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 우위에 네트·유통계열은행 추격

2025-10-01 13:00:04 게재

전환기 들어선 일본 금융산업 … 메가뱅크 ‘안정감’, 네트뱅크 ‘가성비’, 유통계열 ‘편리성’ 경쟁

장기간 이어져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2024년에 해제되면서 일본 금융업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현재 일본 금융업계는 전통적인 리더로서 막대한 자산과 고객 기반을 보유한 메가뱅크와, 디지털 전환과 혁신적 서비스를 앞세운 인터넷 전용 네트뱅크(일본에서는 ‘네트뱅크’라 불림)의 이중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여기에 유통 계열 은행까지 가세하면서 복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금융업계의 리더 MUFG

미즈비시 UFJ 파이낸셜그룹 (MUFG),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SMFG),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MHFG) 등 3대 메가뱅크는 2025년 3월기 결산에서 순이익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내 금리 상승, 해외 사업 확장, 예대금리차의 개선이 수익 향상의 중요한 요인이다.

MUFJ는 총자산약 405.94조엔으로 일본의 GDP에 필적하는 (일본 GDP 약 622조엔)일본 금융업계의 리더다. 개인고객 3400만명, 법인 고객 100만개를 보유한 압도적인 고객기반으로 일본경제의 대동맥과 같은 존재를 과시한다. UFJ은행, UFJ신탁은행, UFJ모건스탠리증권, UFJ니코스까지 은행, 신탁, 증권, 카드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MUFJ는 소위 ‘양파전략’이라고 하는 성장 전략을 구사한다. 국내 최대의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핵심으로 그 주변에 신탁, 증권, 자산관리 등 전문성 있는 주변 사업을 추진한다. 가장 외부에는 신규 성장 사업으로 핀텍, 디지털 플랫폼, ESG, 지속가능 금융이 감싸고 있다. 지속가능 금융의 2030년 목표는 100조엔으로 설정, ESG 투자 확대라고 하는 세계적인 조류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근 AI 네이티브 조직으로의 변신을 추구한다. 경영의 방향성과 큰 틀은 경영진이 논의하여 결정하지만 경영 환경 분석이나 경쟁사 동향에 대한 정보 수집 등 방대한 작업을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경영 계획 수립에 반영한다. 2024년 수익은 코로나 이전의 2배로 증가했고 자기자본 이익율(ROE) 목표 9%를 조기 달성하였다. 2025년 3월 결산에서는 순이익은 전년 대비 25.0% 증가한 1조 8629억엔을 달성하면서 ROE 12%라고 하는 야심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ROE 12%라고 하는 목표는 현재 1.21~1.15 수준의 PBR (주가 순자산배율)을 더욱 높이는 동력이 될 것이다.

MUFJ가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감소라는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요구된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 개발도 중요하다. 자산 승계, 퇴직 플랜 등이 증가하면서 고부가 가치 서비스로 수익원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향후 과제이다.

일본 금융업계는 전통적인 리더로서 막대한 자산과 고객 기반을 보유한 메가뱅크와, 디지털 전환과 혁신적 서비스를 앞세운 ‘네트뱅크’의 이중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여기에 유통 계열 은행까지 가세하면서 복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자료 각사 홈페이지

혁신 리더로서의 네트뱅크, 라쿠텐은행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네트뱅크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네트뱅크는 대형 메가뱅크와 달리 빠른 의사결정과 실험적 모델로 차별화한다. 예금 계좌를 제공하고, 인터넷을 통해 송금 등이 가능할뿐 아니라 은행 면허를 취득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존 은행처럼 많은 지점을 두거나 ATM망을 갖추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낮아 더 높은 예금 금리와 더 낮은 수수료 및 이자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 같은 계열의 인터넷 전용 증권사와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인터넷은행의 장점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캐시리스 결제 확산을 배경으로 네트뱅크는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 규모인 라쿠텐은행의 가치 제안은, 인터넷을 활용하는 고객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라쿠텐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예금, 대출, 송금·이체 서비스, 결제 서비스, 입출금, 자산관리 앱 '머니서포트', 등 다양하다. 또한, 은행을 이용하다가 투자신탁, 증권, 보험 같은 그룹 내 다른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

보통·정기·외화예금, 송금·자동이체·인스턴트 메신저를 활용한 송금, 주택담보대출·카드론 등에서부터 자산관리 도구 제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는 거의 하나의 스마트폰 앱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라쿠텐 그룹의 EC 사이트인 라쿠텐 시장에는 약 3000만명, 라쿠텐 카드는 2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라쿠텐 그룹의 강력한 고객 기반을 활용하여 낮은 비용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기반의 인터넷 마케팅 노하우를 통해 신규 잠재 고객에게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그룹 서비스를 제안하고, 은행에서 그룹 서비스로의 효율적인 유입도 가능하다.

2025년 3월기 제3사분기(누적) 경상이익은 131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3% 증가하는 매우 높은 성장을 보였다. 특히 금리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한 895억 엔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차별화를 도모하는 이온은행과 세븐은행

메가뱅크, 네트뱅크와는 별도로 유통 계열 은행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매 체인으로는 대형 쇼핑몰을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온과 세븐일레븐이라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세븐앤아이 홀딩스가 있다. 이 두 회사가 운영하는 은행은 유통 계열의 새로운 형태의 은행으로서 메가뱅크 및 네트뱅크와 차별화된 특징을 지닌다.

이온은행은 이온 파이낸셜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은행은 이온 몰 내에 점포를 설치하여 고객과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예금 계좌 외에 투자신탁 및 각종 개인 대상 대출을 한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고객이 ‘이온은행은 새롭다, 즐겁다, 편리하다, 간단하다’라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객 경험채널’을 구상 중이다.

2025년 2월기 연결 실적은 양호하다. 영업수익은 5332억6200만엔(전기 대비 109.8%), 연결 영업이익은 614억8500만 엔(전기 대비 122.8%), 연결 경상이익은 625억5400만 엔(전기 대비 122.2%)으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하였다.

편의점 내 ATM 서비스를 비롯해 독창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븐은행은 2001년에 탄생했다. 전국에 2만7000대 이상의 AT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휴 금융기관 수도 680개사 이상에 이르고 있다.

편의점 내 설치된 ATM은 굳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쇼핑하는 김에 이용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로 연중무휴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는 예금, 대출, 해외 송금, 직불카드 등을 제공하며,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활용한 편리한 계좌 운영을 할 수 있다법인 고객에게는 ATM 플랫폼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 발급된 캐시카드나 신용카드로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으며, ‘해외 송금 서비스’도 가능하다. 세븐은행에서 해외 은행으로 송금하면 몇 분 후 현지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로, 주로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세븐은행은 엔드유저, 즉 ATM 너머에 있는 개인 고객이나 제휴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현실적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매일 SNS 상의 고객 목소리를 확인하면서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고 있으며, 콜센터 부문에서의 문의나 트러블슈팅 대응을 통해 VoC(Voice of Customer) 수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세븐은행의 퍼포스는 '고객의 ‘있으면 좋겠다'를 넘어, '일상의 미래를 계속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업무 시간의 10%는 통상적인 담당 업무 외에 혁신적인 일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EX10(엑스텐)’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후발 주자인 세븐은행이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도전자 정신이 전 직원 사이에 자리잡아 가면서 기존 은행이 대응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 갈 것이다.

이상의 은행들을 키워드로 특징을 정리하면 메가뱅크는 안심감, 네트뱅크는 가성비, 그리고 유통계열 은행은 편리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거대한 메가뱅크가 중심을 크게 잡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네트 은행과 유통계열 은행이 어디까지 성장해 나갈 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