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들려주는 전공 메타버스
세계로 뻗어가는 K-뮤직 차세대 창작자 키우는 실용음악학부
세계로 뻗어가는 K-뮤직 차세대 창작자 키우는 실용음악학부
세계로 뻗어가는 케이팝은 물론,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드는 드라마 OST, 방송에 긴장감을 더하는 음향 효과까지 실용음악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삶에 즐거움을 더한다. 라이브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풍성한 사운드 또한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이처럼 음악은 단순한 소리를 넘어, 문화를 전달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매개체가 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빠르게 성장하는 실용음악의 세계에 한 걸음 다가가보자.
도움말 고남수 교수(정화예술대학교 실용음악학부 뮤직테크놀로지학과장)·김진수 교수(정화예술대학교 실용음악학과장)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
실용음악은 클래식과 달리,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을 뜻한다. 케이팝과 뮤지컬 등 공연 분야뿐 아니라 영화나 광고, 방송, 게임 등 다양한 매체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모바일과 앱 기반 디지털 음악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용음악학과는 이처럼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과다.
BTS와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케이팝뿐만 아니라, 뮤지컬과 영화 음악도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함께 주목받고 있다. 가까운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음악상을 포함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했고, 케이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골든>은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동시에 정상에 오르며 전 세계 음원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한국적 정체성을 담은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용음악학과의 전망도 밝게 점쳐진다.
정화예대 실용음악학과장인 김진수 교수는 “요즘에는 단순히 연주나 작곡 실력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음악과 매체, 첨단 기술과 청중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탄탄한 기본기와 현장 중심의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환경에 맞춰 창의적이고 유연한 뮤지션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 목표”라고 설명한다.
창작에 기획력까지, 창의·융합적 사고가 핵심
국내에는 2·3년제 전문대학을 포함해 전국 80여 곳에 실용음악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 정화예대를 비롯해 경희대 한양대 호원대 등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대학별로 커리큘럼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보컬과 악기, 작곡, 편곡, 음향 및 녹음, 공연 실습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창작과 기획, 퍼포먼스를 통합하는 융합형 전공도 주목받고 있다.
정화예대 뮤직테크놀로지전공이 대표적이다. 음악에 기술과 콘텐츠 기획을 결합해, 아이디어를 완성된 작품이나 무대·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을 배운다. 정화예대 실용음악학부 뮤직테크놀로지학과장 고남수 교수는 “학생들이 작품 완성에 그치지 않고, 이를 영상이나 전시, 퍼포먼스로 패키징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수업의 핵심이다. 궁극적으로는 숏폼과 라이브 영상, 가상공간, 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통하는 경쟁력 있는 음악 제작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공연 시장 확대에 따라 음향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케이팝 프로듀서 양성을 위한 과정도 속속 신설되고 있다. 특히 정화예대는 올해부터 실용음악학부에 케이팝의 히트 멜로디를 만드는 탑라인전공과 음향제작전공 과정을 새롭게 운영해 눈길을 끈다. 트렌드에 민감한 대중음악계에 발맞춘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의 수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실용음악학부라 할지라도 보컬과 작곡, 싱어송라이터, 뮤직테크놀로지 등 전공별로 세부 커리큘럼이 조금씩 다르기에 흥미와 적성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무대 경험 쌓고 소통 역량 갖춰야
실용음악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다. 고등학교 축제나 동아리 공연, 버스킹 등 다양한 무대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음악 트렌드를 탐구하는 호기심도 중요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은 창작 활동과 공연, 음원 제작 등에서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팀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다. 아울러 최근에는 샘플 출처를 정확히 표기하고 무단 사용을 피하는 등, 저작권을 지키는 윤리 의식도 반드시 필요하다.
졸업 후 진로는 다양하다. 가수, 작곡가, 연주자, 음악 프로듀서, 음향 엔지니어 등 전문 음악 분야는 물론 공연 기획과 콘텐츠 제작, 음악 교육 분야로도 진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과 메타버스 환경에서 몰입형 오디오를 설계하는 사운드 디자이너나 공간 음향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MINI INTERVIEW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맞춤형 수업 덕분에 작곡이 더 재밌어요”
송지민
Q. 싱어송라이터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 듣는 걸 좋아했어요. 나얼이나 황인욱, 버즈의 음악을 들으며, 저도 그들처럼 멋지게 노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중3 때 부모님을 졸라 음악 학원에 등록했을 때만 해도 고음을 잘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 고교 시절 전설적인 흑인 레이블 모타운 레코드의 음악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라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Q. 실용음악학부 진학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나요?
처음에는 발성 연습부터 시작했어요. 보컬에 자신감이 생긴 뒤에는 통기타와 건반, 베이스 등 악기를 차례로 배워나갔죠. 싱어송라이터전공은 실기시험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2~3분 내의 자작곡을 직접 불러야 하거든요. 가스펠과 펑크, R&B 등 흑인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곡을 더 풍성하게 구성하고 싶은 욕심에 나중에는 트럼펫과 색소폰도 배우게 됐어요.
Q. 대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대학로캠퍼스 공연장에서 신입생 공연을 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부모님 앞에서 선보인 제 첫 무대였거든요. 대학에 가면 직접 밴드를 구성해 자작곡을 선보이는 게 꿈이었는데, 작은 소망을 하나 이룬 셈이죠.
제 공연을 본 학과장님의 추천으로 정화예대의 자랑인 ‘8VENUE’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원테이크 촬영으로 영상 포트폴리오를 찍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결과물이 잘 나와 뿌듯한 마음이 들었죠.
Q. 곡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 수업이 있다면?
실용음악의 기초 역량을 쌓는 ‘전공 실기’ 수업을 꼽고 싶어요. 담당 교수님과 일대일로 만나 제 실기 수준에 맞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맞춤형 수업인데요. 미디 작곡을 하다 막힐 때가 종종 있었는데, 대학에서 ‘로직’ 프로그램을 배워 작곡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수업 전에 궁금한 점을 미리 정리해 교수님께 질문할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죠.
Q. 예비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학교 추천으로 홍대 인근 공연장에서 처음 관객 앞에 섰을 때의 짜릿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느끼는 행복을 꼭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 도전해보세요.
“소통 중요한 현장, 대학 조별 과제 경험 도움 돼”
현예은
Q.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케이팝 탑라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요. 곡의 비트와 리듬, 화성, 악기 구성 등 전체적인 틀을 만드는 게 트랙 메이커의 역할이라면, 탑라이너는 그 위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여 데모를 완성하는 작업을 담당합니다. 특히 케이팝은 귀에 쏙 들어오는 후렴구의 후크(Hook) 멜로디가 핵심이라서, 탑라이너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추세입니다.
Q. 뮤직테크놀로지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쉽게 도전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고2 때 용기를 내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가벼운 음향 효과나 배경 음악을 만들고, 다양한 장르의 트랙을 만드는 연습을 이어갔어요. 작곡 공부를 하다 보니 탑라인 작업에도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마침 정화예대에 케이팝 프로듀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뮤직테크놀로지전공이 신설됐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지원하게 됐어요.
Q. 대학 수업 중 어떤 공부가 가장 흥미로웠나요?
2학년 1학기 때 들었던 ‘영상음악의 이해’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운드가 텅 빈 영상에 타이밍을 맞춰 직접 음향 효과를 넣고, 배경 음악을 만드는 수업이었는데요. 실제 광고 음악이나 드라마 OST, 영화 음향 사례를 찾아보면서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를 접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Q. 실무에서 도움이 된 수업은 무엇인가요?
학기마다 있는 ‘뮤직테크놀로지Lab’ 수업이 가장 도움이 됐어요. 서로 곡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작곡 방향을 확실히 잡을 수 있었거든요.
또 조별 과제를 하면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곡을 만드는 경험도 했고요. 요즘 여러 작곡가가 모여 곡을 만드는 송캠프 작업이 많은데, 대학 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Q.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현장에서는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해요. 음악은 혼자 만들 수 없으니까요. 믹싱 작업만 해도 엔지니어와의 활발한 소통은 필수거든요. 좋은 곡을 완성하려면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내 생각을 적절히 전달하며 원활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