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대응 TF’ 추진

2025-10-17 13:00:02 게재

납치·감금·실종 신고에 합동 출동 … 범죄단체 도심·주변국으로 빠르게 이동

경찰이 국가정보원, 캄보디아 경찰이 참여하는 ‘한-캄보디아 스캠(온라인사기)범죄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 발족을 추진한다. 현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의도다.

17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부합동대응팀 일원으로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양국 간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대응 TF’ 발족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당국자들과 면담 일정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박 본부장은 “TF 발족의 의미는 캄보디아 현장에서 한국 국민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라며 “한국 경찰과 국가정보원, 캄보디아 현지 경찰 등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대학생, 공동 부검 준비 = 현재는 외교부 콜센터나 영사 라인이 한국인에 대한 납치·감금·실종에 관한 신고를 접수하면 캄보디아 경찰에 이 신고를 전달한다. 신고를 받은 캄보디아 경찰이 신고 내용을 확인한 다음 다시 외교부측에 통보하는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TF가 발족하면 합동으로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박 본부장은 “정부가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캄보디아에서는 이런 유의 범죄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한국 경찰과 협력을 강하게 요청했다”며 “캄보디아에서 취약하다고 보이는 포렌식 수사 (협력), 초기 합동수사를 통해서 증거물을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배후 조직 검거 등을 같이 노력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측은 8월에 사망한 대학생 박 모씨의 부검·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에서 진행할 공동 부검에서 장기 매매 피해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동 부검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 1명과 보건 공무원 2명, 경찰청 본청과 경북경찰청 소속 수사관 등 한국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사인 규명을 위해 입회한다.

부검에서는 외력 여부와 내부 장기 상태 등을 포함해 사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검 항목 중 장기 적출 여부도 확인 대상에 포함돼 있다.

부검 결과는 공식 통보 절차를 거쳐 국내 수사기관에 공유되며, 시신은 현지에서 부검과 화장을 거친 뒤 한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부검 일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숨진 박씨는 지난 7월 17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3주 뒤인 8월 8일 깜폿주 보코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총리 유감 표명 = 또한 16일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박 본부장 등 정부합동대응팀을 만난 마네트 총리가 한국 국민이 자국에서 숨진 데 대해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도주 중인 용의자 체포와 한국인 보호를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김 차관은 면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감금 피해가 지속 발생하는 데 대한 정부의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그와 같은 범죄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스캠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캄보디아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김 차관은 캄보디아 내 구금된 한국인 범죄연루자의 조속한 송환을 위한 캄보디아측의 협조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마네트 총리는 자신이 위원장으로서 이끄는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CCOS) 차원에서도 단속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을 통해 이러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합동대응팀은 이날 오후 캄보디아 당국자들과 함께 따께우주 내 스캠단지 중 하나인 태자단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주요 스캠단지 운영 실태 및 단속 현황 등에 대한 캄보디아측 설명을 청취했다.

캄보디아로 파견된 정부 합동대응팀 단장인 김진아 외교부2차관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인 태자단지 현장점검을 마친 뒤 브리핑하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현지 경찰, 한국인 추방 결정 = 이런 가운데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주요 대규모 웬치(범죄단지)들이 발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합동대응팀이 방문한 태자단지도 텅 비어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곳을 운영하던 범죄단체가 밤을 틈타 짐을 챙겨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웬치들은 중국 범죄조직이 운영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 ODC)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단속 강화로 이들 조직은 캄보디아로 본거지를 옮겼다. 그러나 최근 국제 제재와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자 주변국 등으로 흩어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아파트와 빌라 등 도심으로 숨어들고 있어 검거와 구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베트남·태국 등 인접국으로 확산하는 풍선효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캄보디아에 구금된 한국인 2명이 국적기를 통해 17일 송환됐다. 현재까지 63명 중 4명이 송환되면서 남은 구금자는 59명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캄보디아 이민청에 구금됐던 한국인 2명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들은 캄보디아 경찰의 범죄단지 단속을 통해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인원도 신속한 송환을 위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아직은 송환 계획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국가경찰은 전날 성명에서 구금된 한국인 59명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과 협력해 오는 17일(현지시간) 본국으로 추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구금 한국인을 한꺼번에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 투입을 현지 당국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풍·정재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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