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은 어떤 꽃놀이패를 쥐고 있을까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단연 돋보인 인사는 푸틴과 김정은이었다. 러시아는 전쟁 와중이라 중국의 외교안보 협력과 중공업 물자조달이 절실한 상태다. 안보와 경제협력 측면에서 러시아보다 중국과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북한은 미국과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6년 8개월 동안 북중 고위층 교류 및 경제협력을 최소한도로 제한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북한은 안보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경제무역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전방위적 경제협력을 예고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필자가 조사한 경제협력 분야의 꽃놀이패가 어떤 것인지 짚어보려 한다.
8~9월 다양한 중국전문가 집단이 북한 방문을 재개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비교할 때 5년 사이에 평양에서도 건축 붐이 일고, 석유가 상당히 원활하게 유통돼 전기 사정이 좋아지고, 교통·물류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전한다. 여기에 식량 사정에 여유도 보여 유엔안보리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평가한다.
북러 인력송출에서 북중 인프라 협력으로
러시아로부터 상당량의 석유 곡물 등이 반입되고 있고 전투병 참전, 군인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비전투파견인력 등도 막대한 외환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또 약 10만여명이 넘는 중국동북 체류 파견노동자는 1인당 평균 약 300달러의 임금을 받는데 비해 러시아에 체류하는 파견노동자는 1인당 평균 약 1200달러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쿠르스크에서 작전이 종료된 전투병력 파견의 경우 북러 첨단무기 기술을 전수받은 것 외에도 바그너 용병그룹보다 더 높은 경제적 보답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중국전문가들은 2024년 6월 북러동맹 체결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반입된 물품과 현금 등은 한국 원화로 환산하면 10조원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경제가 한국의 1/4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외부 물자와 경화의 외부유입에 따른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또한 중국측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로 노동인력 송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내부에서 북한판 새마을운동을 벌이고 있어 청년노동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라진지역 등 북측 산업시설을 방문한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측의 산업설비를 현대화하는 것보다 러시아 방식으로 오히려 새롭게 건설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북한에서 취약한 경제분야 중 하나가 다양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김정은은 이번 방중을 통해 시진핑에게 오랫동안 요구했던 인프라 협력을 관철했다는 데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종합적으로 추정해 보면 인프라 현대화, 해외파견노동자 교체, 개별관광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규모 경제협력 항목이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단동-평양 등 주요 철도 및 도로의 현대화 개선사업, 원산국제공항 및 남포항 현대화 개선사업, 희토류 광산 및 비료공장 현대화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추석이 지나면 신압록강대교 등 주요 통로가 개통돼 북중간 물류 및 인력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의 이번 방중에서 중국측은 북핵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북측이 요구한 전투기 등 첨단 재래식 전력 지원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군사적으로 핵을 가진 상태에서 러시아와 동맹을 체결해 러시아로부터 안전보장을 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체급 높아진 북한의 새로운 셈법
이러한 안보적·경제적 배경 아래 북한은 대미 정상회담과 대남 협상을 서두르기보다는 중국과의 버티기 협상에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대미·대남 협상도 버티기를 통해 기회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즉 강대국 사이에 신냉전을 부추기며 핵과 경제개발에 전념하고 대미·대남협상을 상당기간 미루는 지구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남북대화보다는 그에 앞서 북미 및 북일 정상회담을 우선 추진하며, 이들과 일정한 안전보장 협상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