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세계기상기구가 전력 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

2025-08-05 13:00:00 게재

세계기상기구(WMO)는 기상과 기후, 수문학 분야 정부 간 기구로 올해로 창립 75년을 맞아 “과학을 행동으로”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어떤 행동을 하라는 것일까? 과학을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하라는 것일까?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기후위기 유발 물질인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는 것과 이미 일어나고 있는 기후위기에 사회경제 시스템을 적응시키는 두가지가 있다. 과학을 기반으로 탄소중립 지원에서 중요한 에너지전환과 전력시스템을 위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WMO는 구체적 행동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지난번 이 칼럼에서 프로야구를 포함한 스포츠에 폭염이 미치는 영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쓴 바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폭염은 폭주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우리나라가 늦었을 뿐이다. 재생에너지를 도입했을 때 생기는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에 초점을 맞춰 문제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재생에너지의 단점 중에서 가장 공격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의 예측불가능한 면에 대해서 언급해보려고 한다.

그리스신화에서 태양과 바람을 관장하는 신은 제우스와 아이올로스이다. 다들 알다시피 제우스는 변덕스럽게 햇빛을 바꾸고, 아이올로스는 실수 때문에 강풍을 일으킨다. 변덕스럽고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까?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과 에너지 전환 지원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는 에너지 공급을 위한 발전과정에서 발생한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발전원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대전환이라는 이름처럼 사회 전부분의 기술접목과 협력이 필요하다. 행정·법·제도지원과 함께 대전환의 사회적 충격을 줄이고 화석연료 수입을 줄여서 얻은 이익을 활용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야한다.

이를 위한 것으로는 재생에너지의 증가와 이를 지원하는 발전량 예측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전기를 얼마나 사용할지, 즉 수요 예측만 필요했다면 재생에너지의 등장은 우리가 얼마나 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즉 공급량 예측도 필요하다.

전기는 모자라도 남아도 모두 큰 문제다. 발전 에너지 분산과 계통의 관성을 고려한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 예측이 전체 전력시스템의 일부로 작동해야한다. 영국은 오랜 기간의 준비를 통해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로 전력생산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항공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보다 적게 만들었다.

WMO는 재생에너지 예측을 위한 기상 및 기후정보의 중요성에 따라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연구 그룹을 만들고,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협력해 재생에너지 자원 지도 제작, 재생에너지 잠재성 및 수요변화 분석 보고서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는 전력 에너지의 국가간 무역을 통해 재생에너지 수급의 불균형 해소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에 찬성 여부와 관계없이 발전소와 전력망 등의 전력시스템은 현재 일어나고 있거나 향후에 발생할 기후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송전선이 강풍에 견디도록 설계하기 위해 과거 태풍 및 강풍 발생 사례를 분석해 기준을 선정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태풍이든 폭염이든 과거를 바탕으로 계산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일어나서 지금같은 추세라면 산업혁명 이전보다 폭염 발생 비율은 빠르고 크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 자료에 기반한 기존 시설물은 미래에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예측만의 문제는 아니다

폭염은 우리 건강뿐만 아니라 전력시스템에도 악영향을 준다. 올해 우리나라 주변 바닷물 온도는 평년보다 매우 높은데 이는 냉각수 상승으로 인한 화력 및 원전의 냉각 송전 저장효율 저하로 출력제한이나 가동중단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폭염으로 증가한 냉방에너지 소비 증가와 이러한 전력계통의 위험 증가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큰 잠재적 위험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과학을 행동으로”라는 슬로건은 신영복 선생의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발로 이어져 현장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을 위해서는 추가비용이 들지만 세계은행은 추가비용 대비 6배의 금전적 혜택이 있다고 보고했다. 가격상승에 민감한 우리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향해 자동차 뒷좌석에만 있지 않고 운전대를 잡는 하이데거의 결의를 우리는 기후위기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

홍진규

연세대 교수

대기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