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풍경

대안적 분쟁해결, 갈등해결의 새로운 체계

2025-09-12 13:00:04 게재

8월 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ADR 전문가 양성 교육의 고급과정 수료식이다. 수개월간 시간을 쪼개어 가며 기초과정 심화과정을 거쳐 고급과정까지 3단계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교육생 46명이 마침내 ADR 전문가 능력인증서를 손에 쥐는 순간이었다.

왜 정부기관인 중노위에서 ADR 전문가 양성교육을 하고 능력인증서까지 수여하는 것일까.

‘ADR’은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의 줄임말로 ‘대안적 분쟁해결’을 뜻한다. 갈등의 원인과 바람직한 해법은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안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으로서 전통적인 분쟁해결 방식인 소송이나 파업 등을 대신해 협상을 기반으로 당사자 간 합의 또는 제3자의 도움을 통해 상담·화해·조정·중재 등에 의해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특히 고용노동분쟁은 다른 분쟁과는 달리 계속적인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전부 또는 전무’식 해결보다는 협상에 의한 대안적 분쟁해결이 더욱 유용하고 중요하다.

노사관계, ‘화해’가 ‘판정’보다 크게 개선

지난해 7월 노동위원회의 사건 당사자 대상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합의사항이 화해 시 잘 이행됐다’(92.2%)가 ‘판정 시 잘 이행’(53.2%)보다, ‘당사자 간 관계가 화해 후 개선’(23.3%)이 ‘판정 후 개선’(9.1%)보다도 크게 높게 나타났다. 반면 분쟁 재발은 ‘화해 후’(3.7%)가 ‘판정 후’(18.6%)보다 낮았다. 2023년 6월 ADR 수요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노동분쟁 해결방법으로 ‘자율적 해결’(44.24%)이 ‘법원 소송’(4.51%)보다 선호했다. 또한 92%가 ‘분쟁해결 전문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분쟁해결 전문가가 적거나 없다’(95%)도 압도적이었다.

중노위는 우리 사회의 자율적 분쟁해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4년부터 ‘ADR 전문가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을 위해 분쟁조정 현장경험이 풍부한 최고의 전문가로 교수진을 구성했다. 교수진은 수많은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교육체계를 설계하고 직접 전문교재를 집필·발간하는 등 교육의 완성도를 높였다.

ADR 전문가 양성 교육은 △취업부터 퇴직까지 국민 누구나 분쟁해결의 기초상식을 손쉽게 배울 수 있는 ‘기초과정’ △직장에서 고용노동분쟁 해결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전하는 ‘심화과정’ △분쟁해결의 장애요인 및 해결방안 등 전문가에게 필요한 갈등해결 역량을 체득하는‘고급과정’으로 수준별·단계별로 진행된다. 이론교육과 함께 역할연기 및 토론, 그리고 현장성을 살린 실습교육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고급과정에서는 전국 5개 노동위에서 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공익위원, 조사관이 지도교수로 참여해 실제 분쟁사례를 다룸으로써 교육의 현장성과 실용성·수용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단계별 엄격한 평가를 통해 다음단계 수강이 가능하도록 해 교육의 질적인 연속성과 우수성을 담보한다. 매 교육마다 교육만족도 평가결과가 5점 만점에 4.6점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교육 참여자도 기업 관계자, 노조 대표자, 공인노무사, 노동위 위원 등 노동관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공수처 수사관, 경찰, 초등학교 교장, 군무원, 변호사 등으로 다양했다. 다양한 분쟁 현장에서 당사자 간 신뢰를 훼손하지 않고 자율적·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수요가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 참여 경쟁률도 높다. 이번 고급과정 1기의 경우 기초·심화과정 수료자 164명이 신청해 서류전형 및 면접 등 엄격한 심사를 통해 50명이 최종 선발됐다.

교육만으로 그치지 않고 교육생에게 ‘ADR 전문가 능력인증서’를 수여한다. 이는 정부에서 전문성을 인정하는 최초의 사례로서 분쟁해결을 지원하는 사람의 공신력을 높이고 이들 스스로 전문성을 계속 키우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투쟁의 논리만아니라, 이익의 논리도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고용노동분쟁과 갈등은 단순히 한기업, 한명의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생산성, 더 나아가 사회적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분쟁을 예방하고 자율적,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문화의 정착이 중요하다.

9월 1일부터 시작된 고급과정 2기 노조 출신 한 교육생은 “20년 이상을 투쟁의 논리로만 활동을 해왔는데 ADR 교육을 접하며 이익의 논리도 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ADR 전문가 양성 교육’은 장기적으로 갈등 해결의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가는 시도로서 그 의미와 성과가 있다.

임희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