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명, 환경오염 뛰어넘을 수 있나
화석연료·인구·도시화·세계화가 환경문제 원인 … ‘탄소발자국’ 줄여야 살아남는다
밀브래스 교수는 1989년에 쓴 ‘지속가능한 사회(Sustainable Society)’에서 지구의 물리적인 나이 46억년을 1년 365일로 환산했다. 11월에 ‘삼엽충’ 같은 다세포 동물이 등장한다. 12월 13일에 ‘파충류’가 등장하고 12월 15일 ‘포유류’가 발생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자정 11분 전에 생겼고 인류 문명은 자정 1분 전에 발생했다. 지구상 모든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산업혁명’은 12월 31일 자정 2초 전에 일어났다. 2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지구의 각종 환경오염이 발생했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인류는 100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했고 불 사용이 일반화된 것은 40만년 전이다. 다윈은 “언어를 제외하면 인류가 발견한 최대의 작품은 불”이라고 했다. 불은 인류의 수명을 연장했고 더 추운 곳으로 거주지를 넓혔다. 현생 인류는 빙하기의 혹독한 겨울을 매머드 사냥으로 이겨냈다. 매머드는 4톤에 이르는 고기와 두꺼운 털가죽, 움집의 뼈대가 되는 긴 뼈를 제공했다.
거대한 상아는 불을 붙이면 오래 타는 좋은 땔감이었다.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당시 주거지들은 대부분 매머드 뼈로 지어졌다. 움집 하나에 보통 매머드 20마리의 뼈가 들어갔다. 큰 움집은 60여마리의 뼈로 지어진 것도 있다. 대규모 집단사냥은 지구에 마지막 남은 매머드 집단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됐다.
인류의 불 사용과 서식지 확산, 대형 포유류 멸종은 신들의 눈으로 볼 때 엄청난 생태계 파괴였다. 제우스의 불을 회향풀에 숨겨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는 가혹한 형벌을 받는다. 제우스는 그를 코카서스산에 쇠사슬로 묶어놓고 수리(Eagle)가 간을 쪼아먹게 한다. 3000년 후 헤라클레스가 수리를 죽이고 그를 구해준다.
급속한 산업화의 바탕은 ‘석탄’
불을 사용한 인간문명은 지구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200년 전까지는 기후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 산업혁명 전까지 인류는 나무와 풀, 짐승뼈와 같은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나무와 풀을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그러나 그 양은 그 나무와 풀이 자라면서 흡수한 양과 같다. 일부 지역에서는 호수 밑바닥에 쌓인 이탄(泥炭)을 연료로 썼지만 이탄도 현생대에 자기가 흡수한 만큼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를 ‘탄소평형(carbon balance. 炭素平衡)’이라고 한다.
산업혁명의 핵심은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석탄’이다. 기원전 3억5920만년~기원전 2억9900만년까지 약 6000만년에 걸친 지질시대를 ‘석탄기’라고 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석탄의 약 90%가 이 시기에 매장됐다. 석탄기 적도와 온대지방의 육상부는 ‘비늘나무(鱗木·인목)’라고 불리는 ‘레피도덴드론(Lepidodendron)’이 뒤덮었다. 이 나무는 오늘날 야자수와 활엽수를 합쳐놓은 모습인데 비늘 모양의 줄기로도 광합성을 했다. 비늘나무들은 광합성(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지구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포집했다. 비늘나무가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포집하자 온실효과가 줄어들었다. 데본기(4억1920만년 전~) 때 2500ppm이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으로 낮아졌다.
석탄기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페름기(2억5300만년 전~)의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로 바뀌었다. 대기 온도가 내려가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와 비늘나무가 뿌리내린 생태계를 파괴했다. 비늘나무는 다가올 3억년 동안 생물종의 진화가 펼쳐질 무대를 만들어놓고 지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많은 비늘나무가 석탄지대 전역에 빠른 속도로 동시에 매장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3억년 전 판게아산맥 아래 묻힌 비늘나무들은 석탄이 되어 18~19세기 급속한 산업화의 바탕이 되었다. 미국의 일리노이와 켄터키, 영국의 웨일즈와 웨스트미들랜즈, 독일의 베스트팔렌 등이다. 석탄이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기관을 돌리고 품질 좋은 탄소강을 만드는 연료가 된 것은 어마어마한 매장량 덕분이다.
석탄과 석유의 열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 열기는 3억년 전의 햇빛이다. 석탄기 비늘나무들이 탄소 형태로 저장한 것이다. 태양이 100의 에너지를 주면 나무는 줄기에 2의 에너지를 저장한다. 나머지는 잎 만들고 호흡하고(산소 생산)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데 쓴다. 부피로 따지면 나무줄기의 발열량은 석유의 1/2이다.
온실가스 발견한 ‘유니스 푸트’
자정 2초 전에 일어난 산업혁명은 ‘석탄’을 불태우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면 3억년 전 나무들이 저장한 탄소가 다시 대기중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 기후변화 → 기후위기 로 표현은 바뀌었지만 문제의 핵심은 ‘온실가스’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이론을 처음 발표한 사람은 미국의 여성 아마추어 과학자 유니스 뉴튼 푸트였다. 1857년 유니스 푸트는 ‘태양광의 기온상승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라는 논문을 썼다.
1850년대에 그는 대기중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태양광의 기온상승 효과(Solar heating)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수은 온도계가 꽂힌 유리 실린더를 이용했다.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용기가 가장 많이 가열되었다. 태양광을 제거한 후 실린더가 식는 데 걸리는 시간도 이산화탄소가 다른 기체에 비해 몇배 더 길다.” 푸트의 실험기록이다.
그는 대기중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태양광(가시광선)이 아니라 지구 표면에서 복사되는 긴 파장의 열(열적외선)을 흡수한다는 사실은 증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푸트는 이 실험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지구의 과거 기후에 대한 놀라운 통찰에 이르렀다. 푸트는 1856년 “대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기온을 상승시킨다. 지구 역사상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비율이 더 높은 시기가 있었다면 필연적으로 기온이 더 높았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니스 푸트는 1888년 사망했고 200년 동안 잊혀졌다. 묻혀있던 그를 세상에 다시 알린 이들은 석유 지질학자 소렌센과 기후 물리학자 캐서린이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문헌에서 푸트의 연구를 발견했다. 과학계는 기후변화 원인 연구역사를 다시 썼다. 탄생 200주년이었던 2019년에 푸트는 뒤늦은 축하를 받았고 이제 ‘대기과학의 어머니’로 불린다.
한국 자동차수 50년 동안 200배 늘어
유니스 푸트가 잊혀진 200년 동안 지구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1900년 이후 120년 동안 전세계 총생산은 145배 늘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1970년 12만6000대에서 2000년 1110만대, 2024년 2600만대로 200배 이상 증가했다.
지구 환경 문제의 첫번째 원인은 ‘화석연료 소비’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CO₂ 배출량은 1970년 1.92톤에서 11.09톤(2023년)으로 늘었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은 1971년 296kWh에서 1만1308kWh(2023년)으로 38배 늘었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도 1971년 516kg(석유환산)에서 5.351톤(석유환산)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두번째는 ‘인구 증가’다. UN은 전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94억명에서 최대 105억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기대수명 80세 이상의 나라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 후진국들은 신생아 증가, 선진국은 노인인구 증가가 문제다.
세번째는 ‘도시화’다. UN 통계에 따르면 2003년도에 48%였던 도시화율이 2007년에 50%를 넘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에 이미 50%에 육박했다. 2021년에는 91.8%가 넘었고 현재는 92%가 넘었다. 대한민국 인구 100명 중에 92명이 도시에 산다.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살면 배출되는 폐기물이 자연의 정화 능력을 넘어선다. 해결책은 ‘분산화’다. 도시열섬 등 기후 문제도 해결책은 분산하는 것이다.
네번째 원인은 ‘세계화’다. 교통과 물류가 발달하면서 삼성이 만드는 핸드폰이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전세계 환경 규제는 이제 ‘제품’(ISO 규격)으로 간다. 건축물에서 핸드폰, 자동차까지 모든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살아남는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지구도 살고 소비자도 산다. 모든 물질을 다시 쓰고 아껴 써야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