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행정명령 서명

2025-08-01 13:00:05 게재

최대 41% 관세·환적시 40% 중과세…8월 1일 발효, 무역전쟁 본격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항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최신 조치로 수십 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명령에 서명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1일(현지시간) ‘상호관세율 추가 수정(Further Modifying the Reciprocal Tariff Rates)’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8월 1일부터 새로운 상호관세 체계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규모 연간 상품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대한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기존 관세를 한층 강화해 국가별·품목별 맞춤형 압박에 나섰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국가별 상호관세율은 크게 상향됐다. 시리아 41%, 라오스·미얀마 40%, 스위스 39%로 최고 수준이며, 세르비아와 이라크는 35%다. 인도는 25%, 베트남·대만 20%,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은 19%가 적용된다. 브라질과 영국은 10%, 한국과 일본은 기존 15%가 유지된다. 유럽연합(EU)은 미국통합관세표(HTSUS) 1열 일반세율(Column 1 Duty Rate)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15% 미만인 품목은 합산 15%까지 인상되며, 15% 이상인 품목에는 추가 관세가 없다. 가령 EU산 일반세율 5% 품목은 이번 조치로 10%가 추가돼 총 15%가 된다.

행정명령은 환적(transshipment) 회피를 강력히 단속한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제3국 경유를 통한 우회 수출을 확인하면 해당 품목은 기본 상호관세 대신 40% 중과세를 받고, 19 U.S.C. 1592에 따른 벌금 등 다른 제재도 함께 부과된다. CBP는 6개월마다 불법 경로와 시설 목록을 공개해 정부조달, 국가안보 심사, 기업의 상업적 실사에 참고하도록 한다. 이는 동남아·중남미를 경유하는 중국·러시아산 물량과 저가 소비재 수입품에 직접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적용 시점과 예외 조건도 명확히 규정됐다. 8월 7일 0시 1분 이후 미국에 수입·통관되는 물품부터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되며, 이미 선적돼 미국으로 운송 중이며 10월 5일 전 통관되는 물품은 기존 세율이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오늘 몇몇 나라와 훌륭한 무역 합의를 했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수조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다만 구체적 국가명과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캐나다에 대해서는 “공정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추진이 불쾌했지만 협상 결렬의 직접 원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30% 인상 위기’를 피하며 숨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 후 현행 25% 관세를 90일간 유지하고 비관세 장벽 철폐에 합의했다. 멕시코는 3개월간 미국과 협상할 시간을 벌었으며,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기준을 충족하는 품목은 무관세가 유지된다. 2023년 기준 멕시코는 4901억달러 규모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해 중국을 제치고 대미 수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브라질은 미국의 고율 관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수출품의 약 36%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며, 협상이 결렬되면 국제기구 제소와 맞불 관세를 검토 중이다.

브라질은 항공기 석유 오렌지주스 등 전략 품목은 예외를 확보했지만 커피 육류 철강 광물 등 주요 산업은 여전히 불안하다. CNN은 트럼프의 브라질 관세 행정명령을 “실효성 부족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압박과 함께 국내 물가 대응에도 나섰다. 그는 17개 글로벌 제약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약값 인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며 “조처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가정을 보호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무역 정책과 함께 약가, 마약 문제까지 결합한 전방위 압박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제조업 보호와 단기적 무역적자 완화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과 공급망 재편 리스크를 크게 높일 것으로 우려한다. 유럽연합·브라질·스위스·라오스 등 주요 교역국의 보복 관세 가능성, 동남아를 통한 환적 규제 강화, 중남미·아시아 수출국의 경제 충격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활용한 미국 기업들도 중장기적으로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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