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나병서 아주대 경영학과
성적 부담에도 <경제> 도전 외고생 한계 돌파한 선택 됐죠
강점은 언어였지만 마음은 숫자와 통계로 향했다. 녹록지 않은 외국어고 생활에도 주저앉지 않았다. 성적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도전의 연속은 그토록 원하던 경영학과 합격으로 이끌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미래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는 병서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병서 | 아주대 경영학과(인천외고)
넘어져도 일어나! 좌절 대신 도전
중학교 영어 성적이 잘 나왔던 병서씨는 고민 끝에 외고에 지원했다. 일반고에서 자연 계열 학생과 경쟁하기보다 강점이 있던 영어와 일본어 실력을 살리고자 했다. 특히 한자 준3급까지 공부한 경험이 있어 한자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일본어를 전공하는 전략이 성적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일본 여행을 자주 가고 도쿄의 풍경을 좋아해서 일본어가 낯설지 않았어요. 한자를 오랫동안 공부했는데 일본어와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비교적 공부가 수월할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생각과 달리 외고에서 상위권에 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외국어 과목이 많고 암기를 잘하는 학생이 모여 있어 사회·영어 과목 성적을 잘 받기 어려웠다. 성적 상승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병서씨는 공부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해 최대한 많은 시간을 쏟기로 했다.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공부 시간을 유지했고,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아든 날에도 좌절하지 않고 빠르게 일어나 다음 기회를 준비했다. 덕분에 성적은 매 학기 상승 곡선을 그렸다.
“외고나 자사고처럼 성적 확보가 치열한 고교에서는 회복 탄력성이 필수예요.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좋지 않은 성적에도 이를 동기부여 삼아 끝까지 열심히 할 수 있다면 외고 진학을 추천해요. 단, 대학 진학 실적만을 보고 외고에 입학하는 건 권하지 않아요. 특목·자사고에 진학하면 보다 다양한 교내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죠. 혼자 공부하는 데 자신이 없고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학생이라면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잘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언어에서 숫자로, 통계에서 경영·경제로
병서씨는 줄곧 경제·경영·통계 등 상경 계열에 관심을 보였다. 처음엔 사건·사고를 빠르게 전달하는 모습이 멋져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한데 ‘기자’라는 직업보다 ‘기사’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통계 자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기사는 부동산이나 경제 지표 등 객관적인 통계 자료를 많이 다룬다. 이를 직접 해석하려고 시도하다 보니 관심사는 경제로, 또다시 경영으로 확장됐다.
3학년 때까지 이어진 관심은 <경제> 수강에 도전하기까지 이르렀다. 상경 계열을 희망하더라도 성적이 상승·유지되지 않으면 불리하다고 판단해 어문 계열로 전환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보니 3학년 때 열린 <경제>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은 25명에 불과했다. 개설을 위한 최소 인원에 가까웠다. 1등급은 1명, 2등급은 2명만이 받을 수 있었다.
“<경제> 이수는 제게 큰 도전이었어요. 수강 인원이 너무 적은 데다 상위권 친구들이 몰려 있었거든요. 한데 이런 특수한 상황이 오히려 경영·경제에 관한 관심을 드러내기엔 좋은 기회 같았어요. 외고는 외국어 과목이 많이 열려 선택 과목으로 관심사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어렵더라도 무조건 <경제>를 수강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였죠. 비록 원하는 성적을 받진 못했지만 관심 분야인 만큼 깊이 파고드는 공부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었어요.”
병서씨는 특히 기술경영·기술무역에 관심이 많아 <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목에서 이를 접목시켰다. <화법과 작문>의 반대신문식 토론문 작성 활동에서는 첨단 기업의 해외 합작 투자에 대한 사전 승인 정책 시행에 관해 찬성 입장을 준비했다. 입론부터 반대신문, 상대측 논거에 대한 반박 질문까지 생각해보면서 다양한 견해로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를 배울 수 있었다.
“내 입장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파악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 기술무역과 관련된 기사를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처럼 실제 발효된 법을 추상적으로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지식으로 만들 수 있었죠.”
<화법과 작문>에서 살펴본 기술무역 사례는 <확률과 통계>의 탐구 활동으로 이어졌다. 통계청에서 기술무역 수출 및 수입 현황 표를 찾아보다가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기술무역 규모는 커지는데 무역 수지가 만성 적자라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느꼈고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마침 통계를 배우고 있을 때라 이 표를 자세히 분석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술무역의 수출과 도입, 기술무역 수지의 추이를 한눈에 확인하기 위해 두 개의 y축을 이용해 꺾은선그래프와 막대그래프를 혼합한 차트를 제작했죠. 그 결과 제조업 중심의 육성 전략이 무역 수지의 흑자 요인임과 동시에 적자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품을 만드는 원천 기술을 선진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더라고요. 유명 분야의 원천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선 글로벌 기술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발표했죠.”
예상 밖 질문? 만능 답변으로 돌파!
병서씨는 수시에서 종합전형으로 6개 대학에 지원했다. 서류형 4곳·면접형 2곳에 지원한 끝에 아주대 경영학과를 최종 선택했다. 병서씨가 지원한 ACE전형은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하는데, 30%가 반영돼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면접을 준비할 땐 세 가지가 중요해요. 학생부 숙지, 예상 질문 준비, 그리고 지원 학과와 관련된 시사·경제 상식이죠.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질문은 나오기 마련이에요. 전 이런 경우를 대비해 어떤 질문이 나와도 대답할 수 있는 만능 답변을 만들어뒀어요. 관심 분야인 경영의 정의를 얘기하면서 시간을 확보하고, 그 정의를 답변에 녹여내는 방법을 사용했어요.”
대학 진학 후에도 병서씨의 도전은 계속된다. 고등학생 때 막연히 꿈꿨던 경영 컨설턴트에 여전히 관심이 있지만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뛰어난 경영 컨설턴트가 되려면 기업 실무 경험, 재무관리와 회계, 법적 지식 등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CPA 자격증 취득을 고려 중이다. 병서씨는 끊임없이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길이든 괜찮다고 조언한다.
“전 원하는 학과에 진학해 생각했던 공부를 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요. 대학의 복수전공·전과 제도를 활용해 다른 학문을 배울 수 있고, 생각지 못하게 새로운 흥미를 찾는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중간에 진로를 바꿔서 처음에 원했던 학과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인생이 아예 바뀌는 건 아니니 너무 염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취재 임하은 기자 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