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세계질서와 한반도
이상한 전쟁의 시작이었다. 미국이 3개월 전부터 예고해온 그대로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어떤 방식과 경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 예상했는데 그대로 실현됐다. ‘러시아 침공설은 전례 없는 허위정보 캠페인’이라는 러시아의 공식발표를 유럽연합(EU)은 물론 우크라이나도 믿고 있었는데 그러한 신뢰는 붕괴됐다.
전쟁은 여러 면에서 최초를 기록했다. 냉전 이래 최대의 지정학적 지진으로서 2차대전 이후 러시아가 처음으로 동원령을 발동해 일으킨 대규모 침략전쟁이었다.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는 전쟁 전과 전쟁 후 관계로 분리됐다. 세계는 더 분열되고 새로운 진영으로 나뉘면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증대됐다.
전쟁은 미국 예고대로 시작됐지만 미국의 예측과 다르게 전개됐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키이우가 72시간 내에 함락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를 버텨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처럼 국외로 탈출할 것이라는 러시아의 기대도 빗나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항상 전투복을 입고 키이우를 지키며 국민의 항전을 독려했다.
침공 계획을 부인해온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을 막지 못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높였다. 무기지원은 선전포고의 근거도 될 수 있지만 침략국 낙인이 찍힌 러시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연결된 세계, 북한군 파병이 바꾼 게임의 룰
러시아는 이길 수가 없고 우크라이나는 현상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애초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전황이 전개되면 서방국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했다. 서방은 강대국의 힘에 의한 국경선 변경을 용인할 수 없었다. 러시아도 중국 이란 북한과의 ‘격변의 축’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북한군의 파병은 러시아가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군대를 초청한 것이었다. 유럽과 동아시아 안보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포탄 및 미사일, 병력 제공은 전황을 바꿨다. 러시아가 ‘악마의 거래’의 대가로 북한에 핵심 전략무기 기술을 제공한다면 인도태평양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면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종전 합의를 압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전쟁은 종료될 것이며 그 이후를 생각해 두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는 전례없이 연결됐다. 전쟁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종전을 모색한다. 전쟁이 종료되면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인 가치가 하락하며 북한은 다시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할 수 있다.
소련은 1948년 10월 12일 북한을 처음 승인한 나라였지만 1990년 한국과 수교해 남북한과 수교한 최초의 한반도 주변 4강이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외화를 사용한 대가 지불을 요청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압박한 경험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는 북한에 또 변화를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제안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 이는 남북한 관계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은 현실주의 외교정책을 구사한다.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트럼프정부와 임기가 4년 이상 남은 한국정부와 어떤 합의가 도출되는 경우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전쟁 종료가 가져올 기회 고려한 한수를
어렵지만 북한 비핵화협상도 재가동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3월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자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한 대가로 외화 석유 군사기술을 제공받아 이전보다 유리한 상황에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면 다시 시간이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서로 연결된 세계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미러관계는 물론 러중, 미중관계가 변화되며 한반도에서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다. 프로 바둑기사가 수십수 이후를 생각하며 지금의 한수를 두듯이 전체 세계를 조망하며 향후 긴 시점을 염두에 두고 미국 중국과 북한에 한수를 내밀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