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전지유 한양대 경영학부
암기형에서 탐구형으로! 뚝심으로 이뤄낸 경영학도의 꿈
또래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진로를 정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진로를 향한 열정은 결코 흔들린 적 없다는 지유씨. 탐구 하나, 도전 하나를 하더라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아쉬움이 남은 탐구는 다음해에 다른 관점으로 도전하고, 자신 없는 과목인 수학은 역으로 선택 과목 3개를 모두 이수했다. 뭐든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보니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는 결과를 얻었다. 대학에서도 전공을 향한 관심을 촘촘히 이어가며 인생을 ‘학생부종합전형’처럼 살고 싶다는 지유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지유 | 한양대 경영학부(경기 경민고)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 이수
남을 돕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지유씨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세무사였다.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세금 신고를 하러 갔다가 세무사를 만났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느꼈고 관련 분야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됐다. 세무 업무에서 출발한 관심은 재무회계 경제학 경영학으로 확장됐고, 고등학교 3년간 뚝심 있게 경영학부를 준비하는 기반이 됐다.
지유씨는 여러 분야와 접목할 수 있는 경영학의 특성에 맞춰 폭넓은 활동을 했다. 고학년이 될수록 어려운 개념을 활용한 탐구도 많이 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1학년 시절의 도전이었다. 공부 방법도, 경영학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던 시기라 서툴렀지만, 그 덕분에 여러 차례 시도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1학년 때 사회적 기업을 직접 만들어봤던 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직후라 배달이 활성화돼 있었고 일회용 배달 용기가 정말 많이 나오더라고요. 사회 문제라고 생각해 다회용기 수거 사업을 제안했어요. 기본적인 수익 구조조차 이해하지 못해 머리가 아팠지만, 며칠 동안 고민하며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어요. 서툴렀지만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이뤄낸 경험이 너무 재미있고 뿌듯했죠.”
지유씨의 도전 정신은 과목 선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인문 계열이지만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를 모두 선택해 이수했다. 상경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 사이에서도 보기 드문 선택이었다. 수학에 약했던 지유씨는 ‘아예 놓아버리지만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임했고 자연 계열 학생 사이에서도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다. 특히 경영학부와 밀접한 <확률과 통계>는 1학기와 2학기 모두 1등급을 받았고, <미적분>은 1학기에 주춤했지만 2학기에 2등급을 끌어올렸다.
“전 수학을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수학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암기에 비교적 자신이 있어 시험 범위를 모조리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편이었는데, 수학은 무조건 외운다고 되는 과목이 아니더라고요. 공식을 활용해 주어진 문제에서 단서를 찾아내 상황을 해결해야 하죠. 시간을 들여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끈기를 기를 수 있었어요. 고학년 때는 수학 과목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암기가 아닌 다른 학습법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끝까지 부딪치려고 노력했어요.”
사회탐구 과목으로는 <경제> <사회·문화> <세계사> <세계지리> <정치와 법>을 선택했다. <경제>는 관심 분야와 직결돼서, <사회·문화>는 사회 전반의 이슈를 가장 많이 다루는 과목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다. <세계사>는 암기 강점을 살리려 택했고, <세계지리>는 국제 경영에 관심이 있어 국가별 지리적 특성과 환경 요인에 따른 공급과 수요의 차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서 선택했다. <정치와 법>은 특정 상황 속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워서 이수했다.
끝까지 파고든다!
학년을 넘나드는 심화 탐구
지유씨는 공동 교육과정과 방과 후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이었다. 수업만으로는 얻기 힘든 협업 능력을 기르고 탐구 기회를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활동에서 얻은 개념을 교과와 연결해 새로운 활동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2학년 때 내일신문·내일교육의 ‘FTA, 학교로 가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여기서 수행한 탐구를 3학년 <사회문제탐구>에서 재시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처음엔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는 FTA를 통해 다양한 품목을 싸게 접할 수 있어 좋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미국 등의 대규모 농장에서 농산물을 값싸게 수입하면 국내 소규모 농가는 엄청난 피해를 본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몰랐던 사회 문제인 만큼 더 파고들어보고 싶었죠.”
지유씨는 감자를 대표 사례로 삼아 심화 탐구를 진행했다. 통계청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했고 감자 수입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감자 재배 면적은 감소함을 증명했다. 지리적 표시제를 통해 지역 농산품을 홍보하고 감자 식용유 상품을 만들자는 해결 방안을 냈지만 실질적이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3학년 <사회문제탐구> 수업을 통해 한국과 인도의 CEPA 협정을 새롭게 알게 된 지유씨는 비슷한 형태의 협정을 더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추가 의견을 제시했다. FTA가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CEPA는 이에 더해 경제 전반의 협력을 뜻한다.
“우리나라 김치는 유럽에서 인기가 있고, 농작물로 만든 건강식품은 아시아에서 수요가 있어요. CEPA 같은 협정을 더 많은 국가와 맺으면, 한국의 농작물을 더 많이 수출할 수 있고 국내 소규모 농가도 상생할 수 있죠. 2학년 때는 홍보에만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제시했다면, 3학년 때는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본질적인 대안을 내놓았어요.”
2학년 때 공동 교육과정으로 들은 <세계문제와 미래사회>에서는 새롭고 재미있는 개념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지유씨는 이를 흥미에 그치지 않고 다시 자신만의 탐구 활동으로 확장했다. 수업에서 잠깐 언급된 ‘게임 이론’을 경영 전략에서 중요한 개념이라고 여긴 지유씨는 3학년 진로 활동에서 이를 끄집어내 활용했다. 당시 ‘공유 경제’가 주목받던 때라 에어비앤비에 게임 이론을 적용해보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반복 게임 이론’이라는 개념까지 알게 돼 심화 탐구로 이어갔다.
“에어비엔비는 공간을 이용한 수요자가 장소를 제공한 공급자를 평가할 수 있는 리뷰 시스템을 운영해요. 한데 수요자만 일방적으로 리뷰를 작성하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대가 나에게 손해를 끼치면 나도 손해를 끼친다’는 반복 게임 이론을 적용해 상호 리뷰 시스템을 고안해냈어요. 공급자도 수요자가 어떻게 방을 쓰고 갔는지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이에요.”
3년간의 치열한 활동 끝에 지유씨는 수시 원서 6장을 모두 종합전형으로 지원했다.
“고등학교 3년을 숨 가쁘게 보냈지만 관심사에 몰입해 마음껏 도전해본 경험이 의미 있었어요. 덕분에 경영학부 진학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어요!”
취재 임하은 기자 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