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IT 산업 이제는 패권경쟁 시대

2025-10-31 12:59:58 게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 AI, 양자 컴퓨터 등 무한경쟁 치달아

최근 한두달 사이에 IT 분야에는 새로운 뉴스들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모든 분야에서 보이는 현상인데 그 만큼 현 시점이 IT기술 패권다툼의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란 걸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대책없이 무너져 가던 인텔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발표를 했다. 인텔은 18옹스트롬(1.8나노) 공정 기반 CPU 개발 성공을 발표하면서 2025년 올해 내에 대량생산에 착수해서 2026년 1월 ‘팬서 레이크’라는 이름의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자신했다. 만약 인텔의 공언대로 내년 1월 해당 제품이 시장에 제대로 출시가 되고 기대했던 성능을 보여준다면 이는 지난 수년 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IT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자고 나면 신기술이 등장하는 패권 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사진은 챗GPT가 IT산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AI, 양자컴퓨터 등이 패권경쟁을 하는 상황을 생성한 이미지 화면이다.

인텔의 부활과 일본 라피더스의 성공

많은 언론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미래를 예측하던 일본의 라피더스가 놀랍게도(?) 실패 예측을 뒤업고 2나노 반도체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이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공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IBM이 적극 지원했고, 투자자들인 일본정부와 토요타 소니 NTT 등도 적극 지원한 결과라고 알려졌다. 그동안 일본정부와 기타 일본기업들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여러 일본 반도체 회사들이 부활에 실패했던 과거에 비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언론에서 바라보는 라피더스와 실제 일본 내부에서 바라보는 라피더스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이 회사의 존재가치다. 처음 라피더스가 설립될 당시 국내언론 대부분은 이 회사가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라피더스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읽어 보면 이 회사의 존재가치는 일본 국내 공급망 안정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양산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이 회사가 세워질 당시의 초기 로드맵을 예상외로(?) 잘 지켜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터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

한편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이 될 것이다”와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로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양자컴퓨터와 관련해서 큰 소식 3가지가 쏟아졌다.

2025년 올해의 노벨물리학상은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 등이 수상했는데, 그 내용은 거시적인 전기회로에서도 미시세계에서나 관측되던 ‘양자 터널링’ 효과를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기술이 바로 현재의 초전도체 기반 양자컴퓨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초전도체 기반 방식, 이온 트랩 기반 방식, 레이저를 이용한 광학 방식 등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IBM 구글 등을 포함해 가장 많은 수의 회사들이 채택하고 상업화를 촉진하고 있는 방식이 초전도체 기반 방식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 가운데 존 마티니스는 구글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했었고, 미셸 드보레는 현재도 구글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데, 때 마침 구글 퀀텀 AI는 자신들이 개발한 윌로우 양자 칩이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를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즉 새로운 알고리즘을 양자 하드웨어에서 실행해 전통적인 슈퍼컴퓨터보다 1만3000배 빠른 성능을 보여준 것이다.

구글은 이번 성과가 양자컴퓨터가 실제 애플리케이션으로 검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실행한 첫 기록으로, 현재 고전 컴퓨팅 한계로 제약을 받고 있는 계산화학, 분자 모델링, 소재공학 분야의 기업용 연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네이처에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그리고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더욱 긍정적인 레이저 기반 광학 방식의 양자컴퓨터 원천기술이 칼텍에서 개발되었다. 칼텍 연구진은 레이저 기반 광학 핀셋을 활용해 6100개의 중성 원자 큐비트를 단일 배열로 구현하고, 높은 제어정밀도(99.98%)와 오랜 중첩 지속 시간(12초)을 확보함으로써 양자컴퓨터의 ‘규모 확대’와 ‘품질 유지’라는 난제를 동시에 크게 진전시켰다.

이는 큐비트의 개수에 대한 확장성 확보의 실질적 진전이며, 초전도 기반 방식과 이온 트랩 기반 방식에 비해 원자의 쉬운 이동성, 레이저 핀셋으로 유연한 배열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레이저 기반 방식은 기업보다는 칼텍과 도쿄대를 비롯한 대학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이번 칼텍의 연구 성과는 아직도 양자컴퓨터 구현 방식에서 진정한 승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그 만큼 해당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양자경쟁 참전

이런 상황에서 초전도 기반 방식이 아닌 이온 트랩 방식과 그 유사 방식을 사용하는 양자컴퓨터 회사들의 주가가 엔비디아의 엔비큐링크(NVQLink)라는 기술 발표로 인해서 갑작스레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발표한 고속 인터커넥트인 NVQLink는 양자 칩 즉 양자처리장치(QPU)와 GPU를 긴밀히 연결해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하도록 설계된 오픈 아키텍처다. 쉽게 말하자면 QPU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큐비트의 오류를 GPU를 통해서 교정하기 위한 서로 간의 통신 인터페이스 규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이 잘 발전하면 양자컴퓨터의 실제 상업적 활용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한데, 초전도 기반 방식이 아닌 이온 트랩 방식과 그 유사 방식을 사용하는 회사들의 주식만 하락했다는 점은 아무래도 엔비디아가 초전도 기반 방식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을 시장 참여자들이 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검색엔진 분야도 숨가쁜 전쟁 중

한편 소프트웨어 쪽에서도 숨가쁜 전쟁이 치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 기반 검색엔진의 대명사가 된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인공지능 기반 웹브라우저인 코멧(Comet)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 인공지능 회사들의 챔피언이라 할 수 있는 오픈AI도 인공지능 기반 웹브라우저인 아틀라스(Atlas)를 발표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로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회사들은 LLM과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팔란티어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브릭스와 같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안 보이는 부분에서 숨어서 돌아가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제공 업체들이다. 그래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으며 투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수익은 마이너스인 생성형 AI 회사들의 가치가 터지기 직전의 버블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시장에 팽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들 생성형 AI 회사들 특히 오픈AI(챗GPT), 엔트로픽(클로드), 퍼플렉시티가 조만간 검색엔진 시장을 초토화 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챗GPT, 클로드, 퍼플렉시티에서 무언가 질문을 하면 이제는 초창기와 달리 AI가 기본적으로 웹을 검색한 다음 그 결과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결합하고 요약해서 답변하고 해당 답변의 각 부분마다 출전이 되는 URL을 제시한 지 꽤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구글과 같은 정통 검색엔진에서 검색을 하고 그 결과를 일일이 확인하던 사용 방식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반면 LLM이 제시하는 결과 요약에 같이 나타나는 출전 URL이 환각현상을 어느 정도 안전하게 방어해 주고 있다. 때문에 어느 때 부터인가 정통 검색엔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신 기사 논문 보고서 등을 검색할 때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보다 더욱 편리하고 빠른 일처리가 가능하다.

구글이라는 검색엔진이 시장에 등장한 것은 1998년에서 1999년인데 세계 1위로 등극한 것은 2003년이었다. 그리고 LLM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검색엔진과 경쟁할 만한 방식으로 전환된 건 대략 이제 1년 정도로 보인다.

앞으로 2년 내지 3년 정도면 검색엔진 시장이 완전히 변해있을 수도 있다고 필자는 예측한다. 물론 빗나간 예측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 시점이 IT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자고 나면 신기술이 등장하는 패권경쟁의 시대라는 느낌은 분명하다. 빠르면 수 개월 늦어도 수 년 내에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나뉘게 될 것 같다.

이해성 내일e비즈 CTO/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