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눈에 비친 경주 APEC | 2025 APEC 백스테이지 프로그램 참가자

바닷길이 이어준 한국-베트남 소중한 인연

2025-09-15 13:00:00 게재

김수안 인하대 문화콘텐츠경영학과 석사과정 (베트남 출신)
서양의 로마, 동양의 신라, 천년고도에 뿌리를 내린 경주는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여정을 품고 있다.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문화유적을 간직한 도시다. 불국사와 석굴암, 대릉원, 첨성대에 이르기까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 이어진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불국사는 751년경에 건립되었다. ‘구름과 안개를 머금어 토해낸다’는 뜻을 가진 토함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과 베트남 모두 불교를 주요한 정신적 뿌리로 공유하는 동아시아 문화권 국가라는 사실이다. 특히 불교 신앙과 사찰 문화는 두 나라 모두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경주를 찾은 베트남 방문객들이 친근함을 느낀다.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대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선덕여왕 재위 시기에 세워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 건축물 가운데 복원이나 재건 없이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문화재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더욱 깊다.

대릉원은 경주만의 독특한 풍경을 형성한다. 거대한 봉분들이 이어진 모습은 신라 천년의 권위를 상징하며, 내부가 공개된 ‘천마총’에서는 신라 시대 황금 문화와 생활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보유한 경주는 내륙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동해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었던 ‘바닷길의 창’이었다. 신라인들은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도 활발히 교류하며 해상로를 오갔다. 사람과 물자, 사상과 종교가 함께 움직였던 이 교류는 오늘날 한국과 베트남 관계의 역사적 뿌리로 이어졌다.

한국과 베트남은 바닷길을 통해 오래전부터 이어진 인연을 갖고 있다. 양국의 관계는 8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세기 베트남 리(李) 왕조의 황족이었던 이용상(李龍祥)은 정권 숙청을 피해 고려로 망명한 인물로, 고려는 그에게 ‘화산 이씨’라는 귀화 성씨를 내렸다. 현재 그의 후손 약 1200여 명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귀화 사례를 넘어 양국 간 오랜 혈연과 문화적 유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현재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를 넘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교류다. 한국 청년들이 베트남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에서 꿈을 펼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경주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황리단길에는 오래된 한옥을 개성 있게 꾸민 카페와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몇 걸음만 옮기면 천년 전 신라의 유적이, 다시 몇 걸음 뒤에는 현대적 감각의 문화가 펼쳐진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 경주는 미래를 향한 혁신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2025년 경주는 APEC 정상회의라는 국제무대를 맞이한다.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는 연결, 혁신, 번영이다. 경주가 걸어온 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신라가 바닷길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었고, 현재 경주는 혁신 기술을 활용한 관광과 문화를 실현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APEC을 통해 아시아와 세계가 함께 번영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