성장 궤적을 추적, 모니터링 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 전담학과 신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기대 특성에 맞는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글로벌인재학부’를 올해 3월 신설했다. 9월에 시작하는 한기대 국제교육센터 한국어 연수과정 입학생과 내년 3월 학부 입학생을 선발 중이다. 내년 3월에 몽골·미얀마 20명, 우스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20명, 네팔 20명, 파키스탄·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인도 20명 등 80명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부과정은 한국어와 영어로 대학원과정은 영어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국제노동기구 국제훈련센터(ITCILO)와 공동 석사학위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ITCILO는 기술과 사회정의 연결, 지속가능한 전환, 노동시장 변화 등을 주제로 혼합형 학습기반 공동 석사학위 프로그램을 우리 대학에 제안했다. 한기대는 고용노동, 기술변화 대응, 미래산업에 특화된 전문성을 기반으로 7월 워킹그룹(실무단)을 구성하고 올해 안으로 ILO와 업무협약을 맺고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한기대가 ITCILO 아시아 거점 역할을 위한 바탕이 될 전망이다.

●2023년 8월 개관한 ‘다담미래학습관’이 자랑거리다.

다담미래학습관은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교육 및 연구시설이다. 이곳은 AI, 스마트러닝팩토리(관제센터), 미래형 모빌리티, 메타 스튜디오 지능형 로봇, 2차 전지, 수소연료 전지 등 13개의 랩(실습실)이 설치돼 첨단기술과 에듀테크를 활용한 신교수법이 결합한 ‘에듀테크 기반 미래 학습공간’이다. 2024년 기준 학부생 1202명, 재직자 1227명, 훈련교·강사 646명, 고교생 467명, 대학원생 89명, 외국인 및 기타 460명 등 연간 4100명이 다담미래학습관에서 실무 역량을 향상했다. 올해도 학부의 다양한 전공과 대학원 수업, 비교과 프로그램 등으로 학생 1200명이 활용할 계획이다. 스마트러닝팩토리를 활용해 재직자 대상 75개, 직업훈련교·강사 15개 등 90개 과정을 개설했다. 직업훈련교·강사 10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첨단산업 및 에듀테크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AI 융합기술 교육을 위해 20개 과정을 개편해 220명에게 교육을 실시하면서 전문가 초빙 컨퍼런스를 통해 최신 기술 트렌드를 확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이야기가 있다면.

올해부터 시작한 교육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중심으로 지·산·학·연 상생협력을 강화해 지역성장을 지원하고 동행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 하려고 한다. 충남 RISE 사업에서 한기대는 신청한 11개 단위과제 중 10개가 선정됐다. 이 가운데 주관하는 7개 과제 중 3개는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실무 중심교육과 산학협력, 재직자 교육, 지역 밀착형 평생직업교육 체계 등이 충남지역 산업 수요와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국내 최고 수준의 공학계열 및 인적자원개발(HRD) 특성화 대학으로서 강점을 살려 충남지역의 전략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력 양성과 재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지·산·학·연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 또한 내년부터 한기대의 역량을 모아 고용노동 분야 ‘미래전략 보고서’를 출간해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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