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글로벌유동성 홍수 제조업 육성 기회다

2025-09-22 13:00:06 게재

미국경제는 고용악화와 물가상승이란 이중위험에 처했다. 경기가 둔화하면 고용과 물가지표도 악화하는 일반적인 상황과 딴 모습이다. 물가상승은 시행 한달째인 관세 영향이 크다. 기업들이 높은 관세비용을 원자재가격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행정부의 상호관세 목표는 제조업 부활이다. 미국 제조업은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미 노동부와 연준 데이터를 보면 제조부문 노동생산성은 2017년을 100으로 보면 올해 2분기는 100.1 수준이다. 전성기던 2007년 4분기 105.6을 제외하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15년간 노동생산성지수는 하락하는 추세다.

트럼프행정부의 상호관세 목표는 제조업 부활

반면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2007년 말 21.8달러에서 지난 6월 말 35.3달러로 상승했다. 상승률로 따지면 61.9%다. 그동안 제조업 상품가격을 꾸준히 올려 임금상승을 보전한 결과다. 미국 소비자로서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고 이게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 무역적자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조달러 이상이다. 미국의 연간 수입 규모는 3조2000억달러다. 평균 실효 관세율이 2.4%에서 16.4%로 올라가는 바람에 연간 추가부담액만 4500억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올해 7월 기준 미국서 파산한 기업 수는 446건이다. 2010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대외순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6조5000억달러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의 대외 부채는 24조6000억달러로 약간 축소됐으나 여전히 순 채무국이다. 부채가 많아진 것은 미 경제분석국(BEA)에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연준의 금리인하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한마디로 관세인상이라는 브레이크와 경기부양이라는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은 모양새다.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금리인하로 4분기 경제성장률이 기존 1.4%에서 1.6%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호조와 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문제는 앞으로 금융시장에 나타날 자금흐름 왜곡 현상이다.

글로벌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전세계 통화공급량은 국내총생산(GDP)의 140% 수준이다. 벤처캐피털의 피난처로 불리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총 투자 잔액은 7조3000억달러다. 2019년 3조6000억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액수다. 헤지펀드 자산도 같은 기간 3조2000억달러에서 4조7000억달러로 증가한 상태다.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빅 컷’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시중 유동성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넘치는 유동성이 실물 경제로 흘러갈지 미지수란 이유다. 딜로이트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올해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0.8% 늘지만 내년에는 0.5%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실물경제 대신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의미다. MMF 자금의 30%는 민간기업의 투자액이다. 전세계 상장기업의 비트코인 보유액도 1년 사이 2.6배나 늘었을 정도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정책 이후 세계 일자리는 700만개 줄었다. 연준이 올해 2차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도 실물 경제에 흘러 들어가지 않으면 경기를 호전시킬 수 없는 구조다.

미국은 이미 상호관세를 무기로 유럽과 일본에서 각각 6000억달러와 550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세부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을 포함해 내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게 경제에 도움을 주려면 정책 시너지를 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행정부는 취업비자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등 엇박자 정책만 양산 중이다. 미국에 투자하려는 기업을 붙잡기는커녕 발길을 돌려세울 기세다. 조지아 합작공장에 대한 불법 이민자 단속과도 맥을 같이하는 조치란 점에서 한국으로서도 대미 비자 협상 전략도 다시 짜야 할 처지다.

‘코스피 5000’보다 더 시급한 일은 실물경제 투자기반 재정비

이 참에 미국에서 떠난 첨단 인재들을 한국에 유치해 첨단 제조업을 부활시킬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잠재성장률을 2%대로 끌어올리려면 성장엔진을 되살리고 미래먹거리 산업을 발굴하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의 관세로 글로벌 무역은 갈수록 위축할 게 분명하다. 게다가 연준이 만들어 놓은 글로벌 유동성 파티는 자산시장 거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참에 무역이나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과감히 허물고 외국 인재를 영입하는 탈 규제정책으로 제조업 부활을 모색해야 한다. 코스피 5000을 달성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게 실물 경제의 투자기반을 다시 정비하는 일이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