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정상 만난 이 대통령…“미, 한반도 역할 중요” “중과 실질적 관계 회복” “한일 관계 기대”

2025-11-01 15:39:50 게재

APEC 폐회 후 기자회견 … “북미 대화시 남북관계 개선할 길도 열려”

시 주석과 ‘나비’ 에피소드 전해 … “관계 완전 정상화됐다 보기 어려워”

“다카이치 총리는 훌륭한 정치인 … 다음 셔틀외교 나라현에서 하자 제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을 만난 이재명 대통령은 소감과 더불어 향후 외교 관계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 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 중 질문하는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일 APEC 정상회의 폐회 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는 법적으로 여전히 휴전중이고 휴전협정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었다”면서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협의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미국 역할이 중요한 역사적 맥락을 짚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 관계를 개선하면 남북 관계도 개선할 길도 열리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바대로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잘하도록 하는 게 대한민국 안보와 평화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중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선 전날 만찬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친근함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밤 시 주석과 문화 공연을 관람하다가 나비가 날아다녔는데 모터 소리로 시끄러웠다”며 “시 주석에게 내년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 진짜 나비를 만들어 날리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시 주석이 ‘노래하는 나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중관계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됐다거나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하며 “단순 관계 회복을 넘어서 협력의 길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실질적인 관계 회복, 실질적인 협력 강화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며 “(한중정상회담에서)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논의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과 중국은 여러 부문에서 경쟁하는 관계, 또 다른 측면에서는 협력하는 관계”라며 “외부의 작은 장애가 있더라도 그 장애를 넘어서 더 큰 이익과 변화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고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달 30일 첫 만남을 가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한 인상도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한일회담 소감 및 한일관계 전망을 묻는 일본 기자 질문에 “혹시나 걱정을 안 한 게 아니지만 직접 만나뵙고 상당 시간 대화를 나눠보니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이 다 사라졌다”면서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 과제가 있으면 협력해서 풀어가자 말씀을 드렸는데, 한국과 일본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은 ‘셔틀외교 정신’ 상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나라현으로 가자고 말씀드렸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흔쾌히 좋아했다’고 전했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다. 그러면서 “문제를 직시하고 미래로 향해 함께 손을 잡고 나가서 양국이 서로 도움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경주 APEC의 성과로 3개 문서 채택을 통해 “인류 공동의 도전 과제를 함께 해결할 주체로 APEC의 지평을 확대”한 점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APEC에서 채택한 ‘경주선언’ ‘AI 이니셔티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를 일일이 거명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공했다.

경주선언에 대해선 “혁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이니셔티브’에 대해선 “APEC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에 대한 공동 비전”이라면서 “대한민국은 아태지역의 AO 전환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에 대해선 “APEC 최초로 인구구조 변화를 공동 핵심과제로 인식하고 정책 비전과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면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APEC 회원들의 여러 정책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가지 문서는 아태지역을 평화와 번영의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APEC 경제지도자들의 뚜렷한 의지가 함께 모였기에 가능했던 우리 모두의 성과”라면서 “이들 문서가 향후 APEC이 나아갈 길을 분명히 제시할 것으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경주=김형선 기자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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