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작업 치료

초고령사회 필수 '작업치료' 인력 부족 심각

2025-09-16 13:00:01 게재

병원-지역사회 재활 활성화에 법제도 정비 시급 … 협회장 “재활은 선택 아닌 권리”

통계청에 따르면 초고령사회인 우리나라는 올 현재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앞으로 5년 후 4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 15년 후에는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 현재 1000만명 노인은 25년 후 2000만명 시대가 될 전망이다. 지금 의료-돌봄 수준을 고려하면 노인인구의 증가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질병 후유증으로 인한 장애 계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 장애인 등 의료-요양 등 통합돌봄 지원사업을 준비 중이다. 관련해서 노인은 질병 혹은 신체 손상, 노쇠 등으로 일상 신체·정신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 안팎에서 치료와 회복을 위해 혹은 기능 저하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작업치료’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러 국가의 돌봄·재활 정책에서도 작업치료의 가치는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됐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단순한 치료를 넘어 지역사회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재활을 정의하고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필수 보건 서비스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작업치료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해 필요한 노인과 환자들의 신체정신적 기능 회복을 각자 알아서 혹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15일 서울 여의도 대한작업치료사협회에서 이지은 협회장에게 ‘작업치료 활성화’ 등 현안에 대해 물었다.

노인인구 증가로 신체정신적 기능 회복이 필요한 수요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 안팎에서 재활서비스를 담당하는 작업치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지은 대한작업치료사협회장은 “질병이나 사고, 노쇠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이 생겨도 충분한 재활을 통해 다시 사회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작업치료는 의료-돌봄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 등에게 삶의 활기를 되살리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대한작업치료사협회장(2018.10~현재)은 연세대 보건과학대 재활학과 졸업/강원대 보건의료대학원 응급의료재활학과 수료/예은병원 치료부장/세브란스병원 재활병원 작업치료팀장/(현)대한지역사회작업치료학회 대외협력이사/(현)극동대 작업치료학과 겸임교수 사진 이의종

●작업치료사는 의료기관 내 역할은

작업치료사는 의료기관에서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외상성 손상, 발달 지연 아동 등 매우 다양한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 단순히 팔·다리를 움직이는 운동기능 훈련을 넘어서서 직접 생활 속에서 필요한 기능을 되찾도록 한다.

예를 들면 젊은 사람이 교통사고 후 오른손을 쓰기 어렵게 되었다면, 단순 관절운동과 근력 운동뿐 아니라 글씨를 쓰거나 컴퓨터를 다루는 훈련까지 함께 해야 일상과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또 고령자가 뇌졸중 후 젓가락을 쥐기 어렵다면, 손기능 훈련과 보조도구 사용을 동시에 적용하여 다시 스스로 식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작업치료사의 역할이다. 또한 정신건강과 관련한 의료기관에서는 우울이나 트라우마,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촉진 및 사회참여를 증진시키는 재활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의료·요양 돌봄통합지원 사업에서 활동은

돌봄통합지원 시범사업은 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대상자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작업치료사는 개인의 신체적 기능뿐 아니라 실제 생활환경 속에서의 수행능력을 평가하고 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병원에서 퇴원한 어르신이 집으로 돌아가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려면, 단순히 약을 잘 챙겨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집 안에서 화장실을 어떻게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주방에서 다시 요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낙상을 막는 환경 조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생활 전반을 살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때 작업치료사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협력해 환자에게 필요한 일상생활 동작과 상황을 평가하고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최대한 독립적이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기능 훈련과 환경개조, 보조기기 사용 교육 등을 진행한다. 이런 결과 불필요한 재입원을 줄이고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

●국정과제 중 ‘지역사회 재활 강화’가 있다.

정부가 지역사회 재활 강화를 국정 과제로 삼은 것은 매우 중요한 방향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제도적으로 작업치료사를 비롯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 지역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행 제도는 작업치료사를 병원 내에서만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으로 제한하고 있어 지역사회 방문재활이나 주거환경 기반 서비스를 위해 제도권 안에서 활동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안에 작업치료사와 같은 재활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돼 고령자의 자립 지원을 책임진다. 또 재활서비스 수가체계 마련과 전문인력 양성, 숙련된 작업치료사를 확보하기 위한 교육지원이 필요하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재활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고령화로 재활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대상자가 생활하는 현장에 접근 가능한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와 디지털 재활기기를 적극 활용해 시·공간적 제약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노인과 고령장애인 증가로 작업치료사 부족이 예상된다.

통계청은 2035년 인구 3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만성질환 환자 증가는 재활 필요 인구 증가로 이어진다. 이를 지원할 재활인력이 부족해 질 것이라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경고하고 있다.

협업하는 물리치료사와 비교해 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신규 면허 취득자는 물리치료사가 약 3647명인 데 비해 작업치료사는 1553명이다. 일본의 경우 2023년 전체 작업치료사 수는 약 10만명이 넘는다. 인구 10만명당 약 80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약 38명에 불과하다. 세계작업치료사연맹(WFOT)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권고치인 75명에 절반 규모이다.

현재 국내 작업치료사 활동 인력은 대부분 병원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25년 대한작업치료사협회 회원정보에 따르면 전체 작업치료사 중 47%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집중돼 활동하고 있다.하지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작업치료사 인력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전체 보건의료 전달체계 안에서 작업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건의료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낮은 보상과 처우 격차로 숙련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데

작업치료사의 법적 업무범위는 신체·정신·사회적 기능 회복 전반을 포함한다. 하지만 현행 수가 체계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인지재활, 상지 보조기기 제작 및 훈련, 운전재활 훈련, 직업재활 훈련 등은 대부분 비급여로 운영되거나 산재보험 대상자에게만 치료가 가능하다.

보험 적용되는 작업치료들은 그 비용이 너무 낮아 대부분 병원에서는 숙련된 고연차 치료사 보다는 저연차 치료사 고용을 선호하게 만든다. 실제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병원에서 근무하는 작업치료사 중 약 54.3%가 20대 여성이었다. 또한 작업치료사 약 76%가 여성임에도 남성과 여성 작업치료사간 임금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는 연평균 3.2%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작업치료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장기적인 사회적 가치와 기여도를 반영한 보건의료 보상체계의 재설계가 없이 낮은 임금과 불균형한 처우가 지속된다면 젊은 세대가 작업치료사 직종에 진입하거나 오래 종사하기 어렵게 된다. 단순히 한 직종의 문제라기보다 국가 전체가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재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환자에게 작업치료사는 단순한 운동이나 인지훈련을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훈련 전문가다. 특히 인지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과 기능적 인지 수준이 유지되도록 하는 작업치료 뿐만 아니라 가족 교육을 함께 진행해 돌봄 부담을 줄인다. 실제 서울시 치매안심센터와 일부 지자체는 작업치료사 개입 후 일상생활 기능 향상, 낙상률 감소, 재입원율 감소 등의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중증 재활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재활의료기관 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를 돌보는 지역사회 내에서도 활발하게 작업치료사의 업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작업치료사가 참여하는 지역사회 중심 방문재활서비스를 제도화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둘째, 돌봄과 의료를 잇는 역할을 하는 작업치료사 역할을 관련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가와 보상체계를 현실화해 작업치료사와 같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현장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활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대한작업치료사협회는 포괄적 재활이 국민 누구에게나 제 때 제공될 수 있도록 함께하고 법·제도를 보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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