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임서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
원서 넘어 에듀테크 콘텐츠 조준 영문학의 가능성은 무한대!
서윤씨는 어릴 적부터 영어책을 즐겨 읽었다. 특히 로알드 달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에 푹 빠졌고, 중학교 땐 <홀(Holes)>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탐독하며 책 속 영어 세상을 마음껏 즐겼다. 자연스럽게 영어는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경험한 온라인 수업은 에듀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본인의 좌우명인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자’에 맞는 영어 교육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게 됐다. ‘어떤 일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땐 꼭 해본다’는 서윤씨. 영문학에서 에듀테크로 뻗어가는 그의 망설임 없는 도전을 들어봤다.
임서윤 |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 (경기 한광여고)
동아리 활동으로 영어 역량 UP
서윤씨는 고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명확했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넘어 영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며 창조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러 영어 관련 동아리 중에서도 영어잡지부 ‘클로즈업’을 3년간 선택한 이유다.
1학년 때는 편집부 일원으로 활동하며 기사 작성 준칙에 따라 부원들의 글을 검토하고, 오탈자부터 문법 오류까지 꼼꼼히 살피는 편집 과정에 참여했다. 남의 글을 수정하는 일은 큰 책임감이 따랐고, 영어 공부의 원동력이 됐다. 자신의 영어 글쓰기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1·2학년 교내 영어 에세이 쓰기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동아리 부원만 30명이다 보니 다양한 주제의 글을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가독성이 좋은 글이란 뭘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2학년 때는 편집부장을 맡아 동아리를 이끌었는데, 부원들의 영어 실력과 관심 분야를 고려해 주제를 배정했어요. 모두 즐겁게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제 몫이었죠. 리더십과 협업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어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온·오프라인 수업을 동시에 경험한 서윤씨는 자연스럽게 ‘영어 교육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교육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학습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자율동아리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봉사활동’에 참여해 에듀테크에 대한 시야를 넓혀나갔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대입 반영 여부나 득실을 따지지 않고 다 해봤던 것 같아요. 지역 사회의 학습 취약 계층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영어 학습 지원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어요. 디지털 환경이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직접 느꼈죠. 특히 듣기·말하기·읽기·쓰기처럼 영역이 세분화된 영어 과목일수록,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속도에 맞는 맞춤형 학습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단순히 기술로 수업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학습자의 필요에 맞게 교육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 에듀테크의 진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기술 아닌 학습 환경이 핵심
에듀테크 본질 알려준 독서
서윤씨는 고등학교 3년 동안 3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자연 계열은 실험이나 연구를 통해 탐구 역량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인문 계열은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좋아하는 책을 통해 사고의 확장을 보여주는 게 가장 ‘나다운 탐구’라고 생각했어요. 한 권을 읽고 생긴 관심을 따라 또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했죠. 그 과정이 과목을 넘나들며 학생부에 담겼고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부터 미국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앵무새 죽이기>까지 인물의 성격을 세밀하게 그리며 인간 본성을 분석적으로 드러낸, 시대를 아우르는 영미 고전 문학 작품을 주로 탐구했다. 그중 3학년 <고전읽기> 독서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만과 편견>을 읽은 뒤, 제인 오스틴이 그보다 2년 앞서 집필한 <이성과 감성>을 함께 읽으며 비교 분석했다.
“두 작품 모두 사랑을 주제로 하고 비슷한 시대와 사회적 배경을 담고 있지만 <이성과 감성>은 도덕적 교훈에 더 비중을 두고 인물 대비가 뚜렷해요. 주제 의식이 셰익스피어 작품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죠. <오만과 편견>은 보다 세련된 구성과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차이점을 찾으면서, 제인 오스틴의 사상과 문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짜릿했어요.”
관심 분야인 에듀테크 연계 활동으로 시의성을 담은 비문학 도서를 골라 읽었다. 2학년 <독서> 시간에 읽은 <교사를 위한 미래 X 교육 안내서>가 대표적이다. 책을 읽은 뒤에는 실제로 각 과목 선생님을 찾아가 에듀테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에듀테크는 단순히 첨단 기술을 이용한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배우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기술을 ‘보조 도구’가 아니라 학습을 확장하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었죠. 나도 언젠가 이런 변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여유’와 ‘넛지’라는 키워드로 나만의 에듀테크 방향을 독서 탐구 발표에 그대로 담았어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께 좋은 평가를 받아 기억에 남아요.”
‘최저 기준 있는’ 전형 집중 공략
서윤씨의 모교는 비평준화고로, 내신 관리가 쉽지 않았다. 1학년 때는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2·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내신 등급이 다소 불안정하게 널뛰었다. 동아리 편집부장과 전교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후회 없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냈지만, 내신 성적에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그럼에도 3학년 때는 진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영어 교과만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1등급을 받아냈다.
역사가 오래된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는 서윤씨의 1지망이었다.
“종합전형도 제 내신 등급으로는 안정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최저 기준이 없는 면접형 종합전형 대신, 최저 기준이 있는 전형을 목표로 했죠. 이화여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시 지원에 최저 기준을 활용했어요. 평소 종합전형을 염두에 두면서도 수능 공부를 꾸준히 병행한 덕분에 길이 보였어요.”
가장 큰 문제는 평소 약점이었던 국어였다. 지원 당시 이화여대 인문 계열 미래인재전형의 최저 기준은 국·수·영·탐(1과목) 중 3개 영역(국어 포함) 등급 합 6 이내였기에 서윤씨는 수능 공부의 대부분을 국어에 집중했다. 등하굣길 지하철 안에서도 국어 지문을 읽었고, 매일 꾸준히 많은 시간을 쏟았다. 약점이던 문법과 문학 영역도 인터넷 강의를 통해 꼼꼼히 보완해나갔다. 결국 3개 영역 등급 합 5로 합격증을 받았다.
“최근 대학마다 종합전형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어요. 같은 종합전형이라도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선택해야 합니다. 목표로 하는 학교와 전공의 세부 선발 기준을 미리 살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수시러’ ‘정시러’는 추천하지 않아요. 어떤 길이 나를 합격으로 데려다줄지 모르거든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