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보이는 미국 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상단을 4.50%에서 4.25%로 내렸다. 이는 경기둔화와 고용약화를 고려한 조치로 올해 10월과 12월 회의에서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하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 동향을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미시간대학의 소비자심리지수다. 2025년 9월 이 지수 예비치는 55.4로 8월(58.2)보다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2000년 이후 장기 평균인 82.3을 크게 밑돌았다. 구성요소 중 ‘현재 경제상황’보다는 ‘미래기대’ 지수 하락폭이 더 컸다. 응답자 가운데 중·저소득층의 심리가 더 위축되었다.
미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미시간대학의 조사에 응답하는 가계의 체감경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다. 실제로 소비가 줄어들고 물가는 오를 것인가? 그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그런데 올해 1분기부터 소비가 장기 추세선을 밑돌 정도로 둔화하고 있다.
그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가계의 낮은 저축률이다. 올해 1~7월 저축률은 4.5%로 장기평균(2000~24년, 5.7%)보다 낮다. 가계가 가처분소득보다 지출을 더 빨리 늘렸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다. 금리상승으로 올해 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지난 15년 평균(2.0%)을 웃돌고 있다. 그만큼 소비지출에 사용할 돈이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실질소득의 정체다. 2024년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8만3730달러로 코로나19 직전 해인 2019년보다 0.6%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명목소득이 21.9% 늘었는데 실질소득이 거의 정체 상태인 것은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기업은 고용을 더 줄일 수 있다. 이미 올해 5월부터 고용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 5~8월 비농업 부문의 고용이 월평균 2만7000명 증가로 그 이전 2년 평균인 16만6000명보다 대폭 둔화했다. 미국 고용은 지나칠 정도로 탄력적이다. 2020년 코로나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기업은 그 해 3~4월에 고용을 2187만명 줄였다. 그 이전 거의 10년 동안 늘었던 일자리가 단 2개월 사이에 없어진 셈이다.
소비가 줄면 미국 경제는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이미 몇 가지 지표가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1980년 이후 10년과 2년 국채수익률 차이가 역전된 다음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1950년대 이후 장기 데이터에 따르면 실업률 12개월 이동평균이 상승할 때 예외없이 경기 침체가 왔다. 2022년 7월부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었고, 12개월 실업률 이동평균이 2023년 6월을 저점으로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은 높은 수준
Fed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다. Fed가 가장 중요시하는 물가지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다. 2020년 1.2%였던 PCE 물가상승률이 2022년에는 6.6%로 급등했다. Fed의 통화공급 급증이 물가상승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1970년 이후 장기통계로 보면 광의통화(M2) 증가율은 평균적으로 실질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의 합과 같았다. 그러나 2020년 2분기에는 M2 증가율이 이들 합보다도 27.6%포인트나 높았다.
이러한 과도한 통화공급이 경기회복에는 기여했으나 8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를 상승시켰다. 물가가 오르자 Fed는 ‘샤워실의 바보’처럼 통화공급을 크게 줄였다. 2023년 2분기에는 M2 증가율이 적정수준보다 11.1%포인트 낮았다. 이러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지난해 PCE 물가상승률을 2.5%로 낮췄다.
하지만 2023년 3분기부터 다시 통화증가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올해 2분기에는 M2 증가율이 실질 GDP와 소비자물가상승률 합에 거의 접근했다. 이로 미뤄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4월 2.2%(전년 동월대비 기준)까지 낮아졌던 물가상승률이 7월에는 2.6%로 올라왔다.
통화정책 완화에다 관세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8월 7일부터 발효되는 관세 조치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2.5%에서 18.4%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10월, 12월 FOMC에도 금리인하 전망
올해 10월과 12월 FOMC가 두번 남아있다. 물가보다는 고용을 더 강조하면서 Fed는 올해 남은 두번의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높다. 9월 4.25%인 기준금리 상단이 12월에는 3.75%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 사이 발표되는 물가상승률이 다소 낮아지거나 고용이 급감할 경우 12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할 수도 있다.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 달러 인덱스, 주가지수가 같이 하락했다. 우선 2000년 1월에서 2025년 8월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연방기금금리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사이의 상관계수가 0.76으로 높게 나타났다.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또 2000~2024년 10년 국채수익률이 평균 3.2%로 연방기금금리 평균(2.0%)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최근 10년 국채수익률이 4.1%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과거 관계를 보면 10년 국채수익률은 연방기금금리가 2.9%까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방기금금리와 달러 인덱스도 정의 상관관계(0.42)가 있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때 달러 인덱스가 하락했다. 연초 100이었던 달러 인덱스가 최근 97까지 떨어졌다. Fed가 금리를 내리면 달러 인덱스는 더 하락할 것이다. 여기다가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와 대외 순부채가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간 것을 고려하면 달러 인덱스는 이러한 불균형 해소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연방기금금리와 S&P500 사이에도 관계는 다소 약하지만 정의 상관관계(0.23)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Fed가 금리를 인하할 때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무엇보다도 주가지수가 과대 평가 영역에 있다.
자산배분에서 미국 비중 축소 바람직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투자가 합리화하면서 국내 총투자율은 낮아졌다. 1998년 1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1조2266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경상수지 흑자가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거의 다 나갔다. 그 결과 2022년부터 우리나라 순금융자산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경상수지 흑자로 번 돈이 주로 미국 금융자산 특히 주식에 투자되었다. 2024년 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외 주식이 7436억달러인데, 미국이 5032억달러로 68%를 차지한다. 미국 비중이 2010년 24%에서 이처럼 급증한 것은 지난 15년 동안 미국 주식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호황 때 누적된 부채 문제가 드러나면서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성장률이 낮아지고 Fed는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달러 인덱스가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가 떨어질 때 미국 주가지수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할 때는 S&P500보다는 코스피가 더 올랐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9월 16일까지 코스피가 43.8% 상승했는데 S&P500은 상승률이 12.3%에 그쳤다. 또 베트남 브라질 중국 등 신흥시장 주가지수가 미국보다 더 오르고 있다. 앞으로 3년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국가별 자산 배분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