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전형별 합격기

정시_최민재 한국외대 Language & Diplomacy학부

2025-08-01 18:31:11 게재

불국어 좌절 딛고 혼공으로 재도전 성공

최민재

최민재

한국외대 Language & Diplomacy학부 1학년 (경기 보정고)

최민재씨는 두 번의 도전으로 한국외대 Language & Diplomacy학부에 입학했다. 고등학교에서는 자연 계열을 선택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인문 계열 진학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수단으로 정시를 택했다. 첫 수능은 긴장한 데다 1교시 국어가 예상보다 어렵게 나와 평정심을 잃었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지만 아쉬움이 남아 재도전을 선언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두 번째 수능을 준비한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는 민재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정시에 주력하게 된 이유는?

주변의 조언과 자연 계열을 희망하는 친구들 때문에 저도 별 고민 없이 자연스레 자연 계열 학과를 목표로 삼았어요. 2학년 때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선택해 이수했죠. 그런데 공부를 할수록 제 적성과 맞지 않더라고요. 인문 계열이나 사회과학 계열로 진로 방향을 다시 잡았고 흥미가 줄어든 과목은 자연스럽게 성적이 하락했죠. 2학년 1학기 평균 내신이 2등급 후반으로 밀리면서 정시 지원을 염두에 뒀고, 2학년 2학기가 끝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에 몰두했습니다.

Q. 고등학교 생활과 첫 수능은?

정시로 방향을 바꾼 후에도 학교생활에 큰 변화는 없었어요. 수능과 연관된 국어 영어 등의 기초 교과 수업은 열심히 참여했고요. 가장 좋아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교과는 국어였는데 3학년 2학기까지 전체 3등급 중반의 평균 내신을 기록하면서도 국어만큼은 1.7등급을 유지했습니다. 수능 선택 과목인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을 모두 공부했고 둘 다 1등급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해 <언어와 매체>를 선택했습니다. 수학은 연산은 다소 약하지만 도형 풀이에 강점이 있어 <기하>를 선택했습니다. 탐구는 <세계사>와 <지구과학I>을 선택했는데 고3 내내 모의고사 성적을 기복 없이 잘 유지했고 수능에서도 어렵지 않으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수능에서는 역대급 ‘불국어’ 에 크게 당황하면서 평정심을 잃었고 시험 내내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었어요.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을 망쳤다고 생각하니 기가 꺾이고 마음이 쓰여 다른 과목도 최선을 다해 집중하기 어려웠거든요. 결국 국어 2등급, 수학 4등급, 영어 3등급, 탐구는 각각 2, 4등급을 받았고, 성적에 맞춰 단국대 영문과에 진학했어요. 장학금도 받아 일단 대학에 다니며 입시에 재도전하기로 했습니다.

Q. 두 번째 수능은 어떻게 대비했나?

첫 수능을 실패한 건 수능 당일 필요 이상으로 긴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망쳤다고 좌절했던 국어는 2등급, 백분위 95점이었어요. 어려운 시험은 표준점수가 높아 선전한 셈이었죠. 과도한 긴장과 약한 정신력이 더 나쁜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재도전 때는 편안하게 평소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에 초점을 뒀어요. 수능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2학기까지 휴학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초반의 각오와 달리 1학기 때는 새내기 생활에 빠져 수능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과 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으로 혼란스럽기도 했고요.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6월 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현강이나 인강 없이 혼자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다만 수학만 동네 학원에서 도움을 받았어요.

첫 수능의 선택 과목을 유지하면서 탐구만 <지구과학I>에서 <동아시아사>로 바꿨습니다.

<지구과학I>은 실제 수능에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역사를 좋아하고 암기에 능해 <동아시아사>를 새로 공부하는 것도 부담되지 않았어요. 준비할 시간도 넉넉지 않아 모든 과목은 <수능특강> <수능완성> EBS 모의고사 위주로 공부했고요. 두 번째 수능에서는 수학은 3등급, 나머지 과목은 모두 1등급을 받았어요.

Q.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시험 현장에서는 한번 평정심이 무너지면 이어지는 과목도 집중해서 문제를 풀기가 어려워요. 평소 좋아하는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시험 당일 아침에도 음악을 들으며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했어요. 내게 어려운 시험은 남들에게도 어렵다는 생각을 되뇌었죠. 자신의 속도에 맞춰 꾸준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관리해 수능 날까지 꾸준함을 이어가야 합니다. 집중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구분해 잘 자고 푹 쉬고 집중해서 공부하면 됩니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외교·무역에 특화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일, 흥미 있는 분야, 가고 싶은 대학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선택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TIP 내게 맞는 과목 선택 & EBS 교재로 꾸준히 혼공

“내게 맞는 과목 선택”

수능 선택 과목은 <언어와 매체> <기하> <세계사> <동아시아사> <중국어>를 택했다.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기하>는 나에게 맞고 점수를 받기 유리해 택했다. <동아시아사>는 재수를 하면서 선택했는데 역사를 좋아하고 암기에 강해 어려움은 없었다. 역사 과목의 특성상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는 맥락을 파악하고 연결고리를 찾으면 암기 효율이 높아졌다. 두 과목에 중첩된 내용이 있고 한 과목이 다른 과목의 전체 맥락 이해에 도움을 줘 함께 공부하는 시너지가 있었다. 제2외국어는 중국어에 익숙해서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EBS 교재로 꾸준히 혼공”

“두 번째 수능은 전 과목을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기본으로 공부했다. 국어는 이감의 <간쓸개> 시리즈의 도움을 받았고, <세계사>와 <동아시아사>는 개념 이해와 암기를 기본으로 수능 기출문제집 <마더텅>을 반복적으로 풀어 성적을 올렸다. 2학기에도 휴학을 하지 않았는데, 오전으로 수업을 모두 몰고 점심 직후부터 도서관으로 직행해 밤늦게까지 꾸준하고 우직하게 공부했다.

취재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