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주 4.5일제, 일하는 방식·문화 전환점으로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 노무사로 일하다 보면 이제 우리 사회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걸 자주 느낀다.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유연근무제도 역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근로자들은 피로와 과로 속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는 단순히 임금을 더 받는 것보다 자기 계발, 가족과의 시간 등 삶의 균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 4.5일제는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업이 좋은 인재를 모으고 생산성 증대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주 4일제나 단축 근무를 시도한 나라들이 많고 생산성은 더 좋아졌다는 결과를 자주 접하곤 한다. 즉 근로자의 직무만족과 직무몰입이 높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늘어나면서 기업이 더욱 성장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저출산·고령화라는 큰 변화를 맞고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다.
주 4.5일제, 풀어야 할 과제들
하지만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첫째, 직종별 그리고 기업규모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예시로 서비스업처럼 교대근무와 24시간 대응이 필요한 업종은 근로시간 단축이 곧바로 인력부족 문제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종별 맞춤형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노사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공론화가 꼭 필요하다.
둘째,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임금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즉 임금보전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만약 근로시간 단축이 곧바로 월급 삭감으로 이어진다면 제도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오히려 갈등만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세심한 지원책과 업무 효율화 등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보전 방안이 병행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찾아내야 한다.
셋째, 주 4.5일제는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화 프로세스 구축, 불필요한 보고체계 개선, 역량과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 개편 등이 함께 이뤄져야만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다. 결국 주 4.5일제는 도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와 공존의 길을 모색할 때
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전략적 수단일 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반대 여론이 크거나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도입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노사 모두가 떠안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성패는 치밀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 그리고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한 세심한 제도 설계와 지원책 마련에 달려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사회, 그리고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지만 삶의 질은 높아지고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 수 있다.
김진관
노무법인 위너스(인천)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