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열심히 일하러 간 것뿐인데….”

2025-11-10 13:00:10 게재

“형은 그냥 열심히 일하러 간 것뿐인데….” 또다시 유족들의 울음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수습된 사망자 전 모씨의 동생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형 앞에서 가슴을 쳤다고 한다.

9일 밤에는 사고 현장에서 시신 1구를 추가로 수습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사고 당일인 6일,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돼 13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렸던 김 모씨는 7일 끝내 숨을 거뒀다. 살아 있다고 했기에, 구조를 기다린다는 말이 들렸기에 김씨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믿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장에는 아직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이 매몰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장 노동자 출신 대통령답게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 의지를 밝혀왔다. 제빵기계 끼임 사고 등 유사한 사망사고가 잇따랐던 SPC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열기도 했고, 첫 생중계 국무회의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을 걸고 산재사고를 줄여줄 것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살자고, 돈 벌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거 아닙니까.”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닙니까.”

이 대통령은 안전에 들이는 돈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 것, 돈보다 생명이 귀중하다는 생각을 가질 것을 진심을 담아 촉구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가장 낮은 곳에서 벌어지는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만으로도 적지 않은 사회적 환기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울산 화력발전소 사고를 비롯해 철도·도로 등 공공부문에서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공공부문이라면 민간기업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안전을 생각할 것이라고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잇따른 사고는 그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이번 울산 사고만 하더라도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를 발주한 것은 공공부문인 한국동서발전이지만 시행사는 HJ중공업이라는 민간회사다. 해체 작업은 HJ중공업이 하청을 준 전문업체에 의해 이뤄졌다. 작업자 9명 중 8명이 계약직이었다고 한다. 위험의 외주화는 민간에서든 공공에서든 되풀이됐고,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뿌리깊이 살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지적은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이 관심을 바탕으로 구조적 문제를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때가 된 듯하다. 특히 공공부문부터 먼저 통렬하게 성찰하고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민간 부문에게 안전을 요구할 자격과 설득력이 생기지 않겠나.

김형선 정치팀 기자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