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신우진 명지대 데이터사이언스전공

2025-10-01 10:17:37 게재

실패는 성장의 발판 AI 움직일 데이터과학자 꿈꿔요

우진씨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에 빠져 있었다. 실감 나는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에 환호했지만, 게임을 할수록 치밀하게 설계된 그래픽과 시스템에 눈길이 갔다. 어느 순간 게임의 즐거움 이상으로 게임의 원리가 궁금해졌다. 자연스럽게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컴퓨터 구조 전반에 관심이 생겼다. AI 교육 선도학교였던 모교는 우진씨의 시야를 한층 더 넓혀줬다. 컴퓨터 언어, 프로그래밍, AI, 데이터까지 다양한 분야를 접하도록 이끌었다. 열 번의 실패 끝에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 ‘맨땅에 헤딩’의 즐거움을 알게 된 우진씨. 데이터사이언스에 닿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돌아봤다.

신우진 | 명지대 데이터사이언스전공(경기 진접고)

신우진 | 명지대 데이터사이언스전공(경기 진접고)

사진 이의종

AI에 밀리지 않을 분야는?

게임을 즐겼던 것처럼 컴퓨터 분야도 깊이 파고들었던 우진씨는 중학생 때 사용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조작하는 웹 화면을 만드는 프런트엔드 개발자를 꿈꿨다. 하지만 AI의 급격한 발전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인공지능이 대체 불가한 영역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모교인 진접고는 우진씨가 고민을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줬다. AI 교육 선도학교로 여타 일반고에 비해 다양한 컴퓨터 관련 프로그램과 수업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학년 때부터 정보 교과 심화 프로그램인 ‘앱 개발’에 참여했는데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났다고.

“컴퓨터 분야가 유망하다고 하지만, 보통의 고교에서는 관련 수업을 접하기가 어려워요. 다행히 모교는 AI 교육에 특화돼 맘껏 공부할 수 있었어요. <정보>에선 실제 데이터를 다루고 AI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고, 2학년 땐 <프로그래밍> <빅데이터분석>을 들으며 데이터사이언스에 푹 빠졌죠. 출산율 저하 원인을 분석하는 탐구를 할 땐 국가통계포털(KOSIS) e-나라지표 등에서 각종 통계자료를 찾아 확인했는데, 출산율과 관계있는 데이터를 도출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같은 데이터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보니 전혀 다른 해석이 나와 신기했죠. 데이터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데이터에서 문제를 발견하거나 의미를 찾는 건 쉽지 않아요. AI 모델 개발의 핵심이자 모든 산업에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끌렸어요.”

실패는 나의 힘

1학년 때 공학 동아리에서 혼자 진행했던 리듬 게임 제작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버튼 입력에 맞춰 박자·리듬·멜로디를 구현하는 콘솔 리듬 게임을 C++ 언어로 직접 만들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2차원 배열에 저장한 음표 데이터를 원하는 모양으로 화면에 출력하기 위해 데이터 파일이 화면화되기까지 입출력 방식을 탐구했고, 라이브러리에 담긴 다양한 키 입력 함수를 비교·분석해 사용자의 입력을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함수 호출 과정을 하나하나 추적하며 변수 간 충돌이나 인자 전달의 정확성을 확인해, 수차례 발생한 오류를 해결했다.

“실패가 거듭되자 지쳐갔지만 오기도 생겼죠. 방에 틀어박혀 코드를 다시 뜯어보던 중 마침내 오류의 원인을 발견했어요. 말 그대로 ‘유레카!’였죠. 그날의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이때 깨달은 실패의 중요성은 <한국사> 시간, 일론 머스크를 주제로 한 발표에 담았다. ‘무모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머스크의 실패 사례를 소개하고 ‘실패는 곧 학습’이라는 그의 신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동아리 팀장으로서 팀 프로젝트를 이끌 때는 마음껏 실패를 반복하기엔 여러 한계가 있기에, 혼자서 파고드는 탐구를 종종 진행했다.

“반복되는 실패를 견디며 끝까지 시도하는 과정은 끈기와 인내심을 길러줘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다 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창의력도 높아지죠. 무엇보다 시행착오 끝에 문제를 해결했을 때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은 다른 도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돼요.”

성적 넘어설 역량 쌓기에 몰두

우진씨는 중·고등학교 통틀어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학교 수업을 듣고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생기면 스스로 찾아서 공부했다.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 대신, 스스로 숙제를 찾았다. 덕분에 한 번 익힌 내용은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고교에서도 EBS 인터넷 강의로 예·복습을 했고, 학교 선생님께도 늘 도움을 청했다. <유니티로 배우는 게임 수학> <쓸모없는 수학> <미적분의 쓸모> <AI, 빅데이터에 숨어 있는 수학의 아름다움> 등과 교과 관련 주제를 다룬 책은 학습과 탐구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한데 고교 내신은 난관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수학만 해도 원리와 풀이법을 충분히 알지만, 시험에선 매번 시간 부족에 시달렸죠. 스스로 질문하고 의문점을 해소하는 제게 빠르게 기계처럼 풀어내는 시험은 맞지 않았어요. 결국 수학 과목 등급이 뚝 떨어졌죠. 다른 주요 과목도 비슷했고요. 다시 돌아가도 학원에 다닐 생각은 없어요. 대신 효과적인 내신 공부법을 좀 더 고민할 거예요.”

1학년을 마친 우진씨는 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데이터 분야와 관련 깊은 수학 과목의 성적이 약점이 될 것 같아 2학년 땐 수학 동아리를 선택했다. 데이터 구조·그래픽스·네트워크·로봇공학에 활용되는 위상수학을 파고들며 수학적 역량을 다졌다. 학교 진로 프로그램 토론에 참여해 ‘완성되지 않은 수학은 수학이 맞는가?’ ‘모든 학생은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 등의 주제로 하브루타식 토론을 이어가며 수학의 본질을 고민하기도 했다.

대입보다 ‘나’에게 중심 두길

우진씨는 종합전형 중에서도 면접이 있는 전형에 집중 지원했다.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데이터과학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했기에 수시 6장 모두 전공을 최우선으로 놓고 선택했다.

“3학년 동아리 탐구 활동 중 ‘지문 인식 출석 프로그램을 왜 개발하게 됐냐’는 게 첫 질문이었어요. 출석 체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과, 선생님의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했던 주제 선정 과정을 설명하니,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대한 꼬리 질문이 이어졌죠. 만약 남이 정해주거나 인터넷에 나온 주제로 탐구했다면 당황했을 질문도 여럿이었어요.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나갔기에 막힘없이 답할 수 있었죠. 예상대로 수학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어요. ‘2학년 때 왜 수학 동아리를 선택했냐’는 것이었죠. 수학 내신에서 부족함을 느껴 이를 보완하고, 동시에 수학에 대한 진심을 탐구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답했어요. 종합전형은 대입에서 드물게 실패나 약점을 과정으로 봐주는 전형이라고 생각해요. 막연하게 전공 관련 활동 기록을 남기기 위해 애쓰기에 앞서, 자신의 장단점을 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하며 선택하면 좋겠어요. 대학 입시에서 잘 보이는 것보다 자신의 성장을 고민하길 바랍니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