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의 아프리카 톺아보기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의 한 수, 한국의 다음 수

2026-04-28 13:00:03 게재

중국이 아프리카를 향한 경제외교의 수위를 한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월 14일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아프리카 53개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5월 1일부터 전면적인 무관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부 국가에 한정해 제공하던 혜택을 사실상 수교국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다만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는 에스와티니는 제외됐다. 이 대목만 보아도 중국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통상 확대가 아니라 분명한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경제와 외교를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결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겉으로 보면 이번 선언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시장 접근성을 넓혀주는 호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단지 관세인하로만 읽어서는 안된다. 이번 무관세 확대는 중국이 아프리카를 자국 중심의 경제사슬 안으로 더 깊이 편입시키려는 장기전략의 한 장면이다.

중국은 관세혜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물류와 금융, 산업단지와 디지털 인프라, 자원개발과 시장 연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영향력을 구조화하고 있다. 촘촘한 그물을 치듯 교역 확대를 통해 아프리카를 단순한 수출입 상대가 아니라 자국 경제권의 전략적 일부로 재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아프리카를 자국 경제권으로 재배치

이 변화는 국제질서의 구조적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안정적으로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패권국이라기보다, 자국 이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국가로 읽히고 있다. 대아프리카 통상정책 역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유럽은 여전히 규범을 말하지만 속도와 규모의 측면에서 중국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 그 사이 중국은 이미 인프라와 자원, 금융과 통신망 등 아프리카의 핵심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여기에 무관세라는 제도적 유인까지 결합되면 중국의 존재감은 단순한 경제적 영향력을 넘어 가치사슬을 설계하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결국 오늘의 변화는 단순한 관세조정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과 외교 지형을 다시 짜는 큰 그림이다.

오늘의 국제정치는 더 이상 통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에너지 안보와 해상 유통망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군사적 충돌의 여파는 전장에 머물지 않는다. 에너지 수송로와 해상물류, 보험과 금융, 원자재 가격, 공급망 전체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안보는 이제 군사영역을 넘어 경제와 기술, 물류와 자원이 한몸처럼 얽혀 있는 구조의 문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국제사회는 자원과 에너지, 광물과 물류망을 다변화할 대안공간을 찾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는 더 이상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가까운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 아프리카 전략도 ‘구조적 접근’ 필요

이제 우리의 대아프리카 전략도 ‘관심의 표명’ 수준을 넘어 ‘구조화된 접근’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개발협력과 정상외교, 개별 프로젝트를 통해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정책 간 연계성과 지속성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다.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협력을 어떻게 오래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정리다. 규모로 중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묶어 더 정교하고 더 오래가는 협력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은 중국처럼 자금과 물량으로 승부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의 경쟁력은 디지털정부와 보건의료, 재생에너지, 수자원, 스마트농업, 직업교육 등에 있다. 한국이 제안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자금이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량이다.

앞으로의 협력은 일회성 자금 지원이 아니라 운영역량 인력양성 정책설계 관리시스템을 함께 지원하는 관리형 협력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 아프리카가 필요로 하는 것도 일시적 호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파트너십이다.

대아프리카 접근의 공간 단위도 다시 짜야 한다. 개별 국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권역 기반의 네트워크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서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북아프리카 남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를 구분하고 권역별 전략 거점과 협력 분야를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정 거점 국가와 도시를 중심으로 통상 금융 개발협력 기술이전을 묶어내는 허브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중국의 양자 중심 확장과는 다른 한국형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원조에서 투자로, 프로젝트에서 생태계로 프레임도 바뀌어야 한다. 아프리카가 기대하는 파트너는 단순한 재원 제공자가 아니다. 산업전환과 녹색성장, 현지 생산 기반 조성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다.

따라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와 대외경제협력기구(EDCF), 수출금융, 민간투자와 기술협력을 하나의 전략 틀로 묶어야 한다. 현지 생산기지, 기술 이전, 직업훈련, 중소기업 협력이 연결될 때 비로소 동반성장이라는 말도 현실적 내용을 갖게 된다.

에너지 안보와 유통망 확보 역시 대아프리카 전략의 핵심 축으로 격상해야 한다. 특정 지역과 특정 해상 통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국가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이제 아프리카를 단순한 자원 공급지로 보는 발상에서 벗어나 에너지 조달선 다변화,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항만과 물류 거점 협력을 결합한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 그린수소 같은 친환경 에너지 협력을 더하면 한국은 공급망 안정과 미래산업 전환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아프리카 전략은 외교의 부속물이 아니라 산업과 안보를 함께 떠받치는 축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교의 지속성을 제도화하는 일이다. 정상회의와 고위급 방문은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신뢰가 축적되지는 않는다. 후속 실행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교는 이벤트로 끝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범정부 차원의 대아프리카 전략 컨트롤타워, 민관협력 플랫폼, 권역별 거점국가 전략의 정교화다.

더 오래, 더 신뢰있게 접근할 것 물어야

아프리카 국가들이 진짜로 보는 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함께 갈 것인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다. 외교의 성패는 결국 실행의 지속성에서 갈린다.

중국의 무관세 확대를 단순한 위협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조치가 보여주는 구조변화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영향력 경쟁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다. 스스로 파트너를 분산시키고 협상력을 높이며 경쟁구도를 활용하는 능동적 행위자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중국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가 아니다. 어떻게 다르게, 어떻게 더 오래, 어떻게 더 신뢰 있게 아프리카와 협력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지난 3월 방한한 마하마 가나 대통령은 한국과 가나가 미래지향적인 ‘윈윈’의 협력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필요한 것은 단발적 관심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구조이며, 상징적 접근이 아니라 장기적 신뢰다.

외교는 방문의 횟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현지에 무엇을 남기고,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는가로 평가된다. “한 그루의 나무로는 숲을 만들 수 없다”는 가나의 속담처럼, 이제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함께 숲을 키우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