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쿠팡, 친일매판자본처럼 되고 싶나

2026-04-28 13:00:01 게재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글로벌 활동을 설명하는 말이다. 하지만 기업 활동이 국익을 해치고, 외세의 권력을 빌려 모국의 주권을 흔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 쿠팡이 보여주는 행태는 기업의 생존전략을 넘어, 과거 제국주의 침략에 기생해 동족을 수탈했던 ‘친일매판자본’의 서늘한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쿠팡은 명실상부한 한국 유통업계의 지배자다. 지난해 쿠팡 총매출 중 한국 시장 비중은 무려 98.2%에 달한다. 대만 등 해외매출은 2% 미만이다. 사실상 한국 소비자들이 십시일반 퍼준 돈이 쿠팡이란 공룡플랫폼을 키워낸 자양분이다.

그러나 쿠팡이 그 토양을 대하는 방식은 참혹하다. 수많은 중소 납품업체를 입점시켜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판매 데이터와 노하우를 자사 브랜드(PB) 상품 개발에 활용했다. 사실상의 ‘기술 탈취’로 자사 상품을 앞세우는 동안, 정작 기술을 제공한 원조 업체들은 검색 순위에서 밀려나거나 퇴출당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PB상품을 우대하고 갑질을 일삼았다며 엄중 제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쿠팡은 반성은커녕 법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원칙’을 강조하는 주병기 공정위원장의 행보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더 경악스러운 점은 리스크 관리 방식이다. 한국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쿠팡은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이 시작되자 미국에 매달렸다. 미국 정관계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 부으며 로비스트들을 고용했다. ‘미국 기업’이란 명분을 앞세워 미국 상무부와 의회를 움직여 한국정부를 압박하는 ‘검은 로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자본과 권력에 밀착해 동포를 수탈하고 국권을 훼손했던 매판기업들의 행태와 판박이다. 최근 한미 양국 정부는 관세 부과와 중동전쟁 등 국제 정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첨예한 외교심리전 와중이다. 국가적 명운이 걸린 시기에 사익을 위해 타국 정부의 힘을 빌려 모국의 법치주의를 흔드는 행위는 국제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내정간섭’ 유도이자 ‘매국’이다.

쿠팡 총수인 김범석 의장은 법적으로 미국인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만든 기업의 성장은 한국 땅에서 한국 노동자의 헌신과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졌다. 쿠팡은 독점적 지위로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물가를 교란할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일원으로서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

기업가에겐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과 ‘도리’가 있다. 미국 로비스트 뒤에 숨어 한국 정부를 겁박하는 행위는 스스로의 뿌리를 부정하는 처사다. 성공한 기업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현대판 매판자본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가. 김 의장 스스로 냉철하게 선택할 때다.

성홍식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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