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전통시장 차량사고 대책 시급
서울 강동·양천 등서도 같은 사고
노인 보행자 사고 전통시장 집중
노인보호구역 지정 법안 계류 중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트럭 돌진 사고로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전통시장 주변 차량진입 통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년 새 서울 강동구와 양천구 전통시장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전통시장 주변에서 노인 보행자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전국 지자체들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안팎에서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과 5개월여 전인 지난 5월 23일 서울 강동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6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채소가게로 돌진하면서 상인과 손님 등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31일엔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 70대 남성이 몬 승용차가 돌진해 13명이 다쳤다. 같은해 2월 전북 전통시장에서도 차량이 시장통을 덮쳐 행인 4명이 부상당했고 4년 전 부산 팔도시장 입구에선 80대 운전자가 모는 차량에 60대 할머니와 손녀가 치어 숨졌다.
이처럼 전통시장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좁은 길에 시장 이용객과 물건 판매대, 차량과 오토바이 등이 뒤엉켜 이동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내 전통시장은 총 151개이며 해당 지자체들은 시장 내 화재 등에 대응할 수 있게 최소 4m 통행로 폭을 유지하도록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부천 제일시장 통행로는 폭 3.3m였다. 시장 내 도로는 일반도로여서 차량 통제 근거는 없다. 부천시 관계자는 “사고가 난 제일시장 통행로는 일반도로여서 차량 통행이 가능하지만 시장 내 도로인 만큼 일반차량은 통행을 못하고 시장 상인들 차량만 물건 상하차 관계로 진·출입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수원 팔달문시장, 서울 강북구 백년시장 등에서 상인회 주도로 차량통행 시간을 자체 제한하고 있지만 제도적 장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지자체들이 조례로 전통시장 주변 도로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전국 최초로 조례제정을 통해 전통시장 주변 도로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서울시는 “물건과 시장 이용객 불법주정차 차량 등으로 복잡하게 뒤엉켜 노인 보행사고의 가장 많은 40%가 발생하고 있는 전통시장 4곳의 주변 도로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차량 통행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불법주정차 과태료도 일반도로 대비 2배가 부과된다. 운전자들이 ‘노인보호구역’임을 할 수 있도록 표지판이 설치되고 과속단속 CCTV, 과속방지턱, 미끄럼방지포장 같은 교통안전시설도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당시 지정 대상으로 선정한 성북구 장위시장,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 도봉구 도깨비시장, 동작구 성대시장 4곳 중 성북구 장위시장만 그해에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은 2024년에서야 지정됐고 나머지 2곳은 아직도 지정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도 3년 전 조례를 통해 전통시장 주변 도로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상권 위축을 우려한 상인들의 반대 등으로 실제 지정된 곳은 없다. 부산시는 대신 내년부터 전통시장 주변을 노인교통안심구역으로 지정, 계도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통시장 일대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처럼 보행자가 밀집된 곳에서 다각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산업안전분야 전문가는 “상인 등 고령운전자, 기저질환 운전자에 대한 신체·인지 기능 검사 의무화, 차량 통제구역 명확화 및 볼라드 등 안전시설물 설치, 물품하역 시 속도제한 및 비상등 의무화 등의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고를 단순히 운전자 과실이나 차량결함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고령화 사회 운전작업자 안전관리, 보행자와 차량이 공존하는 공간의 안전시설 강화 등 복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