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유럽의 경제침몰과 신그랜드전략
한국도 미중 패권전쟁에서 ‘넛 크래커’ 신세 될 수도…독자적인 생존전략 필요
#장면 1 “가난하고 오래된 독일은 유럽에서는 아주 크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주 작다”(독일 이민자 출신 미국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장면 2 “유럽은 경제적으로 등치가 커졌지만 정치적으로 난쟁이며, 군사적으로 벌레다”(30년 전 벨기에 마르크 아이스켄스 전 총리).
#장면 3 “유럽은 인터넷이 주도하는 디지털 혁명에 기반한 생산성향상 기회를 놓쳤고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생산성 차이는 기술로 설명할 수 있다”(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 보고서).
평화통일의 독일과 경제공동체 EU의 경제 국방안보 상황을 잘 설명한 표현들이다. 과거 찬란했던 유럽은 구대륙으로 신대륙 미국뿐만 아니라 유라시아의 패권을 꿈꾸는 러시아와 대국굴기를 내세운 중국에 지정학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크게 당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에 끼인 꼴
먼저 지정학적으로 독일은 미국과 러시아 군사강국 틈새에서 공격받는 새우 꼴로 다시 2차 세계대전 형국이다. 또 세계 3대 국내총생산(GDP)의 독일은 미중 경제패권전쟁 속에서 양측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폭탄과 더불어 무임승차에 대한 방위비 인상을 압박했다.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5000억 유로 특별군비 확보에 이어 “연 GDP 5%까지 국방비를 올린다”고 선언했다.
독일 경제는 미 관세가 2.5%에서 17.5%로 높아지면서 수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마이너스 0.5% 성장에 이어 올해 G7 중 가장 낮은 0.2% 성장률을 전망한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2%, 중국 4%, 미국 2%, 일본 1.0% 그리고 한국 0.9%보다 낮다.
또 미중관세전쟁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의 값싼 제품들이 독일시장에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과거 중국은 독일의 제1 수출시장이었다면 오늘날 독일이 중국의 수출시장으로 변했다. 자동차의 경우 화석연료(디젤·석유)에 의존한 벤츠 BMW 아우디 등이 중국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판매되었으나 전기자동차는 독일에서 중국의 BYD, 미국의 테슬라가 큰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이 희토류 및 반도체칩(넥스페리아) 무기화로 독일 폭스바겐 및 보쉬가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독일과 유럽은 기술혁신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세계 50대 기술회사 중 4개만이 유럽 기업이다. 미래 핵심기술인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에서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AI을 선도하는 미국의 ‘7 매그니피센트’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같은 기업이 독일에 없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미국 조멜 모키어 노스웨스턴대 교수, 프랑스 필립 아기옹 콜레주 교수, 미국 피터 하윗 브라운대 교수가 수상했는데 ‘창조적 파괴를 통한 경제성장’을 연구한 공로다.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 후예들이다. 모키어 교수는 수상식에서 “어떤 정부는 성장과 혁신에 거의 회의적인 것 같다”고 말했지만 어떤 정부가 독일일 수 있다.
혁신 부족과 무능한 정치 리더십
승승장구하던 독일 경제가 침몰하게 된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가? 크게 세가지 원인으로 진단할 수 있는데 시대에 역행한 무능한 정치리더십, 잘못된 정책들, 포퓰리즘으로 혁신부족 등이다.
먼저 전자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들고 있다. 메르켈은 국내외적으로 큰 실책을 저질렀다. 국내적으로 독일판 ‘우리는 할 수 있다’를 내세우면서 2015년부터 중동 난민 150만명 이상 받아들였다. 그 결과 난민에 의한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강성우파 독일대안당(AfD)이 부상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이상에 빠져 ‘탈핵’을 내세워 ‘원전’을 포기하면서 뒤에서 프랑스 원전 전기를 수입하고, 러시아에 에너지가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EU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했고 미국과 중국이 원전 건설에 적극적인 반면 독일은 역행한다.
또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해 전투력을 상실했다. 국제적으로 메르켈은 2014년 러시아 푸틴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 합병할 때 묵인했다. 푸틴이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숄츠 총리는 초기 헬멧만 보내겠다고 말해 국내외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우·러 전쟁에 독일 책임론이 부상했다.
또 독일의 잘못된 정책으로 3 개를 들 수 있다. 먼저 이상주의에 기반한 녹색환경정책이다. 환경정치가들 및 운동론자들은 포퓰리즘적 내러티브를 활용해 ‘지구종말론’을 내세웠고, 탈원전을 강요해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늘날 독일 산업위기의 원인은 외적으로 미국의 관세폭탄 및 중국 상품덤핑으로 경쟁 압력뿐만 아니라, 내적으로 역기능적인 에너지 시스템 및 정치의 개입, 이로 인한 낮은 생산성에서 찾고 있다.
독일은 높은 세금으로 국제재정경쟁력 추락이다. 미국 워싱턴 세금재단과 베를린 프로메테우스연구소가 공동 수행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국제재정경쟁력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독일은 20위를 차지했다. 터키 멕시코보다 낮은 수준이다. 독일의 법인세(30%), 재산세(14%), 판매세(13%) 등이 미국의 법인세(25%), 재산세(0.3%~2%), 판매세(6%)보다 모두 높았다.
복지 포퓰리즘과 반성장정신의 폐해
이는 퍼주는 ‘시민돈’의 복지 포퓰리즘과 반성장정신과 연결된다. 독일에 반성장주의가 득세를 하고 있어 “경제를 축소하자!”는 슬로건이 등장할 정도다. 좌파 정치인과 세력들이 여러 기관, NGO, 정부 부처에서 반성장 경제정책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일 경제가 전후 가장 긴 불황에 진입하기 직전 EU에서 400명 전문가들이 공개서한에서 ‘현재 경제성장’에 경고하면서 “적은 것이 더 많다”는 슬로건으로 반성장을 외쳤다. 유럽의 반성장운동의 중심이었고, 다수가 독일인들이다.
스위스의 고급지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ZNN)은 “이들 활동에 10억유로의 EU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폭로했고, 독일이 최대 스폰서다. 독일 환경부 자금을 받는 프라이부르크 ICLEI 네트워크, 베를린 파워시프트 협회, 31개의 환경 NGO 유럽협회 ‘지구의 친구들’이 포함돼 있다.
미래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없이는 낙후된 경제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뒤엎고 오히려 ‘낙원을 약속’하고 있다. 스페인·네덜란드 연구팀 이반 사빈과 제론 판덴베르크 박사는 2010년 이후 500개 반성장 연구를 조사했는데 “독일에서 연구가 가장 많다”면서 “이들 연구가 독단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했다.
비전의 정치가인 콘라트 아데나워, 빌리 브란트, 헬무트 콜 총리는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해 전쟁폐허 속에서 번영, 평화통일, 유럽통합을 창조한 리더들이다. 이후 독일에 ‘관리형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있다. 현 메르츠 총리 역시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 독일은 ‘이중행동’으로 러시아 액체가스를 수입해(20억유로) 가해자 푸틴에 전쟁자금을 대면서 동시에 피해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러시아 드론·잠수함 공격 대응도 안개속이다.
기술발전 속도와 세계화로 ‘승자가 모든 것을 얻는’ 세상에 세계경제 GDP 3등 독일도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기술·국방 최강국을 향한 ‘새 국가 그랜드전략’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정부, 글로벨트랜드에 역행하나
평화통일의 독일보다 분단된 한국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정부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독일식 탈원전과 돈 뿌리는 포퓰리즘을 추구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넛 크래커’ 신세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판 ‘새로운 그랜드전략’이 필요하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