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공원과 마을기업이 함께 만드는 ‘상생의 서사’
얼마 전, 무등산 국립공원에 있는 평촌마을을 방문했다. 국립공원에서 지정한 명품마을인데, 최근 수익 증대를 위해 마을기업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방문객의 예약을 받아, 밥상도 차려준다.
마을에서 직접 만든 두부와 얼큰한 된장국, 산나물 무침 등 다채로웠다. 곁들여서 김 다시마 고추를 튀긴 고소한 부각도 나왔다. 김과 다시마로 만든 부각은 선물세트로도 판매 중이었다. 국립공원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생산시설을 갖추고 판매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무등산에서 어떻게 김과 다시마까지 가공하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완도에 있는 상서마을에 김과 다시마가 많이 납니다.”
“그곳은 가공시설이나 인력이 없어요. 그래서 상서마을은 재료를 공급하고, 평촌마을은 이걸 가공해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고 있어요.”
평촌 마을 ‘부각 선물세트’는 인기가 좋다. 개인이 구매하거나 회사나 단체에서 선물용으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2024년부터 국립공원공단에서 ‘마을기업 사업’을 한다. 국립공원에는 많은 마을이 있다. 다양한 약초와 식재료가 나오지만, 이를 가공하는 시설이나 기반은 미약하다.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제품화로 이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무등산 평촌마을 △다도해 해상 상서마을 △지리산 부운마을 등 3개 마을기업으로 시작했다.
다도해 상서마을의 ‘복닭복닭’은 이름만큼이나 특별하다. 완도 전복을 아낌없이 올린 치킨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수익 일부는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간다.
“우리 마을 치킨이 최고여!”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온 마을이 하나가 되어 사업을 키워가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지리산 부운마을 청년들은 ‘건강한 맛’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리산에서 캔 약초와 벌꿀을 정성껏 달여 ‘쌍화차’를 만들었다.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카페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안도 구상한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산골을 청년이 돌아오는 마을로 변모시키고 있다.
올해 새로운 마을기업이 하나 추가되었다.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밤티마을기업’이다. 70세 어르신들이 마을에서 빨갛게 익은 오미자를 수확해 ‘오미자 청’을 만들었다. 상주 할미의 손맛과 속리산의 맑은 자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향과 맛이 너무 특별해 한 번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다고 자랑한다.
국립공원 마을기업은 단순한 소득 증대 사업이 아니다. 자연을 지키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실험이자 도전이다.
국립공원 마을 주민이 만든 △부각 △전복 치킨 △쌍화차 △오미자차에는 자연과 어울려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국립공원과 마을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상생의 서사’가 더 널리, 더 크게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