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체험학습 사망사고 3년, 어른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2022년 11월, 한 초등학생이 같은 반 급우들과 함께 속초의 모 테마파크로 체험학습을 갔다가 자신이 타고 왔던 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2월, 1심 재판부는 운전기사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죄로 금고 2년형을 내렸고, 담임교사에게는 인솔과정에서 학생들의 안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물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재 2심 공판이 진행중이다.
그 날의 비극적인 사고는 한 어린이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유가족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크나큰 슬픔과 고통을 남겼다. 자녀를 허망하게 떠나 보낸 부모의 심정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겠으며 그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
그 어린이의 담임교사는 제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괴로움에 더해, 형이 확정될 경우 전과자가 됨은 물론 평생의 꿈이었을 교사라는 직업마저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한 순간의 비통한 사고가 참으로 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어린이·청소년 학습권 침해 장기화
속초 체험학습 사망사고는 단지 한 어린이, 한 가족, 한 선생님, 한 학교만의 불행이 아니었다. 1심 재판부 선고 이후, 전국 일선 학교들의 현장체험학습이 대거 취소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학생들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고 교직까지 박탈 당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이 체험학습 중단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체험학습 기피 현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선생님들의 부담이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선생님들도 당연히 현장체험학습을 통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싶지만 하루 아침에 범죄자가 되고 교단을 떠나게 될 위험까지 감수하기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학교와 시도교육청 또한 선생님들의 입장을 이해하기에 마냥 체험학습 시행을 독려할 수만도 없다.
한편 학부모님들은 속히 모든 문제가 해소돼 자녀들이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체험학습에 참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체험학습을 취소한 학교측과 체험학습 재개를 바라는 학부모님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어른들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는 우리 아이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교실을 벗어나 학교 밖 세상을 배우고 즐길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점점 더 장기화 되고 있다. 코로나19 3년 동안 마스크를 쓴 채 세상과의 단절과 분리를 겪었던 아이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이라는 평범한 행복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한 안전망 구축나서야
이제는 이 사회가, 우리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다시는 속초 체험학습 사망사고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최우선이다.
버스회사는 운전기사가 사각지대 위험을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버스에 센서를 부착하고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투자에 힘써야 한다. 운전기사에게도 운행 전후로 차량 주변을 눈으로 직접 살피고 혹시 모를 위험을 점검하는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한국잡월드를 비롯한 전국의 체험학습 운영기관 및 사업자들도 학생 안전을 위해 동선을 재정비하고 승하차시 에스코트를 제공하는 등 ‘안전 지킴이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시도교육청은 담임교사 혼자 모든 부담을 짊어지게 하지 말고 전문 안전요원 및 인솔 보조교사가 필수 배치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해야 한다. 언론과 국회도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와 이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장기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대안 도출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 특히 학교안전법 개정안과 시행령, 관련 조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세심히 관찰하며 보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망을 튼튼하고 촘촘하게 구축해야 그 기반 위에서 현장체험학습의 순기능도 극대화될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의 지혜를 한데 모을 때다.
이병균
한국잡월드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