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데뷔’ 이 대통령, ‘민주 대한민국’ 귀환 알렸다

2025-09-26 13:00:13 게재

미국 뉴욕 3박 5일 일정 마치고 귀국길 올라

‘E.N.D 이니셔티브’ 선언-북미대화 분위기 조성

관세협상 속 트럼프와 거리 …‘통화스와프’ 배수진

뉴욕 떠나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5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 공군 1호기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일정을 마무리하고 25일(이하 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실질적인 다자외교 데뷔 자리였던 3박5일 동안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 및 안전보장이사회 토의 주재를 하며 ‘민주 대한민국’의 귀환을 전세계에 알렸다. 한미 관세협상 관련해선 미 상하원 의원단 및 오피니언리더들을 만나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나섰다. 미 재무장관과 만나선 ‘상업적 합리성’을 주문하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지속했다.

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하이라이트는 지난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이었다. 이 대통령은 20분간의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지난해 불법계엄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다시 돌아온 저력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면서 “대한민국이 보여준 놀라운 회복력과 민주주의의 저력은 대한민국의 것인 동시에 전세계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함께 할 모든 이들에게 ‘빛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표’ 한반도 평화 구상인 ‘E.N.D(엔드) 이니셔티브’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E.N.D란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어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 대통령은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 당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임했듯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에도 적극 나섰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다음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북미대화 무드를 조성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번 APEC 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의 참석이 예상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큰 외교의 장이 열릴 전망이다.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논의가 교착 국면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이번 방미는 경제·통상 측면에서도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하지 않는 대신 한국의 입장을 미국내 주요 인사들에게 설명하는 여론전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방미 첫날이었던 지난 22일에는 미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관세협상에 임하는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3500억달러 투자패키지와 관련해 어떤 부분이 한국의 외환시장에 불안정이 야기될 우려가 있는지 차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음 날인 23일에는 미국 싱크탱크 지도부 및 언론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과 초청 만찬을 가졌다. 이날 같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유엔 참석 국가정상들을 환영하는 만찬이 백악관에서 열렸지만 그보다는 미국 내 우호여론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합리성’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측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24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규모 및 외환시장 등의 차이를 설명하며 대미 투자 패키지 관련 논의가 이같은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설명했다고 한다. 만약 전액 직접 투자라는 미국측 요구가 고수될 경우에는 한미간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필수적임을 강조한 셈이다.

이날 접견 결과를 설명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필요조건이다. 이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나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미 관세협상 관련한 배수진을 쳤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다음 시선은 또 한번 경주 APEC으로 모아질 전망이다.

APEC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차 한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대미 관세협상의 후속 논의 관련한 주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 정책실장도 “경주 APEC는 중요한 계기”라면서 “(관세)협상팀에서도 중요한 기회로 인식하고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뉴욕=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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