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발견한 마약의 새 얼굴

2025-10-15 13:00:03 게재

교과 연계 적합서 생명과학 ② 자극과 반응

“이 책은 역사의 흐름을 짚으며 마약의 사용과 통제가 인체에 미치는 효과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와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졌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조석연·현실문화연구

손정열 경기 천천고 교사 등 생명과학 교과 자문 교사단이 ‘마약의 사회사’를 추천하는 이유다. 아편, 대마초, 필로폰 등 뉴스에 등장하는 마약은 모두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엄청난 자극으로 사람을 중독시키고 정신과 신체를 망가뜨린다. 이것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놀랍게도 아편은 조선 시대에는 어디에서나 재배 가능한 가정상비약 재료였다. 대마는 1970년대까지 직물을 만드는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모든 마약이 처음부터 사람을 중독시키고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회악’은 아니었던 셈이다.

‘마약의 사회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마약을 다시 정리한 책이다. 마약은 단순한 화학물질이 아니다.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 정부의 수립과 전쟁, 경제 개발로 이어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여러 변화를 거듭했다. 일제강점기에 활발하게 수출된 아편, 1970년대 이후 저항을 상징하는 청년문화에 녹아든 대마, 경제 호황의 뒷면에서 유흥업과 함께 성장한 필로폰 등 시기별로 유행한 종류와 널리 퍼진 이유가 다양하다. 이렇게 널리 퍼진 마약들은 당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거래 품목이 되기도 하고 반민족적인 규제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결국 마약 문제는 시대적 상황과 사람들의 욕망, 국가와 대중의 인식이 모두 결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친절하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여기에 신문 소설 회의록 등 다양한 자료가 생생함을 더한다. 과거를 훑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전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마약을 바라보게 된다. 마약은 정말 근절해야 할 골칫덩이일 뿐일까. 우리 사회가 마약을 제대로 책임지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를 갖춰야 할까. 마약중독자의 처우와 치료 역시 고민해야 할 과제다. 이 책을 읽고 앞으로 마주할 마약 문제에 다가서보자.

송지연 내일교육 기자 nano37@naeil.com

※ 추천 도서

도파민의 배신(강웅구 외·포르체),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데이비드 이글먼·알에이치코리아), 신경 이야기 인생을 좌우하는 신경계(아르민 그라우·생각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