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증시로 돈을 몰아라’ 일변도 정책의 위험성

2025-10-16 13:00:02 게재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를 하루 앞두고 대통령이 직접 시장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던졌다. 그것도 “폭탄돌리기” “언젠가는 터질 일” “(1990년대 초) 일본의 자산 버블 붕괴” 등 매우 강경한 표현들까지 동원했다. 그만큼 현재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어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고 현실성을 의심받는 ‘9.7 공급대책’ 이상의 공급정책이 전혀 없음도 확인시켜주었다.

이런 점에서 서울 25개 모든 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통으로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버린 극단적인 규제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정책당국의 고민도 이해할 만 하다. 위협용이든 아니든 당국은 동원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세제 수단까지도 내비치고 있다.

주택가격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한도 축소와 서울의 평균아파트거래액을 고려해 보면 전국에서 가장 수요가 몰리는, 달리 말해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지역의 부동산거래 금지령처럼 해석할 수도 있겠다.

노무현정부 문재인정부에 이은 수요억제 ‘시즌3’로 본다면 이번 정책의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다. 수요를 해소시키거나 충족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억누르고자 할 뿐이기 때문이다. 매매억제는 전세수요를 늘릴 뿐이고, 또 경기도 12개 지역 옆에 붙은 지역으로 수요를 이동시킬 뿐이다.

그래서 함께 나온 것이 부동산에 쏠리는 유동성을 자본시장으로 몰아간다는 아이디어다. 대통령이 “국민의 투자수단이 부동산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체투자수단이 많아지고 자본시장도 정상화됐다” 라고 언급한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이미 ‘코스피 5000’까지 공언해 놓은 터이다.

급속한 환율상승 설명 어려워

경제학을 연구하는 관계인지 연휴 기간중에 종종 받은 질문은 한국증시(국장)에 관한 전망이었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많이 받은 질문은 1998년의 평균을 뛰어 넘을 역사적인 수준의 원화가치하락(고환율)이었다.

연휴 기간중 별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싱가포르 등지의 역외 원달러 차액결제선물(NDF) 환율이 슬금슬금 올랐는데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에 대해 트럼프가 100%관세를 언급하자 원달러 환율은 한 때 달러당 1432원까지 올라갔다. 급기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1년 반만에 구두개입에 나서야 했다.

자본시장이 다시 개장 된 후 3영업일 현재 원달러환율 종가는 달러당 1424.70원이다. 같은 날 코스피 본장은 3657.28로 마감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원화가치 하락과 주가상승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고 달러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화가치 하락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면서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그것도 달러화인덱스로 보면 주요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고 있으니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당장 주요경제지표상 한국경제에 어떤 급박한 구조적 위기가 발견된 상황도 아니다.

0%대로 낮아진 경제성장률 그리고 저출생이나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에 주목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위기요인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빠른 속도의 환율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의 3500억달러 투자요구나 관세협정 지연을 이유로 드는 견해도 가능하나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은행의 한 보고서는 ‘서학개미’ 등 국민의 해외투자 증가나 국민연금의 대외투자 증가등으로 인해 달러 수요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4월 9일 미국 관세유예조치 이후부터 외국인의 국장 투자가 코스피지수의 사상 최고치 갱신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설득력이 약하다.

에브리씽 랠리 ‘언젠가 터질 증시 거품’

유력한 가설은 세계 주요국 전반의 부채증가로 인해 통화가치 하락을 전망하는 견해가 시장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이 말하는 ‘탈화폐 거래(debasement trade)’가 확산하면서 통화의 반대편에 있는 모든 자산의 가격을 들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에브리씽 랠리’다.

미국은 스스로 제조업 공급망을 갖추려고, 중국은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G2가 모두 각각의 이유로 돈을 풀고 있는 것이다. 각자도생을 구해야 하는 유럽도 방위비 증액을 포함해 돈을 푼다. 프랑스 영국까지 재정위기설에 휩쓸려 있다. 아직 불확실하지만 일본 새총리로 유력하다는 다카이치 정책노선의 중심은 아베 전총리를 따라 엔화를 푼다는 것이다.

원화도 이 흐름을 탔다. 이 가설을 연장하면 이 풀린 유동성이 투자처를 찾아 국장으로 들어오면서 코스피를 밀어 올리고 있다. 문제는 ‘언젠가 터질 증시 거품’ 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나쁜 일’이라 하고, 코스피 상승은 ‘좋은 일’이라는 이분법을 정책당국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