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품 원료 '침향'…식품공전 등록 품종인지 따져야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한약재가 주목받고 있다. 한약재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원료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식용 한약재들 중에서도 침향은 스트레스 완화, 우울 개선, 불안 행동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인 연구로 밝혀지면서 전통적인 약재 이미지를 넘어 차 환 달임액 제품까지 활용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침향은 침향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수지 성분으로 응집 과정이 약 20여년 가량 소요되는 귀한 원료다. 침향은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주요 문헌에서도 특별한 소재로 기술돼 있고, 향유고래의 용연향, 사향노루의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손꼽힌다.
최근 다양한 일반식품 소재로 사용되는 침향 제품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지만, 정작 침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은 부족한 실정이다.
침향은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될 뿐만 아니라, 침향나무 자체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엄격히 보호되고 있는 까닭에 공급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희소성으로 인해 자연산 침향은 1 g당 수백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19년 외국 자료에 따르면 침향 거래는 대체로 체계적이지 않아 가짜 및 혼합 목재로 둔갑해 유통되는 사례가 전 세계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침향 산업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침향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료의 진위 여부나 품질 논란이 발생하면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일부 식품용으로는 침향 대신 외관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가열 시 향도 유사한 ‘라민’(Ramin)이 이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두 원료 간의 가격 차이를 악용해 값싼 라민을 희소하고 고가에 거래되는 침향으로 둔갑시키는 사례가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침향과 라민은 모두 나무에서 유래한 물질이지만, 식품 원료로서의 용도와 안전성, 규제에 있어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식약처 식품공전에 따르면 ‘아퀼라리아 말라센시스’와 ‘아퀼라리아 아갈로차’ 단 2종만이 침향으로 등록됐고 2가지 종류 외 다른 품종으로 만든 침향 제품은 식품으로 쓰일 수 없다.
반면 라민(Ramin)은 식품공전에 등록되지 않은 비식용 자재다. 라민은 가구재, 합판, 내장재 등 산업용 목재로 주로 활용되며, 인체 섭취에 대한 안전성이나 효능은 전혀 검증되어 있지 않다.
원료 둔갑이나 유사명칭 악용 사례는 식품 및 한약재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되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산조인·면조인’를 꼽을 수 있다. 중국계 대추인 ‘산조인’과 인도계 대추인 ‘면조인’은 모양과 색깔은 비슷하지만, 성분은 전혀 다르다.
‘산조인’은 불면증·신경안정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약재인 반면, ‘면조인’은 부작용 우려 등의 이유로 식품공전과 대한민국약전 등에 수록되지 않아 식품유통 자체가 금지돼 있다.
식약처는 지난 22년 ‘면조인’이 ‘산조인’으로 둔갑해 약령시장 등에 유통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유전자 분석법을 통해 일부 업체에서 ‘면조인’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회수 및 폐기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또한 신장손상·발암 등의 위험성이 있는 ‘등칡’이 한약재 ‘통초’로 혼입·판매되어 문제가 불거진 적도 있는 등, 식품으로 활용할 수 없는 비등록 원료가 버젓이 유통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침향 역시 고가 제품이 많은 만큼, 원가 절감을 위한 비등록 원료의 혼용 유혹이 크다. 하지만 침향과 라민의 성분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제도적 장벽도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유사 침향’으로 인한 피해를 입기 전에 라민과 침향에 대한 정밀한 성분 감별 체계와 원산지 추적 시스템, 명확한 표시 의무 등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도 제품 구입 시 원료 및 함량 등의 표시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