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에서 배터리까지 첨단 산업 선도할 성균관대 신설 학과

2025-08-07 17:26:42 게재

성균관대는 2026학년부터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와 배터리학과를 신설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는 급성장하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연구부터 인허가까지의 전 주기를 다룬다. 바이오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배터리학과는 미래 배터리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이 목표다. 성균관대와 삼성SDI가 협력해 개설한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이기도 하다. 두 신설 학과의 특징과 교육과정을 소개한다.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

신약 개발과 규제 과학을 아우르는 인재 양성

화학 공정으로 만드는 합성 의약품과 달리 바이오 의약품은 단백질, 유전자, 세포 등 생물체에서 유래한 물질로 만드는 신약이다. 코로나19 백신, 유전자 치료제 등이 이에 속한다. 생물체 유래 단백질과 호르몬을 사용해 합성 의약품보다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합성 의약품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공략하면서 세계 신약 시장은 점차 바이오 의약품 기반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정밀 의료, 희귀 질환, 항암 치료 영역이 점차 바이오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은 바이오 의약품 전문 인력과 신속한 제품화를 이끌 수 있는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 역량을 갖춘 인력이 부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편이다.

성균관대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 신주영 교수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 전 주기의 융복합 전문 지식과 규제 과학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련해 바이오 신약 개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산업 현장이나 대학원에서 이루어졌던 바이오 의약품 개발 연구와 규제 과학을 학부에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병의 발생과 진행 과정을 이해해 약물 타깃을 선정하고 약물 타깃에 작용하는 후보 물질을 찾는 탐색 단계, 찾은 후보 물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제제화하는 비임상 단계, 그리고 인체 임상 시험으로 이어진다. 큰 틀에서 보면 합성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이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바이오 의약품은 ‘생명체 유래 물질’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신약 개발 과정 중에 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합성 의약품 제조 과정이 자전거 조립이라면, 바이오 의약품은 비행기나 우주선을 만드는 것처럼 덩치가 크고 복잡하다. 온도·pH 등 세포의 컨디션이 변하면 구조가 흔들리고 모양이 달라진다. 바이오 의약품은 열·진동에 약해 정밀 정제·검사가 필요하고,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는 바이오 신약 개발에 필요한 생명과학 의생명 화학 등에 대한 전문 지식 교육, 글로벌 신약 인허가 교육과 국내 신약 개발 회사, 글로벌 제약사, 식약처 등 규제 기관과의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현장 감각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생명과학과 화학 흥미 있는 학생에게 추천

1~2학년은 분자세포생물학, 생리학, 병리학, 유기화학, 분석화학 등 신약 개발의 기초가 되는 과목을 배우고, 3~4학년 때는 약물학, 약제학, 바이오 의약품학, 단백질 구조학, 임상 시험·허가 절차, 약물 감시 등 전임상 단계와 규제과학의 실전 과목을 배운다. 또한 전 학년에 걸쳐 기본적인 AI 활용, 빅데이터 분석, AI 기반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신약 개발의 최첨단 기술 관련 과목을 배우게 된다. 또한 바이오 의약품 신약 개발의 실질적 능력 향상을 위해 대학 연구실과 바이오 제약 현장에서 실습할 기회가 주어진다.

졸업 후에는 제약·바이오 회사,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 기관, 임상 시험 센터, 연구소 등에서 근무한다. 제약 회사나 바이오 회사에서는 신약 개발과 임상, 허가를 담당하는 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 기관에서는 인허가 심사와 정책을 연구한다. 또한 임상 시험 센터에서는 임상 시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대학·연구소에서는 신약 연구원으로 일한다.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의 모집 인원은 총 33명으로 수시전형에서 17명, 정시 나군에서 16명을 선발한다. 신 교수는 “생명과학과 화학을 좋아하고, 신약 개발 과정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라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신약 개발과 규제를 연결하는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첨단 기술과 규제과학의 전략적 사고를 동시에 품은 융합 인재로 성장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배터리학과>

삼성SDI 채용 연계, 첨단 기술의 동력

AI와 전기차,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의 급성장으로 오래 지속되고 안전한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자율주행차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명령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차량 내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고, 급증한 전력 사용량을 감당하려면 배터리 용량이 커야 한다.

성균관대 배터리학과 김병훈 교수는 “첨단 기술에 동력을 제공하는 배터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 고용량, 고속 충전, 안전성을 갖춘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요구가 급증할 전망이다. 차세대 배터리로의 완전한 전환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앞으로 배터리 전문가가 활동할 무대는 더 넓어질 것이다. 현재 사용 중인 리튬 이온 배터리도 향후 20년간 시장이 5~7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성장 가능성이 이 정도로 큰 산업은 흔치 않기 때문에 전망도 밝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것으로,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 위험이 없어 안정성이 높고 분리막이 필요 없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 배터리학과는 교육과정부터 실습과 인턴 과정까지 삼성SDI와 함께 설계한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로, 졸업 후에는 배터리·소재 회사인 삼성SDI에 입사할 수 있다.

학문 융합 능력 키우는 교육과정

배터리공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학문은 전기화학과 열역학이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과 전자가 전극 사이를 이동하며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한다. 전기화학은 이온과 전자의 이동을 다루며, 고교에서 배우는 산화-환원 반응이 배터리 분야의 핵심 기초 지식이다.

김 교수는 “산화-환원 반응 외에도 열역학은 배터리의 여러 반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문이다. 화학 반응이 불안정하면 배터리의 효율과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교 화학 시간에 배우는 엔탈피와 엔트로피 개념을 심화 수준으로 탐구하는 학문이 열역학”이라고 덧붙였다.

1학년 때는 배터리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재료·화학·열역학의 기초를 배우고 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음극·전해질 등을 심화 학습한다. 3~4학년에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나노 공정 설계와 분석을 익히며 매 학년 실험과 산업 현장 실습도 함께 이뤄진다. 저학년 때는 기초 학문에 집중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셀-모듈-팩까지 배터리 산업의 전 공정을 순차적으로 다룬다.

다른 학과에 비해 좁은 영역을 다룰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대로 파고들면 배터리는 모든 공학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배터리 제작은 양극, 음극을 구성하는 소재에서 출발하는데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아주 작다. 이것이 모여 배터리의 최소 단위인 셀과 모듈, 팩이 되고 전기차에 사용된다. 소재를 다루는 재료공학 지식도 있어야 하고, 기계의 물성을 다루고 배터리의 발열을 관리하려면 기계공학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구축에는 전기공학 지식이 필요하다. 배터리의 설계·제조 공정까지 집중적으로 다루는 만큼 배터리에 관심 있는 학생이 관련 직무에 바로 진출할 수 있도록 가장 효율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김 교수는 “배터리라는 큰 틀에서 개성과 강점을 살려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 수 있으며, 배터리 전문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다른 공학 기술의 전문가도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배터리학과의 모집 인원은 총 30명으로 수시전형으로 18명, 정시 다군에서 12명을 선발한다. 1·2학년에게는 전원 장학금이 지급되며 3·4학년은 삼성SDI 입사 전형에 합격 시 전액 등록금이 지원된다. 김 교수는 “3~4학년 때는 삼성SDI를 방문해 실무와 연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구성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SDI 입사 후에는 연구소에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고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거나 모듈·팩 개발, 평가 개발, 공정·설비 개발, 시스템·SW 개발 등 다양한 직무에서 근무하게 되며 지원을 통해 석·박사 취득도 가능하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도움말 김병훈 교수(성균관대학교 배터리학과)·신주영 교수(성균관대학교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