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테마융합교육 성과공유회
수요자 중심 해양교육 ‘교육과정 연계’로 풀어야
해양교육콘텐츠개발사업, 전국 30개 고교 849명 학생 참여 … 기후대응 "우리 사는 별, 우리가 해결"
일반계고 수업 가능성 보여 … 융복합적 해양 특성 고려, 다양한 진로에 해양 관점 녹여 인재풀 확대
“처음에는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심도깊었다. 해양을 주제로 한 교육은 인문계 학생들이 많이 접하지 못한 것이어서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교재개발을 맡은 한기욱 센터장이 교사들의 수정의견을 반영해 주었고, 결과물을 받아보니까 ‘아이들이 이렇게 잘 받아들인다고!’, ‘이렇게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온다고!’ 하며 감탄의 연속이었다.”
백형석 교사(서울 대원여고)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에서 열린 해양교육 콘텐츠 개발사업 평가회에서 “아이들의 참여도, 결과물도 너무 훌륭했다”며 “오늘 두 학생의 발표를 듣는데 전율같은 게 있었다”고 말했다.
기획안을 받아들고 잘 될 수 있을까 하며 가졌던 의구심은 교재개발과 학생들 참여 수업, 보고서 작성까지 과장을 거치며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발견으로 이어져 도전의욕까지 생겼다. 그는 “해양에 있는 쓰레기 때문에 지구가 아파요 라는 주제같은 경우 문과 이과 넘어서 다학제적, 실사구시적 접근을 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생각했다”며 “현장에 참여해서 이 수업을 운영하고 키워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교실과 학생 변화 가능성 느낀 교사들 =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와 내일신문 해양수산부가 진행한 해양교육 콘텐츠 개발사업 ‘2025 해양테마 융합교육’은 전국 30개 학교 849명의 학생이 참여하며 일반계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해양교육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3개 기관은 △해양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지구 온난화와 해양환경의 변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해양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해양관련 미래 인재를 확보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2025 해양테마 융합교육’을 준비하고 실행했다.
김성호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장은 27일 “많은 해양 관련 기관, 단체가 각자 자기 분야별로 각개전투식으로 진행하던 해양교육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벌여 왔지만 초·중등과 대학생들에게 주로 집중되어 온 것 같다”며 지금까지 해양교육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고등학생 시절은 광범위한 진로 경험을 위해 다양한 교육이 시행되는 초·중등 시기와 학과 선정을 통해 전공 분야를 결정한 대학생과 차별성을 갖는시기다. 자신의 진로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때이기도 하지만 ‘입시’라는 벽에 막혀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컸다.
하지만 고등학교 현장은 달라졌다.
송치성 교사(서울 염광고)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수업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 내용을 기반으로 심화해서 탐구를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학교 현장의 요구는 늘 뜨겁다”면서 “차별화된 학생부 기록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대학진학에도 경쟁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양교육 콘텐츠개발 사업은 이런 변화를 잘 반영해 수요자 중심 해양교육에 대한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11일 열린 ‘2025 해양테마 융합교육 성과공유회’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와 교사 학생들도 사업의 심화 확대를 요구했다.
허 균 교사(서울 영동고)는 “학생들이 접해보지 못한 수산물이라는 소재를 갖고 실제 해외시장을 조사한 데이터를 직접 가공해 보고 의미를 분석, 해석해 보는 과정은 학교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며 “학생들은 대부분 경영학과에 가겠다고 하고 마케팅을 하겠다고 하지만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체계적 과정을 접목해서 마케팅에 대한 과정을 체험해 보며 실질적인 진로 체험교육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효종 교사(서울 서문여고)는 “학생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지만 어떻게 참여할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부족했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그런 주제에 접하고 콘텐츠개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이 많이 개발되면 소분화해서 한 학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수업 콘텐츠를 만들어 교육과정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율 일으킨 학생들 발표 = “이화여고(서울) 2학년 홍윤진입니다. ‘감태 소비 활성화를 위한 홍보 방안’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참고로 감태는 ‘가시파래’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감태라고 지칭하는 해조류입니다.”
11일 열린 성과공유회에서 또랑또랑한 발표자 목소리에 교사들과 해수부 관계자들도 집중한다. 올해 상반기 419명이 참여한 ‘수산물 마케팅’ 교육에서 우수상을 받은 탐구 보고서다. 조여진 조서연 조정현 주영은 최연서 홍윤진 학생이 참여했다.
14개 학교에서 총 80개의 탐구 보고서가 제출됐고 강사진으로 참여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들 4명이 보고서를 심사했다.
이화여고 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감태 관련 상품에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영(YOUNG)감탱이’라는 친숙한 캐릭터를 만들어 감태를 브랜드화하고 경험 소비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학생들은 16개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104명의 응답자 답변을 분석했다. 그리고 김과 차별화되는 식품을 주력상품으로, 샴푸 등 미용제품은 팝업 스토어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산물마케팅 교재 개발을 주도하고 강의한 한기욱 해양수산개발원 해외시장분석센터장은 “수산물 소비정체 위기인데 어떻게 하면 MZ세대가 소비를 더 많이 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데서 훌륭한 보고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내 소비활성화 과정에서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고,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면 산업 경쟁력도 높아져 수출로 연결된다. 그런 면에서 감태도 너무 중요한 품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한 센터장은 특히 “해수부가 이런 교육과정을 기획했다는 게 감명 깊었다”며 “수업자료도 자칫 이론적으로 갈 수 있는 것을 선생님들이 잘 잡아 주셨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해양 산성화의 이해’ 부문은 15개 학교에서 총 102개의 탐구 보고서가 제출됐고, 강사진으로 참여한 교수진 3명이 심사했다. 우수상을 받은 선유고(서울) 3학년 정준원 심동준 석민준 선재운 김건호 이도영 학생팀의 발표도 이어졌다.
정준원 학생은 “바다가 지구에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를 흡수하면 사람들은 살기 좋아질지 몰라도 바다는 살기가 팍팍해진다는 게 문제”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 그래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보겠다”고 발표를 이어갔다.
정준원 학생팀은 북대서양에서 밀도가 높은 해수들이 아래로 떨어져서 북태평양으로 흘러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북대서양에서 북태평양으로 바닷물이 흘러드는 길목에서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인 방법으로 주입해서 해양 산성화 피해를 완화시킨다는 아이디어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바닷물에 이산화탄소를 집어넣는 방식이니 조심할 점도 많다.
“이산화탄소를 바다로 집어넣으려면 기준을 잡아야 해요. 바닷물의 수소이온농도(pH)가 8.0 정도인데 이게 0.1 낮아지면 해양 생태계에 있는 탄산이 25% 정도 높아져요. 만약 그 기준을 pH 7.4나 7.5 이렇게 잡아버리면 해양 생태계가 엉망이 됩니다.”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의 위험성과 국제 해양법 등 제도적 문제도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를 했을 때 러시아 연안에 떼죽음을 한 심해어류가 떠오를 수도 있어요. 제도·기술적으로도 무척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존 방법으로도 기후위기가 해결이 안된다면 이런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서라도 방법을 찾아야죠. 우리가 사는 별이니 우리가 해결해야죠.”
기후위기와 해양산성화 이해 부문 교재를 만들고 강의를 한 김태욱 교수(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는 “해양과학은 여러 학문이 융합되는 장점이 있어 해양교육 콘텐츠개발사업을 계속하면 다른 분야로 확장돼 해양을 알리는 데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학생들이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지만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해양생물에 피해를 주는지 실험해본 학교들이 많았다”며 “선유고는 유일하게 실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생물 피해를 넘어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계산을 하고 바다가 얼마나 많이 흡수할 수 있는지 봤다는 점에서 가장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과정을 총괄한 해수부는 특성화고교 뿐만 아니라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해양교육 수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특히 주목했다.
김보미 해수부 해양정책과 사무관은 “해양수산업을 생각했을 때 나도 자연이나 1차 산업 정도로 생각했는데 일을 하다보니 극지나 해양과학을 포함 학생들이 관심가질만한 마케팅 유통 등 2차 3차 산업이 융합된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다양한 소재로, 학생들이 고민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관심 갖고 협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남준기 환경전문 리포터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