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전형별 합격기

정시_진승호 서강대 AI기반자유전공학부

2025-11-05 13:48:49 게재

기출문제로 출제자 의도 파악했죠

진승호

진승호

서강대 AI기반자유전공학부 1학년 (서울 마포고)

진승호씨는 두 번의 도전으로 서강대 AI기반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다. 자율전공학부로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원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신소재공학과 전자공학에 관심이 있었기에 전자공학 전공을 고려하고 있다고. 내신 시험이 성향에 맞지 않아 정시를 택했으나 첫 수능 결과는 아쉬웠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기출문제를 집중 공략한 두 번째 도전에서는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었다.

Q. 정시에 주력하게 된 계기는?

학교 내신 시험 방식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정시파’의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매 시험 제한된 범위의 구석구석까지 암기하며 진 빠지게 공부하면서도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했고 이런 시간 압박으로 내신 시험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니 성적도 좋지 않았어요. 평소 모의고사 점수가 내신 성적보다 경쟁력이 있었고, 앞선 시험에서 받은 내신 등급을 복구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2학년 1학기부터 정시에 눈을 돌렸죠. 정시를 준비하기에는 남은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신이 총 12번에 걸쳐 가늘고 길게 고생이 배분되는 것과 달리 수능은 1년에 단 한 번으로 결정되죠. 그 중압감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수능 날 평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있었습니다.

Q. 고등학교 생활과 수능 대비는?

과학중점학급에 속해 수학과 과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어요.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를 모두 배웠고 <미적분> <기하>도 지정 과목이었어요. 학업과 학교생활을 통해 신소재공학이나 전자공학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다양한 탐구 활동으로 진로도 탐색했고요. 정시로 마음을 굳힌 후에는 수능과 직접 관계없는 공부에는 조금 힘을 빼고 수능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주변에 정시로 마음을 굳힌 친구들이 종종 있었는데 수능이 1년 이상 남았다는 생각에 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하는 등 나태해지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 점을 경계하려고 타이머를 이용해 시간을 관리하며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모아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교과목 중엔 수학이 가장 자신 있었고 수시와 정시 모두 입시의 핵심은 수학이라 생각했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수학 성적이 향상되고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첫 수능에서는 <언어와 매체> <미적분>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선택했고 <지구과학Ⅰ>은 1등급, 수학은 2등급, 국어와 영어는 3등급, <화학Ⅰ>은 4등급을 받았습니다. 서울권 대학에 합격 가능한 성적이었는데 충분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재도전을 결심했습니다.

Q. 재수 생활과 두 번째 수능 대비는?

가까운 대형 학원 재수종합반에 등록해 규칙적으로 공부해보니 재학생 때 수능 공부량이 너무 적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시에서 N수생과 경쟁하려면 절대적인 공부량을 극복할 자신만의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아야 했더라고요.

국어는 수능을 관장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기출문제에 집중해 공부했습니다. 고난도 문항이나 빈출 문항들을 분석해 아이디어와 출제 방향을 익혔고, 문제를 거의 외울 정도로 반복 학습했습니다. 깊이 분석하며 공부할수록 어떤 의도로 이런 문제와 선지를 냈는지 출제자의 의도에 접근할 수 있고 풀어야 하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분할 수 있더라고요. 시중에 사설 모의고사와 문제집이 많은데 평가원의 출제 관점과 괴리가 있는 문제는 오히려 판단 기준을 흐릴 것 같아 많은 문제를 풀지는 않았어요.

<미적분>은 어려운 문제를 혼자 고민하며 3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던 경험 덕분에 성적이 급상승했다고 생각해요. 그 어떠한 좋은 강의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험 운용 과정을 정리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30문제를 100분 동안 어떤 순서로 풀지, 몇 번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소요할지, 모르는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할지, 일단 넘어가고 돌아올지, 좀 더 붙들고 있을지 등등 세세하게 연습하고 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거듭 훈련하니 모의고사 성적이 안정화되고, 실제 수능 날에도 막힘없이 풀었습니다. 국어와 수학은 각각 백분위 6점과 7점이 올랐고요.

Q.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저의 수험 생활은 사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했습니다. 재학생 때 주변에서는 ‘N수생에게 밀리겠지’ ‘수능 날 실수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을 해도 저는 ‘중요한 수능 날 왜 실수를 하겠어’ ‘수능을 제일 잘 볼 거야’ 같은 낙관적인 생각으로 일관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미리 조바심을 내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고, 긍정적인 생각은 수능 날 기적을 일으키는 긍정 회로가 될 거라 믿었어요. 실제로 공부를 하다 보면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는데 그 뿌듯함과 성취감을 좇다 보면 공부에도 탄력이 붙고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공부가 할 만하고 때로는 재밌기도 했답니다.

TIP 수능에서 유리한 과목 선택 & 내게 맞는 강의 찾아 수강

“수능에서 유리한 과목 선택”

수능 선택 과목은 <언어와 매체> <미적분>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택했다.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미적분>은 표준점수가 유리하게 나오는 과목이라 정시를 위해 고민 없이 선택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국어는 백분위 88점에서 94점, 수학은 91점에서 98점으로 올랐다. 과탐은 편안한 과목이라 <화학Ⅰ>과 <지구과학Ⅰ>을 택했고 재수하면서도 바꾸지 않았다. <화학Ⅰ>은 4등급에서 3등급 초반대로 올랐지만, <지구과학Ⅰ>은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한 해 동안 열심히 공부해 실력은 늘었으나 성적 변화가 크지는 않았다.

“내게 맞는 강의 찾아 수강”

국어는 시대인재 윤지환 강사의 수업이 큰 도움이 됐다. 수능을 위해 들었던 여러 국어 강의 중 공부법에 확신을 갖게 해준 유일한 수업이었다. 특히 평가원 기출문제를 유형별로 분류·분석해 수능의 방향과 의도를 숙지하는 것은 물론, 문제에 대한 일관적인 시각을 정립할 수 있었다. 화학은 시대인재 김강민 강사의 수업이 도움이 됐다. 수업 자료가 매우 훌륭했고 단원별로 100여 문제씩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 단기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공부 외적으로도 수험 생활을 이겨낼 조언을 종종 얻을 수 있어 큰 힘이 됐다.

취재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