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속도 내야

2025-09-29 13:00:03 게재

곧 추석이다. 제수용품과 먹거리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중은 물가에 민감하다.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는 대통령 국정수행 및 정당 지지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역대 정부가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놓고 농축수산물 가격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로 발표됐지만,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휴대전화요금이 감면됨에 따른 착시효과가 컸다. 통신요금이 그대로였다면 물가상승률은 2.3%로 집계됐을 게다. 집중호우와 폭염 탓이라지만 농축수산물은 4.8% 뛰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 출마선언에서 “먹사니즘(먹고산다+이즘 ism)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민생에 집중하는 먹사니즘 공약 개발에 주력했다.

농산물 식료품 물가안정이 먹사니즘 요체

먹사니즘의 요체는 농산물 등 식료품 물가안정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56배다. 영세한 생산농가보다 도소매업체가 더 큰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유통구조 때문으로 지적된다.

역대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대책으로 동원하는 단골 메뉴는 납품단가 지원과 유통업체 할인판매 지원, 수입 농산물에 대한 할당관세(0) 적용이다. 재작년 가을부터 지난해 봄까지 이어진 금사과파동과 대파논란 등 농산물 물가가 4.10 총선 이슈로 등장하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농산물 가격이 평년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간·품목·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

여기서 ‘납품’ 표현을 보면 생산자인 농민을 위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농산물 중간 납품업체와 도매상들을 더 지원하는 구조다. 납품업자들이 납품단가를 그전보다 높여 차익을 늘리거나 보조금처럼 받고선 납품가격을 덜 내리거나 안 내린다. 투입한 재정이나 감면한 세금만큼 혜택이 농민이나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물량을 비축해둔 중간 도매상과 유통업자들이 많은 이익을 취한다.

정부는 지난 15일 ‘추석 민생 안정 대책’과 함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50% 완화하고, 유통비용을 10% 절감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이 9일 “농축수산물 값 변동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함에 따른 조치다.

전체 도매유통의 6%인 온라인 거래 비율을 50%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간 거래규모 20억원 이상인 개인·법인 사업자만 온라인 도매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없애기로 했다. 2023년 11월 출범한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규모는 올해 1조원 정도다. 이를 7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역대 정부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을 추진했다. 문재인정부는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 확산을, 윤석열정부는 농축산물 데이터 기반 물류 효율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통비용은 계속 올랐고, 농산물 가격은 널뛰기를 거듭했다.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2023년 기준 49.2%다. 소비자가 1만원 어치를 구입하면 4920원이 유통비용이란 의미다. 1999년 38.7%, 2013년 45%에서 계속 상승했다. 배추 무 양파 등 채소류 유통비용률은 70~80%에 이른다.

온라인 소비 확대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농산물은 도대체 언제까지 서울도매시장으로 싣고 와 경매하는 체제로 갈 텐가.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이번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방안 슬로건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고, 기후위기에도 안정적인 디지털 기반 스마트 농산물 유통구조로 대전환’이다.

국정과제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하자

소비자에게 위치에 기반한 매장별 가격 비교, 제철 농산물 등 알뜰 소비정보를 제공하는 대국민 모바일 앱 개발 보급(2026년)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능 고도화,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보탬이 되도록 생산자-소비자-유통인에게 생산·유통·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농산물 통합 정보 지원 플랫폼 구축(2028년)의 방안을 담았다.

대국민 모바일 앱 개발과 농산물 통합 정보 플랫폼 구축은 이재명정부 목표인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 ‘모두의 인공지능 시대’를 앞당기는 길도 될 것이다. 국정과제 우선순위에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도 올려놓고 속도를 내자. 노동·연금·교육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