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고통받은 해외입양인에 사과…뿌리찾기 지원”

2025-10-02 16:03:35 게재

“‘아동수출국’ 부끄러운 과거 … 국가가 제역할 못한 부분”

12년 만에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당사국 지위 얻어

이재명 대통령은 2일 “대한민국을 대표해 그간 고통받은 해외 입양인과 가족, 그리고 원가정에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입양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국제 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제 입양에서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의 당사국 지위를 갖게 된 데 대해 평가하고 국제입양 당사자들에게 사과의 마음을 밝힌 것이다.

수석보좌관회의 주재하는 이재명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주재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이 대통령은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일부터 대한민국은 협약의 공식적 당사국 지위를 갖게 됐다”면서 “아동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국내외 입양 절차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영하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협약이 공식 발효됨에 따라 앞으로 국제 입양은 국내에서 적합한 가정을 찾지 못한 경우,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추진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3년 협약에 서명했지만 관련 법률이 뒤늦게 마련돼 공식 발효가 지연돼 왔다. 지난 7월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협약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이 갖춰졌다.

이 대통령은 “당연한 약속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과거는 결코 자랑스럽지 않았다”면서 “대한민국은 한때 ‘아동 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썼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6.25 전쟁 이후부터 최근까지 해외에 입양된 아동이 공식 기록만으로도 17만여명에 달한다”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2020년대에도 한 해 평균 100명 이상의 아동이 낯선 해외로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따뜻한 입양가족을 만난 이들도 있었지만, 일부 입양기관의 무책임과 방조로 평생을 고통 속에 보낸 분들도 많다”며 “아직 우리 말도 서툰 어린 나이에 이역만리 타국의 낯선 땅에 홀로 던져졌을 해외 입양인들의 불안과 고통, 혼란을 떠올리면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최근 법원 판결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해외 입양 과정에서 일부 부당한 인권 침해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며 “그 과정에서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에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입양인의 권리 보호와 인권 중심적 입양체계 확립에 만전을 기하고,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도울 실효적 지원방안도 함께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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