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칼럼
개념없는 부동산 정책 대안을 찾아야
5년 전 필자는 내일신문 지면에 ‘천방지축 부동산정책’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경제학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정책을 마구 쏟아내는 당시 정책결정자들의 정신을 분석해보니 치유불가능한 '이데올로기성 부동산편집증후군' 이 있다고 풍자적 진단을 내렸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정책으로 봐서는 현정부도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즌1에서는 한 가지 규제를 해서 뚫리면 다른 규제로 그걸 틀어막고 그것도 뚫리면 다른 규제로 또 틀어막고 하는 천방지축형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처음부터 초강력규제로 꽁꽁묶어 못 움직이게 하는 ‘결박형’이라는 것이다. 둘다 개념없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개념없다는 것은 경제학적인 사고가 결여된 나이브하고 오만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결박형 부동산정책은 시장을 아주 확실히 죄어서 부동산가격이 오를 여지를 아예 봉쇄하려는 전략을 쓴다. 이 전략의 논리적 근거는 돈을 묶으면 매매를 못할 것이고 그러면 가격이 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거기까지는 맞다.
사실 금융규제만큼 효과적인 규제는 없다. 주택을 현금으로 사는 경우는 드물다. 주택은 소비재가 아니고 투자재이기 때문이다. 거주하든지 임대를 주든지 주택은 장기적인 수익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지 단기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구매하는 게 아니다. 투자금액이 크기 때문에 보통사람은 돈을 장기적으로 빌리지 못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
패닉상태의 비정상적 상황에서나 쓸 정책
대출제한 정책의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다시 말하지만 돈을 빌리지 못하게 하는 것만큼 확실히 거래를 막는 수단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는 매우 이상한 정책이다.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정책이다. 마치 자동차 사고를 막는다고 속도제한을 시속 20km로 규제하는 것과 같다. 도로가 자동차의 통행을 위해 있는 것처럼 주택시장은 주택거래를 위해 있다.
거래를 막아 가격을 붙드는 것은 시장이 패닉상태여서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에나 써야할 정책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커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 거래를 제한하면 가격 상승이 잠시 눈에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상승요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다시 오르게 된다.
최근 몇년간 주택가격은 서울 전역에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수도권에서 완만하게 상승하고, 비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는 오름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낮아지는 지역도 많다.
펀더멘털 곧 근본요인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입장에서 볼 때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에는 최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그 하나는 인구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양극화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인구가 더 감소하기 때문에 서울인구와 지방인구의 격차는 더 커진다. 이에 따라 지방주택 가격은 오르지 않고 서울주택 가격만 오른다. 소득양극화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주변보다 중심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오른다. 서울에서도 중심부가 제일 많이 오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서울내 다른 지역이 함께 오르고, 수도권도 어느 정도 오른다. 그러나 지방은 오히려 내려간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치경제학적인 분석을 더할 필요가 있다. 최근 20~30년 동안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이 교대로 집권하면서 부동산시장은 진보정권에서 오르고 보수정권에서 내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사이클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가. 그동안 진보정권들에서는 부자가 더 부자되는 걸 막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서울 중심부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을 자연스런 경제현상으로 이해하지 않고 부자가 더 부자되게 하는 나쁜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정책수단과 자원을 동원해 서울 중심부의 주택가격을 낮추려고 해왔다. 잘 생각해보면 이는 국가자원으로 일부 부유층의 주거비용을 낮춰주는 일이다.
이런 정책은 선거에 유리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유권자들이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실제로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민간주도형 지역혁신 모델 더 유효한 대안
앞서 관찰했지만 인구감소와 소득양극화로 인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커지는 게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방의 소득과 생활수준이 향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정책들을 찾아야 한다.
노무현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으로 이런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지방에 혁신클러스터가 형성되는 게 반드시 정부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념없는 부동산 정책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민간주도형 지역혁신 모델을 찾아 나서는 게 장기적으로 유효한 대안이다.
카이스트 교수 경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