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품어 온 바다, 산성화 상처 어떻게 치료할까?”

2025-08-05 13:00:20 게재

지구과학 화학 생명과학 등 과학 교과서 배운 지식 토대로 해양과학 심화 수업 진행

해양교육 콘텐츠개발사업 … 해양과학 주제 교육에 15개 고교 400여명 참여, 탐구보고서 제출

너무 덥다. 멀게 느껴졌던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탄소중립 같은 말들이 현실감 나는 요즘이다. 북극 바다의 얼음이 녹아 생기는 뱃길을 선점하자는 북극항로도 당장 준비에 나서야만 할 것 같은 날씨다.

미리 준비하면 좋지만, 궁해지고 급해야 일이 시작되는 것도 맞다. 바다의 가치가 아무리 중요해도 배우는 학생, 교육이 시행되는 학교의 입장에 서지 못하면 당위성만 커지는 법이다. 지금까지의 해양교육이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해양과학과 수산물마케팅, 두 부분으로 나눠 ‘학교에서 통하는’ 해양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와 내일신문이 의기투합했고, 해양수산부가 힘을 더해준 ‘해양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의 과정을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

“빗물의 수소이온농도(pH)가 5.6이고 바다는 8.0이니까 차이가 굉장히 크잖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는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해요. 바다는 그렇지 않아요. 바다는 매우 안정된 환경이기 때문에 작은 pH 차이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먹는 서해바다 꽃게의 생존 개체수가 이렇게 감소하는 게 한 예입니다.”

김태욱 교수(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의 조용조용한 강의에 학생들 눈빛이 반짝인다. 9일 오전 서울 언남고에서 진행한 ‘기후 위기와 해양 산성화의 이해’ 수업이다. 해양과학의 영역에서 해양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산하기 위해 개설한 수업이다.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와 내일신문이 주관하고 해양수산부가 주최했다. 수업 콘텐츠는 해양과학 분야 전문가들과 고교 과학교사들의 협업으로 만들었다. 김 교수를 포함한 전공 연구자 그룹과 생명과학 지구과학 화학 등 고교 과학교사들이 기획단에 참여했다.

7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언남고에서 진행한 ‘기후위기와 해양 산성화의 이해’ 수업. 김태욱 교수가 강의를 진행했다. 사진 남준기 리포터
화학 과목을 맡고 있는 이효종 교사(서문여고)는 “요즘 학교 현장에서 선호하는 외부 수업은 교과 내용을 기반으로 심화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해양과학은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세 과목을 융합한 내용이라 그런 흐름에 딱 맞는 수업”이라고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

해양 산성화가 진행됐을 때 굴껍데기의 용해를 관찰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영파여고(서울 송파구) 학생들. 사진 남준기 리포터
수업은 하루 3시간씩 2회차에 걸쳐 진행하고 3회차 수업에는 학생들이 각 조별로 정한 탐구 주제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언남고의 첫날 수업은 △해양 산성화의 이해 △해양의 이산화탄소(CO₂)흡수 △해양 산성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둘째날 수업은 △해양 산성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해양 산성화 대응과 해결방안으로 이어졌다.

◆인간문명의 이산화탄소 배출 = 해양 산성화의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벌채 등 인간문명의 CO₂배출이다. 대기 중 CO₂농도가 높아지면 바닷물이 CO₂를 더 많이 흡수하고 그 결과 수소이온농도가 낮아져 점점 산성화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 원인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증가를 막아주는 후과로 바다가 상처를 받는 셈이다.

6시간 동안 수업은 해양 산성화 과정의 구체적인 이해에 초점이 모아졌다. ‘해수의 수소이온농도와 CO₂의 관계’ ‘대기중 CO₂는 왜 증가하는가?’ ‘산성화에 의한 해양생물의 껍데기 용해(녹아내림)’ ‘해양 산성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 ‘해양 산성화 대응 현황’ 등이다.

고등학생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주제들이다. 특히 첫날 다룬 ‘지구상 물의 기원과 순환’ ‘인간문명이 배출한 CO₂로 인한 해양의 총이산화탄소 증가와 각 해양별 분포’ 등은 대학생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러나 깊이 파고 들어가는 수업 진행에 오히려 학생들의 반응은 진지했다. 전문가 강의에 참여한 모아라 연구원(극지연구소 세종펠로우)은 극지방에서의 연구 사례 등 경험을 살린 강의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교수와 연구원 등 전공자 그룹과 고교 과학교사진의 협업으로 직접 제작한 해양교육 교재. 사진 남준기 리포터
1850년에서 2020년까지 지구상 누적 탄소배출량은 455(± 25)기가탄소톤(GtC)이었다. 이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배출량 46%는 석탄에서, 35%는 석유, 14%는 천연가스, 3%는 탄산염 분해(시멘트 제조), 1%는 플레어링(폐가스와 증기 소각처리)에서 발생했다. 1850년까지만 해도 영국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2%를 차지했다. 1917년 이후에는 미국의 누적 배출량이 가장 컸다. 1850년에서 2020년까지 미국의 누적배출량은 110GtC으로 전세계 배출량의 25%를 차지했다. 유럽연합은 80GtC으로 18%, 중국은 60GtC으로 14%를 차지했다.

◆오징어류 감소가 77.4%로 가장 커 = 언남고 학생들은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지구상 물의 순환’ 등이 많이 도움이 됐다”며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진로 희망에 따라 4개조를 짜고 조별토론을 거쳐 질문과 토론을 이어갔다.

김태욱 교수는 “이번 강의의 주제인 해양 산성화는 여러분이 더 많이 겪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참가리비’는 수소이온농도가 낮고 수온이 높을수록 생존율이 낮았다. ‘비단가리비’는 온도 조건에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수소이온농도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경북 후포 해안에서 채집한 ‘대게’ 새끼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대게 새끼들은 수소이온농도가 낮을수록 호흡이 줄어들고 성장률과 생존율이 떨어졌다.

수산경제연구원 2024 보고서 ‘연근해 어업 주요 어종 생산량 변동 추이’도 심각한 내용이다. 1991년에서 2022년 어업생산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갈치’ ‘고등어’ ‘오징어’ 등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주요 어종 모두 생산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생산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어종 1위는 멸치였다. 갑각류는 ‘붉은대게’ ‘꽃게’ ‘새우류’ ‘기타 게류’ 순이었다. 패류는 ‘굴’ ‘바지락’ ‘고둥’ ‘키조개’ ‘동죽’ 순이었고 연체동물은 ‘살오징어’, 기타는 ‘성게’ 순이었다. 전체 수산물 생산량 감소치는 44.9%였다.

연체동물(오징어류)의 감소치가 77.4%로 가장 컸다.

해양산성화가 우리 바다의 먹거리 지도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예술로 바다 중요성 알리고 싶어” = “여러분은 이번 세기 말까지 다 살아 있잖아요. 지금의 기후변화는 대부분 타깃이 이번 세기입니다. 여러분 세대의 인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구 생태계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해양 산성화가 바다 생물에 미치는 영향과 해양 산성화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학생들은 조별토론을 거쳐 다양한 질문을 했다.

“저희 조가 예술 쪽이랑 사회 쪽이랑 겹쳐있어서 탐구 주제를 예술로 해보았습니다. 바다 환경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예술을 통해 알리는 쪽으로 탐구 주제를 잡았으면 합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해양 산성화는 너무 멀리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예술은 파급력이 세고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으니 여러분이 이 주제로 작품을 만들겠다면 더 많은 자료로 구체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화답했다.

3회차 탐구주제 발표 수업에서는 ‘해양산성화 속 생물의 적응과 진화’를 발표한 조의 탐구보고서가 학교 우수보고서로 선정됐다.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는 해양과학수업이 진행된 15개 고교별로 각 1개씩의 우수 탐구보고서를 제출받아 평가를 거쳐 시상하고, 성과공유회를 통해 확산할 예정이다.

글·사진 남준기 환경전문 리포터·정연근 기자 namu@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