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퇴’ 논란에 묻힌 청년 이슈…난감한 대통령실
방미 전 경제·민생·소통·청년 강조하는 기조
여당 강경파 주도 ‘자극적’ 이슈몰이에 퇴색
“여당과 이견 있을 수 있지만 갈등은 없다”
‘조희대 사퇴론’부터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까지 여당 강경파들이 제기한 각종 자극적 이슈에 대통령실이 내심 난감한 표정이다. 다음 주 예정된 방미 전까지 경제·민생 이슈를 챙기며 국정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던 복안이 사실상 망가졌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내다보고 강성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내놓는 여당 의원들의 돌발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후 지속하고 있는 청년 관련 행보를 사흘째 이어간다.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대수보)에선 새 정부의 청년정책방향을 놓고 각 수석실의 아이디어를 보고받고 청년정책에 대한 토론을 할 예정이다. 청년담당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과 함께 이들이 청년 시각에서 바라본 청년정책에 대한 발제도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0일 청년의 날을 앞두고 대통령실은 이번 주를 ‘청년주간’으로 운영중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과 관련해 기업들이 지원해줄 것을 당부하는가 하면 같은 날 오후 청년 농업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다음 날인 17일에는 판교 스타트업 스퀘어에서 열린 청년 창업 상상콘서트에 참석해 청년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재도전하는 사람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 더 우대받지는 못하더라도 차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우리 청년들의 도전을 정부가 지원하고 응원해 혁신국가, 창업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조성 예정인 재도전펀드를 언급하며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19일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도 예정해놓고 있다. 타운홀 미팅은 주로 전국 각지를 방문해 지역민들의 의견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2030청년층을 한정해 의견을 경청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절망감이 뿌리깊이 구조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면서 “청년층의 극우화니 보수화니 이런 표현은 정치적 규정일 뿐, 그보다는 어떤 현실이 그들을 절망에 이르게 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라도 청년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할 책임이 정부에 있고, 그러기 위해 이번 청년 주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이같은 청년 행보가 여당이 날마다 생산하는 자극적 이슈에 묻혀 별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 초반 정치권을 휩쓸었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론부터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까지 모두 여당발 이슈다. 특히 ‘조희대 사퇴론’에 대통령실이 힘을 실어줬다는 오해가 번지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직접 나서서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교통정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삼권분립 훼손 논란이 더 불붙기 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당발 보도 때문에 대통령실의 입장이 무엇이냐 물어보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년 관련 대통령실의 정책 제시가 좀 더 다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방선거 전까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여당 의원들은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 강성 지지층이 환호할 만한 이슈를 발굴해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두의 대통령’을 표방하며 민생·경제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이 대통령과 여당의 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