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내일신문 공동기획 | 탄소중립, 학교에서부터
“의사는 사람을 구하고 에너지전문가는 지구를 구한다”
2025 에너지드림팀 심화캠프 … 에너지 절약으로 지구를 구하는 고등학생
‘탄소중립, 학교에서부터! 2025 에너지 데이터 교실’에 참가했던 서울시와 경기도 소재 8개 고교 240명의 학생들 중 우수한 성과와 성실함을 보여준 40명의 학생들이 에너지 드림팀 심화캠프에 선발됐다. 에너지 드림팀 심화캠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내일신문이 주최한 대회로 지난달 29~30일 경주에서 1박 2일 캠프를 열었다. 학생들은 에너지 데이터 교실에서 학습한 이론을 바탕으로 재학 중인 학교의 에너지 개선방안을 심화 탐구하는 해커톤 대회를 열고 고리원자력본부 발전소와 홍보관을 견학했다.
서울 명지고 상일여고 선덕고 염광고 재현고 한대부고 경기 퇴계원고에서 선발된 학생들은 해커톤 대회와 원자력 홍보관 견학을 통해 탄소 중립과 원자력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표희수 내일신문 ESG부문 본부장은 “의대 광풍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고등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접할 기회를 주었는가를 뒤돌아봐야 한다”며 원자력 산업을 비롯해 여러 방면의 진로에 매력을 느끼기를 바라고 마련한 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사람을 구하고, 에너지전문가는 지구를 구한다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 “에너지 절감, 수치로 설득하라” = 2025 에너지 드림팀 심화 캠프는 해커톤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커톤이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한정된 시간과 조건 안에 주제에 맞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대회다.
김재민 이젠파트너스 대표는 효율적인 에너지 사업을 위한 경제성 평가에 대해 강의했다. 김 대표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을 수치화할 때 설득력을 갖고 의사결정권자를 움직일 수 있다”며 “기술과 경제의 타당성, 환경과 운용의 편의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절감량을 화폐 가치로 환산해 근거 자료와 함께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순중 이젠파트너스 이사가 효율적인 에너지 컨설팅 보고서와 발표 자료 작성법을 강의했다. 학생들은 학교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진단해 구체적인 에너지 절감 실행 계획이 담긴 컨설팅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1박2일 캠프에서 할 일이었다.
문제 정의→이슈 구조화→이슈 우선순위 설정→이슈 가설 설정→자료 수집 및 분석→검증 및 시사점 도출→실행 및 제안의 7단계를 거쳐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이 강의에 담겼다.
김 이사는 “데이터 분석 못지않게 중요한 게 보고서에서 데이터를 적절하게 시각화하는 것”이라며 “메시지를 논리적인 이야기 흐름과 간결한 시각 자료를 통해 전달할 것”을 당부했다.
◆ 태양광 패널부터 차열 페인트까지 절약방안 봇물 = 8개 팀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데이터 교실에서 배운 통계와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재학 중인 학교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작성하고 발표했다.
해커톤 대회의 심사 기준은 스토리텔링·데이터 충실성·발표 전달력·창의 혁신성 네 가지 기준이었다.
대상은 유난히 더운 동향 교실에 열반사 단열재와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차양막 설치를 제안한 퇴계원고A팀이 차지했다. 학교 행정실을 통해 전기와 가스 에너지 자료를 구해 저비용 고효율로 예산을 책정하고 비용 회수 기간을 계산했다. 김예일 학생은 “오렌지3라는 블록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해 데이터 흐름을 직관적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퇴계원고B팀은 쿨루프를 위한 차열 페인트와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해 조달청 혁신 장터와 구글 어스를 활용했다. 박재윤 학생은 “우리 학교는 태양광 패널이 전력 소비량의 20%를 담당하고 있다”며 “옥상에 더 많은 패널을 설치해 잉여 전력을 주변 아파트에게 판매하는 지역 연계 사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우수상은 선덕고로 재실자 냉난방 제어 시스템으로 1800만원 설치비를 투자해 연간 2500만원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것을 제시했다. 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약 3년 후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김석준 학생은 “효율이 높은 단결정 태양광 패널을 대량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며 “부산에서는 태양광 설비를 갖춰 탄소 배출권을 파는 초·중·고등학교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 창호 개수 세고, 학교 행정실에 전화하고 = 장려상을 수상한 5개 학교는 △ 열섬 현상 해소를 위한 냉난방 제어시스템과 외관 녹지화(명지고) △ 고정형 태양광 패널의 계절별 최적 각도와 탄소 감축량 계산(상일여고) △ 재실자 제어와 스케줄 제어를 함께 사용하는 방안(염광고) △ 기화열을 이용해 단열하는 미스트 분사기(재현고) △ 로이4중창의 단열 효과와 에어컨 교체(한대부고)다.
김세연 상일여고 학생은 “위도와 경도를 계산해 우리 학교에 맞는 태양광 패널 각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적극성과 협동심이 돋보여 개인 MVP상을 받은 전서연 한대부고 학생은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에 전화하고 우리학교 창호의 개수를 직접 세어보았다”고 회고했다.
◆ 원전, 주 제어실부터 해체 홍보관까지 =고리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단지다. 학생들은 홍보관인 ‘고리에너지팜’으로 먼저 향했다.
고리에너지팜은 지상 1층 에너지관, 지하 1층 원자력관과 원전해체홍보관을 갖췄다. 에너지관은 에너지가 순환하는 모습을 이해하고 에너지의 중요성을 오감으로 확인하는 체험형 전시 콘텐츠로 구성됐다. 원자력관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기본 지식을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최유민 염광고 학생은 “고리 1호기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해체할 예정임을 원전 해체 홍보관에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홍보관을 살펴 본 후 원자력 발전소 주 제어실·터빈홀·사용 후 핵연료 저장소 등을 둘러봤다. 조현익 재현고 학생은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부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보며 국가 전력 생산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음을 느꼈다”며 “나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