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자병법
연금부자의 시대, 지금 당장 시작하라
우리나라에서 재테크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산을 불려 나가려는 일반인이 늘어나면서부터다. 부자 또는 백만장자 열풍이 불었고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누구나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요즘은 단순한 부자보다 ‘연금 부자’ ‘연금 백만장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자의 기준은 개인이나 국가마다 다르지만 세계적으로 연금자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연금부자에 대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왜 연금부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어떻게 하면 연금부자가 될 수 있을까?
꾸준한 실천이 만드는 노후의 여유
연금부자의 개념은 행동적 생애주기 가설에서 출발한다. 셰프린(Shefrin)과 세일러(Thaler)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부는 ‘현재 소득’ ‘현재 자산’ ‘미래 소득’이라는 세가지 심적 계정으로 구분된다. 소비성향은 현재 보유한 자산이 보다는 현재 소득에 의해 결정된다.
즉 자산이 많더라도 소득이 일정하지 않으면 소비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이를 참고하면 자산이 많은 것 보다는 월 소득이 높은 경우 소비성향이 높아지고 돈을 사용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씨는 은퇴 후 국민연금을 월 100만원을 받고 금융자산이 8억원 정도 있다. 반면 B씨는 공무원연금 350만원에 금융자산 2억원이 있다고 할 때 B씨가 더 안정적이고 여유 있는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연금부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금부자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통해 생활의 안정성과 자유를 동시에 확보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부’가 아니라 ‘시간의 자유’를 얻는 개념에 가깝다. 충분한 연금자산이 마련되면 조기은퇴도 가능하며 은퇴 후에도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연금이 생활비와 여가비를 책임져준다.
주식시장 변동이나 경기침체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여행 취미 사회공헌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결국 연금부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율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미국 사례를 보면 더욱 흥미롭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 피델리티는 401(k) 계좌에서 잔액이 100만달러(한화 약 14억원) 이상인 가입자가 37만8000명이라고 밝혔다. 개인연금 계좌까지 포함하면 피델리티 고객 중 연금부자는 약 70만~80만명 수준이다. 피델리티사의 연금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미국 전체 연금부자는 약 3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는 연금부자의 명확한 기준이 없으나 미국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찰스슈왑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순자산 약 28억원 정도를 ‘부유한 수준’이라 생각하며 이 중 금융자산은 약 7억3000만원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규모와 복지수준을 고려하면 연금자산이 5억~10억원 정도면 연금부자로 볼 수 있다.
연금부자로 가는 다섯 단계
이러한 연금 부자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다섯 단계를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첫단계로 세금을 줄여라. 월급의 30% 정도를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나 연금저축 상품에 투자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자신에게 먼저 투자하라. 월급의 10%를 별도의 계좌에 넣어 비상자금으로 확보하라. ‘우산’ 개념의 자산이다. 셋째, 자동적으로 투자하라.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적으로 투자해 주식 매수 단가를 낮추고 위험을 관리해자. 넷째, 현명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 테마성 투자나 단일 자산 몰빵 대신, 코스피 코스닥 S&P500 나스닥 글로벌채권지수 등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분산 투자하자. 다섯째, 당장 시작하자. 복리의 힘은 ‘시간’에서 나온다. 시작이 빠를수록 결과가 커진다.
이 다섯 단계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30세부터 시작해 60세가 될 무렵에는 ‘연금부자’에 가까워질 수 있다. 물론 투자수익률이 중요하며 중간에 가격이 하락하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세 직장인이 60세까지 매월 100만원을 연 7% 수익률로 투자하면 약 12억2000만원의 자산을 모을 수 있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하지 않기보다는, 가능한 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금부자가 되는 길은 요행이 아니라 ‘시간을 친구로 삼는 꾸준한 투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영선
쿼터백그룹 연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