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의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지는 지식재산

2025-10-30 13:00:03 게재
목성호 지식재산처장 직무대리
목성호 지식재산처장 직무대리

10월은 오색빛깔 단풍과 함께 우리 문자의 탄생을 579번째 기념하는 ‘한글날’이 있는 달이다. 한글은 그 과학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필자는 한글은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아름답고 듣기 좋은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상표와 디자인 등 지식재산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더욱 그렇다.

요즘 많은 기업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한글 또는 우리말 상표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 본 상표 중에서는 ‘어멍ᄄᆞᆯ’이 기억에 남는다. 제주도 방언으로 어머니를 뜻하는 ‘어멍’과 딸의 옛한글인 ‘ᄄᆞᆯ’을 결합한 것이다.

발음하기 쉽고 심미감이 느껴지는 우리말 사용이 불필요하게 화려한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 보다 소비자 마음을 더 잘 사로잡을 수 있다고 기업의 생각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 때 영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남용이 가장 심했던 화장품 및 아파트 명칭에서도 나타난다. ‘어울림’ ‘하늘채’ ‘슬밋’ 등 상표를 많이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한글 및 우리말 상표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한글과 우리말은 단순한 명칭을 넘어 독특한 조형미와 문화적 상징성을 가진 디자인 요소로서도 무궁한 잠재력이 있다.

이번 ‘케데헌’과 같이 해외로 수출되는 영화 앨범 음악 등 문화콘텐츠에도 한글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글은 한류와 함께 한국의 정체성과 감성을 부각시키고 한국적인 멋을 표현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해외에서도 직접 한글을 배우거나 글자체 사용을 위해 구입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우리 기업·공공기관도 자신만의 특색있는 한글 글자체를 자체 개발하고 공개하는 사례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특허청(현 지식재산처)도 상표와 디자인에 대한 한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매년 한글날을 기념하여 우리말 상표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작년에 선정된 상표를 살펴보면 밥에 꽃이 핀다는 서정적인 의미의 ‘꽃, 밥에 피다’는 건강한 밥상을 연상시키며 공감을 얻었다.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솜씨가’와 정감 있는 ‘맛있개도냥냥’과 같은 상표들이 친근함과 재미로 큰 호응을 얻었다.

지식재산처로 승격된 올해 10월에는 첫 신설된 아름다운 한글 글자체 디자인부문에서 명조체와 고딕체 특징을 하나로 표현한 ‘윤800’ 글자체와 상표부문에선 ‘설렘과 즐거움이 온다’는 의미를 순우리말로 표현한 CJ대한통운의 ‘오네(O-NE)’, 하나의 꽃으로 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음을 표현한 ‘꽃하나의봄’을 포함하여 총 9점의 한글 상표와 디자인이 제1호 상장 등을 수상하였다.

한글은 이제 그 창조적 힘과 경제적 가치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개최지인 경주에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면서 한류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우리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듯이 한글로 무장한 우리의 다양한 상표, 디자인이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