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스몰딜과 중국의 손익계산서
부산 정상회담은 ‘휴전’… 글로벌 공급사슬 우위 위한 경쟁 더 치열해질 전망
많은 곡절을 겪었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중 경제무역전쟁이 10월 30일 부산에서 진행된 미중정상회담에서 일단락되었다. 주요 합의는 다음 세가지이다.
첫째, 미국은 올해 초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부과한 관세를 취소하고 중단된 수입을 재개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관세는 47% 수준(올해 4월부터 부과한 상호관세 10%와 기타 품목관세, 1기 트럼프행정부 때 부과한 관세 등을 합친 수치)을, 중국의 대미관세는 30%를 조금 넘는 수준(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부과한 약 20%의 관세와 올해 부과한 10%를 합친 수치)을 각각 유지하게 되었다.
둘째, 미국은 무역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해외 자회사까지 수출규제를 확대한 9월 29일 결정을 유예하고, 중국은 10월 9일 취한 희토류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유예한다.
셋째, 미국은 중국 해운업 물류 조선업에 대한 301조 조사를 유예하고 중국도 예정된 상응조치를 유예한다. 이 합의는 2026년 11월 10일까지 1년간 유효하다.
중국이 선방했다는 평가 지배적
미국 백악관은 이번 합의에 대해 중국이 취한 조치를 부각시키며 미국의 성과를 과시했지만 객관적 평가와 거리가 있다. 경제무역전쟁은 미국이 먼저 대중공세에 나서고 이에 중국이 반격하는 식으로 진행되었고, 협상은 미국이 취한 조치와 중국의 상응조치를 동시에 철회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지금은 트럼프행정부가 4월 3일 소위 ‘해방일’에 인상한 관세 일부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만 유효하고, 그 이후의 대중 압박 조치는 모두 철회되었다.
트럼프행정부는 왜 철회할 공세에 나서며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트럼프행정부의 대중정책에 전략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경제무역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상황이 중국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중국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중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했지만 무역다변화로 중국 수출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수출에서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5%에서 올해 10% 수준으로 낮아졌다. 트럼프는 100% 이상의 관세 부과를 위협했지만 사실상 실행 전에 철회함으로써 미국 관세카드의 상한선도 확인되었다.
기술 영역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적 제재는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라는 반격에 바로 무력화되었다. 희토류 카드의 사용을 중국의 공세적 행태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일방적 조치가 아니었다. 9월 14~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미중 경제무역협상의 합의 직후인 9월 29일 미국이 중국 공급사슬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결정한 것에 대응한 조치였다.
제조업 공급사슬에서 중국 우위 지속
경제무역전쟁 과정에서 대중 기술제재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커지게 만든 것도 중국이 얻은 큰 성과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고사양 AI칩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면 중국의 기술자립만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반복해서 표명하고 있다.
중국이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기술이 여전히 있지만 글로벌 제조업 공급사슬에서 갖는 중국의 우위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가깝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무역 전쟁에서 수세적 위치에 있다는 인상도 불식시키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대중정책을 더 신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국에게 불안요인이 없지 않다. 우선, 위의 합의가 1년만 유효하다. 미중관계의 불확실성해소와 거리가 있다. 중국의 가장 강력한 협상카드인 희토류 수출규제 강화라는 수단을 사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 만족하기 어렵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가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의 즉흥적 정책결정 스타일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다. 2027년 가을 시진핑의 4연임을 결정할 21차 당대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중국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희토류 카드의 유효성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중국과의 경제무역협상을 담당하는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공급사슬에서 희토류 관련 공백을 1~2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희토류 제련 분야의 90% 이상을 점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이다. 그에 필요한 기간은 길면 10년, 짧으면 3~5년으로 예측된다. 다만 언젠가는 중국이 서방국가에 갖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무력화될 것이다.
중국도 희토류 카드 무력화에 대한 불안감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는 일종의 휴전이며,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우위에 점하기 위한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다. 중국도 이미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10월 20~23일)에 진행된 공산당 20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5차 5개년 규획 수립에 관한 건의‘”’(2026년 3월 개최될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가정책으로 확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음)에서 이 기조를 분명히 제시했다.
15차 5년 규획 기간(2026~2030)을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는 데 있어 ‘앞을 잇고 뒤를 여는’ 관건적 시기로 규정하고 ‘병목 부문의 제약을 타파하고, 취약점을 보강하고, 격렬한 국제경쟁 중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고질량발전이 뚜렷한 효과를 거둔다’와 ‘과학기술의 자립자강 수준을 대폭 제고한다’를 이 시기 사회경제발전목표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열거했다. 반도체 분야와 미래 기초기술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이나 내수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중국의 과학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제특허 신청에서 압도적 1위이며, 국제 수준의 과학 학술지 논문 발표 수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적으로도 미래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배터리 로봇 분야의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했다. 취약 부분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레거시 공정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다. 다만 기술 분야에서 병목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에는 항상 실패의 위험이 있다.
중국의 정부 주도의 투자 메커니즘은 중복 투자를 초래할 위험도 크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신호에 따라 지방정부나 국유기업이 효율성이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결과적으로 중국경제에 큰 부담을 남기는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10년대의 과도한 부동산 개발이 지금도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분야에서 과잉생산 문제가 출현했다. 과학기술 자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국 기술자립, 트럼프 방중 주목해야
향후 5년 동안 중국이 과학기술 자립과 안정적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가가 미중 전략경쟁과 세계질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이에 비관 아니면 낙관과 같은 이분법이 아니라 이 전략의 실행에 따른 성과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며 대응해야 한다.
또한 2026년 상반기로 예정된 트럼프 방중 일정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부산 미중 정상회담은 세기의 회담이라고까지 일컬어지던 것에 비해 성과가 다소 초라하다. 미중관계의 미래와 관련한 다른 민감한 의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내년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경제무역 영역을 넘는 여러 의제가 논의될 것인데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동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교적으로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성과에 자족하지 말고 이러한 변화에 더 경각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