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3특 의료망 구축

국립대병원 ‘수도권 빅5’ 수준으로 육성

2026-07-23 13:00:1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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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포괄2차병원 배치…시군구엔 한국형 주치의

정부가 전국 의료체계를 5극3특 중심의 대진료권과 70개 중진료권, 시군구 단위 소진료권으로 재편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은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육성해 암·심뇌혈관질환 등 고난도 중증질환을 담당하게 하고,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은 응급수술과 중환자 진료를 제공하는 지역거점병원으로 강화한다. 농어촌에서는 보건소 등의 진료 기능을 모은 가칭 ‘공공보건의원’을 도입하고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한국형 주치의제도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2027년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1조2000억원을 신설하고 건강보험에서는 연간 4000억원 규모의 지역수가를 도입한다. 중증·응급·분만·소아·재활 등 저평가된 필수의료 수가 개선에는 연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을 목표로 하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오후에 이재명 대통령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전략은 지역 완결적 의료공급체계 구축,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 공공보건의료체계 혁신, 인력·인공지능 등 추진 기반 강화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 해 약 98만명의 환자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갔다”며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해 치료 가능한 사망을 줄이고 중증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증도 따라 대·중·소 진료권 구분 = 정부는 의료체계를 환자의 중증도와 생활권에 따라 3단계로 나눈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수도권 등 5극과 강원·전북·제주 등 3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한 대진료권에서는 국립대병원과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고난도·중증질환을 담당한다. 1개 이상의 시군구를 묶은 70개 중진료권에서는 지역거점공공병원과 포괄2차종합병원이 중등도 질환을 치료한다. 시군구 단위 소진료권에서는 동네의원과 보건소·공공보건의원이 경증 치료와 건강관리를 맡는다.

진료권은 의료 이용과 자원 현황 등을 분석해 5년마다 지정·고시한다. 핵심은 개별 병원 지원을 넘어 환자가 지역 안에서 경증 진료부터 중증·응급 최종치료까지 이어서 받을 수 있는 연결망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 국립대병원에는 전임교수 확대 등을 통해 우수인력을 현재보다 30% 이상 확충한다. 지역병원 순환수련과 전공의 정원 배정을 20% 이상 늘리고 암·심뇌혈관질환 등 필수의료 전문센터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국립대병원의 공공성과 중증진료 역량을 별도로 평가해 건강보험으로 보상하는 체계도 도입한다.

지역 상급종합병원에는 중증진료 수가를 더 지급하는 대신 지정기준에 필수의료와 고난도·중증진료 실적을 반영한다.

발언권 요청하는 참석자들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병원 없는 중진료권 확충 = 전국 70개 중진료권에서는 지방의료원 35곳과 적십자병원 6곳 등 41개 지역거점공공병원을 확충·육성한다.

진료 역량이 취약한 경북 상주·문경권, 경남 거창·합천·함양권, 경남 통영·고성권의 공공병원은 이전·신축을 우선 추진한다. 제천·단양권, 논산·부여·금산·서천권, 영광·담양·장성권 등 비수도권에서 공공병원이 없는 10개 안팎의 중진료권은 지방정부와 확충 방안을 협의한다.

민간병원도 지역 의료망에 포함한다. 고난도·중증질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환과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포괄2차종합병원을 175곳에서 195곳으로 늘리고 지원액도 7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확대한다.

공공병원은 지역 여건에 따라 △24시간 필수의료와 중등도 진료를 제공하는 종합형 △내·외과, 응급, 소아·분만 등에 집중하는 필수의료 집중형 △재활·취약지 진료 등을 맡는 기능특성화형으로 나눈다. 비수도권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는 모든 병동에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호자나 사적 간병인 없이 입원할 수 있도록 해 고령 환자가 많은 지역의 간병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농어촌 공공보건의원·한국형 주치의 도입 = 시군구 단위에서는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를 정비해 통합형 보건지소를 운영하고 보건소 등의 진료 기능을 집중한 공공보건의원을 도입한다. 공공보건의원에 의료인력을 우선 배치하고 순회진료와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을 통해 먼 지역의 공백을 보완한다.

도서·벽지에서는 비대면진료 때 의약품 배송을 허용하고 약국이 없는 무약촌에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을 확대한다.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영양사·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하는 한국형 주치의팀도 운영한다. 진료뿐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와 영양·운동 상담, 복지·돌봄 연계를 함께 제공하는 모델이다. 재택의료센터는 올해 463곳에서 2030년 650곳으로 늘린다.

간담회에서는 공공보건의원이 아직 개소 수와 소요 예산조차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강화에는 숫자와 예산이 있지만 공공보건의원에는 아직 없다”며 “가장 흔하면서도 추진하기 어려운 1차의료 과제인 만큼 별도 예산과 실행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급 최종치료 중심으로 개편 = 응급의료기관 평가는 시설과 장비 보유 여부에서 실제 최종치료 가능 여부 중심으로 바뀐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해 2025년 44곳에서 올해 53곳, 2030년 약 60곳으로 확대한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늘릴 방침이다.

9월부터는 응급의료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환자 중증도별로 적정 의료기관군을 사전에 정하고 중증환자 이송이 지연되면 광역상황실이 개입해 병원을 선정한다. 당장 최종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우선수용병원에서 안정화 처치를 시행한다.

닥터헬기는 8대에서 12대로 늘리고 일부 기종의 운항거리를 130㎞에서 270㎞로 확대한다. 군·소방헬기와의 공동 운영 및 야간 운항도 강화한다.

중증모자의료센터는 5극3특을 중심으로 2곳에서 6곳으로 확대한다. 취약지부터 산모등록제를 도입해 고위험 산모에게 산전진찰과 분만, 응급상황 대응, 산후관리까지 담당할 병원과 모자의료센터를 미리 지정한다. 외래 산부인과가 없는 20개 시군구에는 순회진료를 제공하고 타 지역 병원을 이용하는 산모에게 교통비와 숙박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은 2025년 115곳에서 올해 153곳으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12곳에서 14곳으로 늘린다. 인구감소지역에는 예방접종, 영유아 건강검진, 경증질환 관리를 묶은 소아주치의제를 우선 도입한다.

현장 의료진은 수가 인상만으로 의료공백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충남대병원 이병국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장은 “일부 센터는 의료진 한명만 빠져도 운영을 중단해야 하고 밤에는 의사 한명이 미숙아 35명을 맡는 경우도 있다”며 의사뿐 아니라 숙련 간호사와 보조인력의 정원 확대, 특별수당, 의료기관 간 파견을 위한 겸직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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