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마스가에도 ‘원팀’정신 살아숨쉬어야
요즘 한국의 조선산업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뜨겁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결과 미국의 조선산업을 재건하는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를 위해 1500억달러라는 거액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마스가’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하면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었던 협상이 바로 이 프로젝트 덕분에 뜻밖에도 ‘쉽게’ 마무리된 것이다.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관철시킨 관련부처 관계자들과 협상팀의 노고는 지금도 박수갈채를 받기에 부족하지 않다.
마스가 프로젝트로 조성되는 1500억달러의 투자펀드는 앞으로 글자 그대로 조선업 전용 펀드로 운용된다. 미국 조선산업의 재건이나 연구개발, 투자 등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조성하는 펀드이므로 그 운용 역시 한국이 주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따라서 그 혜택은 상당부분 한국으로 환류되지 않을까 한다.
마스가 프로젝트, 한미 관세협상에 결정적인 돌파구 마련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고,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3건 수주했다. 국내 최대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미국 조선사들과 기술협력 양해각서와 상선 건조 파트너십을 맺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MRO 사업도 수주했다.
한국의 조선업은 1970년대부터 세계정상 수준에 오르고 오늘날까지 국가경제와 고용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제품이 일반 소비자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동안 맡아온 역할 때문에 지금 그 어느 소비재 산업에 못지 않게 국민적 관심과 성원을 받고 있다. 그러는 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도 가볍지 않다. 최근 중국의 산업굴기 속에 벌크선 등 저가선박에서는 시장을 상당히 빼앗긴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급이라는 데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특히 대형컨테이너 선박이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부가가치 높은 선종에서는 우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런 바탕과 저력이 있기에 이번에 마스가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도 크다. 마스가 프로젝트를 잘 활용하면 한국의 조선업은 전례없는 융성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국민도 감추지 않는다. 특히 대형조선사에게는 더 없이 큰 호재다. 반면 중소조선사들에게도 그 효과가 전달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중소형 조선사들은 최근 대형조선사의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마스가 프로젝트로 인한 열매를 이들 중소조선사들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각별히 지원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사들도 중소조선사를 위한 환급보증서(RG) 발급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지난 2023년의 경우 대형조선사들에게는 100억달러 이상의 보증서가 발급됐지만 중소조선사에는 8억달러를 밑돌았다. 이런 완고한 자세는 이재명정부 들어 강조하는 ‘생산적금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업계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대형조선사들과 중소조선사들의 긴밀한 협력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조선사들이 수주와 건조를 독차지할 것이 아니라 중소형 조선사와 나누는 등 상생협력의 자세가 시급하다.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4일 중소조선사인 성동조선 및 건화와 ‘동반성장 상생모델 위한 협약’을 맺은 것은 좋은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협약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에 유조선 건조를 맡기고, 건화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대형블록 제작을 위탁한다.
정부와 업계, 금융계가 다가온 좋은 기회 선용하기를
사실 조선업에서 ‘원팀’의 필요성이 요즘 들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호주 호위함 경쟁에서 대형 조선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들어갔다가 나란히 미끄러진 후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각성이 일어났다. 그래서 캐나다 잠수함 등 다른 사업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원팀’이 되어 참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흐름이 세계화되고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는 ‘원팀’이라는 것이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마스가 프로젝트에서도 상생협력과 원팀 정신이 살아 숨쉬어야 한다. 그런 정신이 작동한다면 우선 중소조선소와 부품업체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 조선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저변과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할 것이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금융계가 다가온 좋은 기회를 선용하기를 기대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