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글로벌 시장 바닥론, 이번에도 통할까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바닥’을 논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포성은 여전히 멎지 않았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 낙관의 중심에는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인 에드 야데니가 있다. 그는 최근 “시장은 이미 이번 하락국면의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의 논리는 간결하다. 시장은 전쟁의 ‘종결’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정점’을 선제적으로 가격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차세계대전 이후 주요 분쟁 사례를 보면 전쟁의 평균 지속 기간은 90개월을 상회했지만, S&P 500 기준 증시는 발발 이후 통상 5~7개월 사이 저점을 형성했다. 전체 전쟁 기간의 약 10% 시점에서 반등이 시작된 셈이다. 그의 결론은 명확하다. “뉴스가 최악일 때가 곧 기회”라는 것이다.
에드 야데니, “뉴스가 최악일 때가 곧 기회”
현재 시장흐름은 이 가설과 궤를 같이한다. 주요 지수는 고점 대비 약 -10% 수준의 조정을 거친 뒤 반등에 나섰고, 최근 3~4%가량 상승하며 투자심리의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전쟁 국면에서 증시가 10~15% 하락 이후 저점을 형성했던 패턴을 감안하면 현재 조정 폭과 기간은 야데니 ‘바닥론’을 뒷받침하는 범주 안에 있다.
에너지 시장도 같은 신호를 보낸다. 전쟁 초기 하루 20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우려됐던 공급 차질은 실제로 1000만배럴 수준에서 제한되는 양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 절반에 그친 수치다. 시장은 절대적 부족보다 ‘악화 속도의 둔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방 압력을 완화시키고,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즉, 유가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상방 변동성의 축소가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술주 밸류에이션 역시 빠르게 정상화됐다. 주요 성장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1배에서 22~25배 수준으로 하락하며 약 30%의 가격 조정을 거쳤다. 기업이익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가격만 조정됐다면, 이는 붕괴가 아니라 과도했던 가격 부담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흐름은 위험자산에 대한 시각이 냉소에서 기대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번 사이클을 과거와 동일선상에 놓기에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 부채와 금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글로벌 총부채는 300조~320조달러로, 글로벌 GDP(Gross Domestic Product) 100조~110조달러 대비 약 330%에 이른다. 과거 전쟁 시기의 약 150% 수준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는다. 저금리 환경에서 감내 가능했던 이 구조는 고금리 국면에서 곧바로 부담으로 전환된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글로벌 기업의 이자 비용은 연간 약 1조달러 내외 증가한다. 이는 투자위축과 고용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압박이다.
실물경제 역시 견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선행지표인 PMI는 50을 상회하며 확장국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탄력은 제한적이며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구간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심리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으며 과거에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유동성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글로벌 통화량(M2) 증가율은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 근처에서 정체되어 있다. 과거와 달리 유동성이 자산가격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는 밸류에이션 확장이 아니라 수축 압력이 우세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최근 반등이 구조적 상승이라기보다, 과도하게 반영됐던 불안이 일부 되돌려진 결과에 따른 가격복원 성격이 강함을 시사한다.
추세적 상승 전환, 금리 하향 안정과 유동성 회복 선행돼야
이번 시장의 본질은 단순한 전쟁 리스크가 아니다. 핵심은 부채(330%), 금리(1%p당 1조달러 내외 비용증가), 유동성(저성장 국면)이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적 환경이다. 이 조건에서는 과거의 경험칙, 즉 전쟁 초기 하락 후 빠른 반등이 그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의 반등은 ‘바닥 확인’이라기보다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에 가깝다.
시장이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완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금리 경로의 명확한 하향 안정과 유동성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간’이 아니라 ‘오판의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구간’이다. 시장은 이미 바닥을 통과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바닥이 곧 상승장의 출발점이라는 보장은 아직 없다.
박진범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