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태양전지도 반도체다

2026-04-28 13:00:04 게재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걸프 지역의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나라의 에너지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원 중에서 태양전지는 태양빛의 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효율이 25% 정도로 화력발전에 비해서는 낮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기술이다.

최초의 태양전지는 1888년 러시아 과학자 스톨레토프(A. Stoletov)가 처음 보고했다. 반도체를 이용한 현대적 태양전지는 1946년 미국 벨 연구소의 러셀 올(Russel Ohl)이 발견하고 특허를 출원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벨 연구소는 1954년에 실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실리콘 태양전지를 최초로 제작했는데 효율이 6% 정도였다. 이 실리콘 태양전지는 1958년 미국의 뱅가드(Vanguard) 인공위성에 탑재되어 우주에서 사용된다.

이때의 가격은 와트당 290달러 수준이었는데 이후 반도체 칩을 제작하기 위한 단결정 실리콘 제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동일한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태양전지의 가격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1970년대 초중반에는 와트당 100달러까지 하락했고, 1990년에는 10달러 이하로, 2020년에는 20센트 이하로 급전직하 한다. 오늘날에는 각종 변환장치를 포함한 전체 모듈의 가격이 와트당 2~3달러 수준이 되었고 효율도 최고 27%에 달한다.

태양전지는 태양빛이 없으면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일조량은 지구상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의 경우 하루 평균 일조시간이 3.5시간이라서 시설용량이 1kW인 태양광 모듈이 실제 발전하는 전기에너지의 총량은 하루에 3.5kWh다. 일반 4인 가족 가구에서 월 평균 350 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실리콘 태양전지 효율은 32%

현재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태양전지 패널은 대부분 단결정 실리콘으로 되어 있으니 태양전지는 반도체 소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GPU나 D램 같은 전자 소자처럼 고정밀 패턴은 필요하지 않고 반도체 소자 중에서는 가장 간단한 pn 접합 다이오드 형태를 하고 있다. 태양전지를 이루는 반도체의 밴드갭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빛이 입사해 전자와 정공을 만들면 pn 접합에서 생기는 공핍층의 전기장이 이들을 분리해서 태양전지가 된다.

이론적인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은 32%인데 이는 실리콘 한가지 물질만으로 되어 있는 경우이고, 여러 물질을 사용해서 여러 접합층을 만들면 이론적으로는 약 67%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실제 구현된 최고의 효율은 4개의 접합층에 거울이나 렌즈를 통해서 태양에서 오는 빛을 집속해서 얻은 47.6%이다. 이런 고효율의 태양전지는 일반용으로는 경제성이 없고 크기와 무게가 가격보다 중요한 인공위성 같은 경우에만 사용된다.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물질을 이용하는 태양전지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다층 박막으로 이루어진 태양전지에서 23% 넘는 효율이 보고되었고, 중금속 문제가 있지만 간단한 카드뮴-텔루륨(CdTe) 박막도 비슷한 효율을 보인다.

합성 가능한 유기 물질로 이루어진 유기태양전지도 있는데, 최근에 20%에 근접하는 효율을 보이고 있다. 유기태양전지는 용매에 녹여서 용액을 기판에 도포한 후 건조하는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작이 간단하고 대면적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 관련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실리콘이 약 0.2 mm 정도의 두께를 가져야 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 물질은 수 마이크론 두께의 박막형태이므로 유연하고 다양한 색깔을 가지는 건물 외벽 장식품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유·무기물 혼성박막 전지도 상용화 접근

이 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 페롭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다. 페롭스카이트라는 결정구조를 가지는 물질군 중에서 유기물과 무기물의 혼성박막 태양전지가 27% 이상의 효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의 박남규 교수는 이 분야를 개척하는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페롭스카이트 태양전지와 실리콘 태양전지를 수직으로 쌓아서 만드는 탠덤(tandem) 태양전지는 실험실에서 35%가 넘는 효율을 보여 실리콘 태양전지를 뛰어 넘는 성능으로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언젠가는 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우주 데이터센터처럼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를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를 모두 반도체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박용섭 경희대 교수, 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