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한중일 물류 네트워크 활성화의 전제

2025-09-11 13:00:00 게재

중국과 일본을 잇는 물류는 고대 견당사(遣唐使) 시대부터 이미 존재해왔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대규모 조직적인 물류체계로 발전한 계기는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였다.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방향을 전환하자 일본에서 기계 부품과 원자재가 연해부 항만으로 운송되기 시작했고, 상하이 다롄 등 항만이 물류거점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큰 전환점이었다. 컨테이너선과 항공 화물편이 급증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 내에 창고와 배송 거점을 마련했다. 항만과 항만, 공항과 공항을 연결해 원스톱으로 운송하는 ‘국제 복합 일관 운송’이 보편화되었다.

더 나아가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일본에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흐름이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전자상거래 분야로 확산되어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택배와 소량 화물운송 수요 확대를 이끌었다. 이처럼 중일 물류는 단순한 물품이동을 넘어 경제구조 자체를 지탱하는 핵심 역할로 진화해왔다.

디지털혁신·환경대응·인재양성이 전제

현재 중국은 일본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따라서 전자 부품, 자동차 부품, 화학제품, 식품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안정적인 운송 루트가 필수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국제정세 긴장으로 항만이 폐쇄되거나 선박 운항이 지연되면 곧바로 공장 가동과 상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이에 중일 물류 사업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비상 시 대체루트를 확보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 다른 이유는 비용절감이다. 항만 자동화나 철도 컨테이너 운송 등 신기술을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대응도 중요해졌다. CO₂ 감축을 위한 선박 연료 전환이나 공동 배송 등은 중일이 협력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통운(NX)과 산큐(山九) 등 일본계 물류 기업들은 중국 내 거점망 확충에 주력해왔다. 일본통운은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에 국제 화물터미널을 마련하고 철도운송과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서비스를 전개했다. 산큐는 화학플랜트와 대형설비 운송에 강점을 발휘해 설치공사까지 일괄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은 경쟁을 넘어 중일 간 물류 인프라의 전반적 수준을 끌어올렸다.

중일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3국 협력도 진행되고 있다. 2006년 시작된 ‘한중일 물류장관회의’에서는 항만연계 환경대책 인재양성 등이 논의됐다. 그 의의는 3국 장관이 정기적으로 만나 제도와 정보를 공유한다는 데 있다. 예컨대 항만 절차 간소화나 물류 데이터 공유는 운송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세 나라는 동아시아 허브항을 보유하고 있어 네트워크를 연계하면 지역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정치 관계 변화, 항만 운영 체계와 디지털화 수준의 차이가 그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민간기업과 국제 표준화 기구를 포함해 현장 수요에 맞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역시 부산항과 인천공항을 축으로 한 연계는 수출입 안정을 위한 중요한 기회다.

앞으로의 동아시아 물류 협력은 효율성과 환경 부담 저감을 겸비한 세계 굴지의 물류권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핵심은 디지털화다. 인공지능(AI)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사물인터넷(IoT)으로 화물을 추적하며, 통관절차 전자화는 운송 속도와 정확성을 높인다. 블록체인 기반 무역 서류 전자화는 부정방지와 비용절감에 기여한다.

그리고 환경대응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선, 탄소배출이 없는 선박 도입, 항만 재생에너지 활용, 철도·내항선으로의 모달 시프트(Modal Shift)는 한중일이 함께 할 수 있는 주제다.

이러한 협력의 연장선에서 2018년 시작된 ‘중일 제3국 시장협력’이 주목됐다. 일본 기술과 중국 자본·네트워크를 결합해 동남아·아프리카 등 제3국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구상이었다. 물류 분야에서도 항만 개발과 운송 인프라 협력이 논의됐으나 미중 대립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국제 물류가 정치·경제 정세에 취약함을 보여준다.

또 다른 과제는 인재양성과 표준화다. 물류 관리와 항만 운영 전문가를 3국이 공동 양성하고 화물 라벨·검사기준을 통일하면 운송 비용 절감과 무역 원활화가 기대된다.

한국의 수출대국 지위 유지에도 필수적

물류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경제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한중일이 서로의 강점을 살려 ‘보이지 않는 다리’를 강화한다면 동아시아의 미래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한국에게도 동아시아 물류 강화는 수출대국 지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주영호 일본국립후쿠시마대 교수 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